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밤 (5쇄) The Collection 3
바주 샴 외 지음 / 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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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밤>을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책 표지 그림도 낯설게 느껴졌지만, 책의 크기며, 책의 종이 재질, 그리고 책 속의 그림의 기법들이 색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책값도 엄청 비싸다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은 어떤 책일까?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다.

책의 뒷 부분에 나와 있는 '곤드족 미술'에 대한 설명을 읽고서야 이 책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책을 처음 대할 때의 그 생소함은 바로 우리들은 '곤드족'이나, 그들의 미술을 알지 못한데서 기인하는 것이다.

곤드족은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주에 사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시각이 뛰어나서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흙바닥이나 벽에 그림을 그린다. 마치 원시시대의 삶의 모습이 그들의 주거지의 벽에 그려지듯이.

곤드족은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기도라고 생각한다고 하니, 그들의 그림은 단순히 우리들이 생각하는 예술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숲에 살고 있기에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를 그림의 소재로 삼는다. 그런데, 그들의 그림을 들여다 보면 사실주의, 원근볍, 빛 , 삼차원을 무시한 상징적인 표현임을 알게 된다.

나무 가지는 제멋대로 뻗어 나간 듯하지만, 어떤 형식을 갖춘 듯하기도 하고, 나무 가지 끝에는 반딧불이 앉아 있어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기도 하고, 새들이 앉아 있기도 하고, 뱀의 머리가 달려 있기도 하고...

열매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나이팅게일이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다람쥐가 오르내리기도 하고, 끝없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황금처럼 빛나는 나무인 셈바르 나무는 길 잃은 암소를 품어 주기도 하고,

조물주의 집이라는 보리수는 잎사귀와 똑같이 셩겨서 아주 작은 부분이 전체의 모습을 담아 내기도 하고,

결혼을 축복하는 나무인 두마르 나무의 열매는 마치 작은 새처럼 달려 있는 것이다.

전설 속에 나오는 간자풀과 마후아 나무는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이 숲 속에서 풀과 나무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들은 알지 못했던 두루족의 나무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두르족 화가로는 가장 잘 알려진 바주샴, 두르가바이, 람싱 우르베티의 작품이다.

처음 책을 펼칠 때는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색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그림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다시 펼쳐 보니,

바주샴의 그림은 세밀하고 강렬하고, 두르가바이의 그림은 여성스러움이 나타나고, 람싱 우르베티의 그림은 정교한 기법과 함께 세련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종이는 세상에서는 쓸모가 없어서 버려진 면, 종이, 마포, 짚, 꽃을 재활용하여 만든 종이이기에 재질이 독특하다.

그림은 실크 스크린기법을 이용해 검은 종이 위에 하나 하나 손으로 만들었고, 제본도 역시 수제본으로 만들어 졌다.

그러니, 책의 내용은 같을지 몰라도, 그림은 색감 등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제야. 이 책의 가격이 왜 이리도 비쌌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그림책.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곤드족의 미술을 볼 수 있었고, 곤드족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버려지는 것들이 이렇게 아름답게 재탄생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책장 속에 고이 꽂아 놓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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