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심화 연구 지원과 대중 확산을 위해 2010년에 설립한 공익재단인 플라톤 아카데미에서는 인문학자들의 연구와 성찰 결과를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에서 대학을 순례하면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2013년 가을 학기에 경희대학교에서 개최한
인문학 공개강좌의 강의 내용을 담은 것이 <나는 누구인가>이다.
인문학과 관련 짓지 않더라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여러 번 던져 보았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핏 스쳐가는 잔상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친구가 생각난다. 친한 친구의 친구였다가 나중에는 나와 더 친한 친구가 되었던
그녀는 우리 또래 보다는 꽤 성숙했었다. 친구의 고모가 당시에 꽤 잘 알려진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대학교수의 조교로 있어서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에게 있어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준 것이 바로 그 친구이다. 안병욱, 이어령 등의 저서를 탐독한 것도 그
시절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죽음이란 무엇인가'등의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아마도 그것이 인문학의 주제를 심각하게
생각했던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이자 인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이자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
그건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인 인간됨에 대한 성찰이자 사유이다. 인간은 반성적 사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인문학의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의 성찰을 삶 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의 석학들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말해 줄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살펴보도록 한다.
이 책의 구성은,
1부- 인간의 본질에 답하다 (강신주, 고미숙, 김상근,
이태수)
2부- 삶의 태도가 곧 당신이다 (슬라보여 지젝, 정용석,
최진석)

<강신주의 감정수업>등을 통해서 그의 생각을 엿 보았던 강신주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 나간다. 어쩌면 그의 생각은 우리들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생각을 말하는 것 자체가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마음 속에만 가두어 두었던 자본주의 즉, 돈의 위력에 대해서 시원스럽게 말하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위에 돈이 존재" (p. 27) 한다는
말을 우리는 차마 말하지 못하지만 강신주는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나는 누구인가' 자신에게 질문을 하도록 이끌어준다.
" 오늘날의 취업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쪽, 즉 화폐를 쥐고 있는 쪽의 요구에 맞춰
스펙을 쌓은 뒤 그곳에 자신을 파는 행위입니다. 그것이 자본주의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피해입니다. " (p.
24)
이 문장을 읽을 때에는 서글퍼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독자들이 꽤 많을 듯하다.
" 자본주의는 소탐대실(소탐대실)의 전형적인 체계" (p. p.
27~28)
" 인문학자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자본주의를 통제하지 못하면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획일적인 노예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
(p.p.28~29)
강신주가 이와같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요즘의 세태가 돈을 우선시하는, 모든 것의 목표 또는 목적이 돈이 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전 평론가인 고미숙, 그의 저서인 <고미숙의 열하일기>를 흥미롭게 읽었기에 그가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에도 관심이 간다.
디지털 문화를 향유하는 현대인은 세대를 넘어, 성차별을 넘어 그리고 국경을 넘어 디지털 혁명이 보편화되었다. 그런 사회 속에서 현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 돈, 사랑이 화두가 된다.
그밖의 석학들의 글을 통해서 인문학의 탄생, 인문학이 추구하는 가치, 삶 속에서의 인문학의 실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중의 유일한 외국인인 슬로베니아 류블라랴나 출신의 슬라보예 지젝은 사회학자, 철학자, 정신분석학자인데, 외국인인 그가 본
한국, 한국인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특히 그는 변화에 대해서 말한다. " 사소한 변화가 혁명을
만든다" 고.
" 사회적 역동성을 살펴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변화가 촉발되어 점차 거대한 산사태와
같은 변화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p. 171)

'나는 누구인가' 란 인간됨의 성찰이자 인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를 7명의 석학들은 자신의 학문적 바탕과 분야에 맞게 해석하고 설명해
준다.

분주한 삶 속에서 자칫 잊고 살게 되는 자아 찾기. 이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얕은 지식에 의존해서 당시로서는 심각한 사유를 했던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 '죽음이란 무엇일까' 하는 나자신을 향한 질문들이 <나는 누구인가>와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시리즈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근간인 <어떻게 죽을 것인가>까지를 읽게 된다면 살아가는데 좀더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