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 홀리다 -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여행
김연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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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여행, 작품을 읽다보면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서 작품 구상을 하기도 하고, 소재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인고의 노력끝에 한 작품을 마무리지은 후에 재충전의 시간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여행이 가져다 주는 감흥, 표현력이 풍부한 작가들은 일반인들 보다 그 느낌이 남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그들은 여행지에서 일상처럼 삶을 살기도 하면서 낯선 땅에 빠지게 됨을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이 책의 저자들인 11명의 문인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있고, 전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가도 있다.

김연수_ 근검절약하는 서민들의 도시, 리스본의 추억
김중혁_ 삶과 죽음이 더해진 스톡홀름
나희덕_ 시카고의 빛과 어둠
박성원_ 제주, 익숙하지만 낯선
성석제_ 라오스의 보물
신이현_ 오후 4시 반에 비가 내리는 도시, 프놈펜
신현림_ 어린 딸과 무작정 일본 문화 탐방
정끝별_ 세상에서 제일 낮은 어깨로 감싸 주던 서귀포의 돌담
정미경_ 사막을 견뎌 내는 삶, 아프리카
함성호_ 국경, 마치 거듭되는 전생의 만남처럼
함정임_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 - 통영에서 나스카까지

책장을 넘기자 마자 다른 책에 비하여 조금은 큰 포인트의 글자들을 보면서 책을 읽기도 전에 이 책은 몇몇 이름있는 문인들을 필두로 짜맞추기한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성의없어 보이는 글자 포인트와는 달리 문인들다운 여행기, 세련되고 감성이 풍부한 문체의 여행기여서 읽는 재미가 있다.

스페인은 많이들 가지만 포르투갈은 그냥 건너 뛰고 이베리아 반도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많다. 그리고는 '포르투갈은 별로 구경할 것이 없다'고 말하는 여행자를 많이 만났다.

그러나 여행은 꼭 무엇을 보기 보다는 그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것에 매력을 느끼는가에 따라서 좋은 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된다.

김연수의 리스본에 관한 추억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 그는 리스본의 꼬불꼬불한 골목을 날렵하게 빠져 나가면서 언덕을 올라 갔다 내려갔다 하는 28번 트램을 즐겨 탄다.

초보 여행자들에게 트램은 한 번 쯤 꼭 타보고 싶은 낭만이 흐르는 교통기관이다. 아마도 우리에게 트램에 대한 추억이 없기 때문인 것같다. 일반적으로 다른 교통기관에 비하여 느리게 움직이는 트램.

각 도시마다 트램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기도 한데, 김연수는 트램을 타고 리스본의 거리를 누빈다. 그리고 어느날은 포르투갈 노래와 춤인 파두 공연을 보러 가는데.... 우리의 트로트와 같은 파두, 리스본의 감상적 정취를 주로 노래한 파두. 그러나 하루 저녁에 몇 번인가 이 공연을 보게 된다면...

여행중에 느끼는 것 중에 묘지와 관련된 생각이다. 우리에게는 공원묘지가 죽은 자의 안식처로 우리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그곳에 대한 생각 역시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는 묘지가 삶의 주변에 함께 하고 있다. 마치 숲 속의 공원처럼 아니면 성당 뒷뜰에 꽃밭처럼.

스톡홀름에 간 김중혁은 그의 작품을 위하여 스코르스키르코 가르덴 공원묘지를 찾는다. 그 밖에도 여러 묘지를 찾아다니는데... 죽음의 공간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서양인들의 묘지.

해학과 풍자의 소설가 성석제는 라오스를 간다. 관광이 아닌 그 무엇을 찾기 위해서.

" 기억을 잊어버리기까지 했다가 거기서 간신히 되살려 낼 수 있었다. 내가 라오스 사람들에게서 찾아낸 소중한 가치는 한때 나 자신의 일부였던 것들이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어린시절, 선의와 호의. 무구함... 그런 것을 찾아서 외국 사람들은 라오스로 모여든다. 아니, 거기서 내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가치는 그런 것이었다." (p. 126)

신선하고 파격적인 상상력과 특이한 매혹의 시와 사진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방위적 작가. 시인이자 사진작가, 번역까지. 그의 책을 통해서 내가 가장 많이 접했던 단어 중에는 엄마와 딸이 있다.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 딸고 함께 일본으로 간다.

물론, 해외로 나간 문인들도 있지만 국내에서의 여행기를 담은 문인들도 있다. 정끝별은 서귀포의 이중섭거리를 간다. 그리고 이중섭의 추억이 담긴 집까지 방문한다. 거기에서 이중섭의 그림 속의 장소를 만난다.

" 절박했으되 고적했던 이중섭의 사랑, 뜨거웠으되 오연했던 이중섭의 삶, 그것들이야말로 지지고 볶아 대는 시대와 역사를 넘어선 예술 정신의 핵심이 아닐까. " (p. 199)

함정임은 통영에서 4월의 동백꽃을 본다. 그리고 빈, 영국, 아일랜드를, 다시 남미로 가서 나스카까지 보고 온다.

11명의 문인과 함께 한 11편의 여행기. 각자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들려주는 여행기 역시 11인 11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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