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욤 뮈소'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소설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종이여자>를 읽은 후 부터이다. 이전에도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기는 했지만 <종이여자>는 나에게 그의 신작소설이 출간될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읽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천사의 부름>, <7년 후>, <내일>등은 <종이여자>를 읽은 후에 읽은 소설들로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더군다나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는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게 되는 매력이기도 하다.

이번에 읽은 <센트럴파크>는 그런 '기욤 뮈소' 소설의 특징을 알면서도 보기 좋게 한 방 얻어 맞은 것 같은 결말부분에 '역시 기욤 뮈소구나!!' 하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종이여자>와 같은 판타지와 로맨스가 겸비된 소설에서 <천사의 부름>은 그 이전의 작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소설이다.

<내일>그리고 <센트럴파크>에 이르러서는 '기욤 뮈소'가 완전히 스릴러 소설로 성향을 바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2013년 10월의 어느날, 파리 경찰청 소속 강력계 팀장인 알리스 쉐페르는 뉴욕의 한 복판 센트럴파크 통나무 벤치에서 눈을 뜬다. 그런데, 그의 옆에는 전혀 낯선 남자가 수갑을 함께 차고 누워 있다.

그녀는 전날 밤에 친구들과 파리의 상제리제 술집에서 만취가 되었건만....

더군다나 알리스의 옷에는 혈흔까지 묻어 있고, 가죽 점퍼 안주머니에는 자신의 권총이 아닌 다른 권총이 들어 있다. 그런데, 자신의 경찰 신분증이나 휴대폰은 온데 간데가 없고 손바닥에는 212558900이란 숫자가 적혀 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옆에서 잠든 남자 역시 소지품이 모두 없어진 채로 팔뚝에 141197이란 숫자가 적혀 있다. 그는 아일랜드 더블린 재즈클럽의 피아니스트라고 하는데...

전날 밤에 알리스는 파리에, 그리고 같이 수갑을 차고 있는 가브리엘이라는 남자는 더블린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은 어떻게, 왜 센트럴파크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까.

그런데 그들은 연쇄살인범인 에릭 보간을 추적하였다고 하니....

이쯤에서 독자들은 에릭 보간이라는 희대의 연쇄 살인범 검거에 모든 신경이 쏠리게 된다. 그리고 살인범의 행각에 치를 떨게 된다.

기억할 수 없는 전날 밤의 기억을 찾아서 그리고 에릭 보간을 잡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알리스와 가브리엘은 자신들의 아픈 상처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생에는 하나의 문이 열리며 환한 빛 가운데로 나아가게 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마음을 굳게 걸어 잠갔던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은 무중력 상태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존재로 거듭난다. 당신의 생은 한동안 장애물이 없는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선택은 분명해지고, 대답이 질문을 대체하고, 두려움은 사랑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우리의 생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 (p. p. 87~88)

그들에게는 행복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러자 베일이 벗겨지면서 온갖 기억들이 표면으로 흘러 나왔다. 너덜너덜 조각난 기억의 편린들이 서서히 하나로 합쳐졌다. 반짝이는 섬광이 어둠을 갈랐다. 번개가 치는 순간 알리스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순간의 부주의가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했다. (....) " (p.p. 269~270)

살아갈 용기를 잃었던 알리스는 분노, 슬픔, 반발심에 치를 떨면서 생을 마감하려고 했지만....

그런데 에릭 보간의 연쇄살인에 집중되어 이야기의 전개에 흥미를 가졌던 독자들은 결말부분에 와서 가슴이 꿍 내려앉는 충격을 받게 된다.

푸쉬킨은 '삶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라는 시를 썼지만 알리스의 인생은 왜 이리도 불행의 연속이란 말인가?

크고 작은 상처를 간직한 사람들, 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텐데....

<센트럴파크>를 읽으면서 '기욤 뮈소'가 독자들에게 멋지게 날리는 펀치에 머리에서 '띵'하는 종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큰 그림의 조각들을 찾아서 한 조각 한 조각 퍼즐을 맞추듯이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와 '나는 기억한다'는 과거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이 되어서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해 간다.

역동적인 스토리와 한 순간도 늦출 수 없는 긴장감 그리고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이 소설을 완벽한 로맨스와 스릴러가 겸비된 소설로 완성시킨다.

앞으로도 '기욤 뮈소'의 신작이 출간되면 주저없이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멋진 소설이다.

"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정해진 운명을 비텨갈 수는 없어요."

" 난 당신과 함께 싸울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린 환상적인 드림팀이 될 수 있어요. 어제 하루, 우린 이미 그 사실을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고 생각하는데요. "

돌풍이 불어와 먼지구름을 일으킨다. 낙엽송의 황금빛 잎사귀들이 부르를 몸을 떤다. 추위 때문에 꽁꽁 언 손가락이 얼얼하다.

"얼마나 힘든 싸움이 될지는 알지만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맑은 아침도 있을테고, 구름이 잔뜩 낀 아침을 맞는 날도 있겠지요.

아마도 의혹에 사로잡힌 날, 두려움에 갇힌 날, 소독약 냄새가 나는 병원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하루를 맞이하는 날도 있겠지요.

아마도 화사한 봄날, 몸이 깃털처럼 가벼운 날, 병의 고통을 잊게 되는 날도 있겠지요.

(...)

그럴 때마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운명과 싸워 얻어낸 이 모든 순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있는 것들이었다고 말입니다. 아무도 그 소중한 순간들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말입니다. " (p. p. 329~332중에서 일부 발췌)

이 책의 329페이지에서 332페이지에 걸쳐서 '아마도 ~~'라는 문장이 나오게 되는데, 그 부분을 여러 번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이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부분이기에....

우리는 아무도 우리의 인생을 알지 못한다. 단 1초후의 삶도 알지 못한다. 어떤 변수가 우리의 삶을 힘겹게 할 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 문장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았다.

" 아마도....

아마도 맑은 아침도 있을테고, 구름이 잔뜩 낀 아침을 맞는 날도 있겠지요."

아마도 우리의 인생은 이런 것이 아닐까.

맑은 아침이건 구름이 잔뜩 낀 아침이건간에 그 모든 순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가치있는 순간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삶이 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날들이 어디 있을까.

<센트럴파크>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소개할 수 없기에 이 부분이 어떤 이야기에서 나왔는지는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 부분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사랑, 그런 사랑의 주인공이 되기를 이 책을 통해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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