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에세이, 포토 에세이라는 장르만을 보고 읽게 된 책. 읽으면서 읽고 난 후에 그리 유쾌한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저자인 '이병률의 사진이 담겨 있다는 이유였다. 이 책의 저자인 '김얀'은 전혀
모르는 작가였고...
그런데, 저자인 '김얀'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섹스 칼럼니스트'이다. 그는 한겨레 hook <김얀의 "색, 계">,
Lstyle24 패션웹진 snapp <색콤달콤한 연애> 등에 고정적으로 섹스칼럼을 썼으며, 잡지 allure 등에도 여러 칼럼 등을
기고한다고 하니 그의 글의 방향이 어디로 튈 것인지는 이 책을 읽은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여행했던 도시에서 만난 남자들이 생각난다는 책소개글이 있으니, 내가 생각한 잔잔한 느낌의 감성적인 여행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여행이란 개념, 그래서 이 책은 야하고 / 이상한 / 여행기이다.

"외국의 낯선 도시를 홀로 걸어본 적 있나요? (...) 결국, 돌이켜보면 그 낯선
도시에서 나는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Prologue 중에서)

서른번째 여름, 그녀는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안고 있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떠난 여행. 그 여행을 바탕으로 그녀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인 여행, 섹스, 그런 것들이 녹아 있는 글을 쓴다.

저자는, "13개국의 낯선 도시와 13명의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 그중에는 정말 사랑했던
남자가 있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상상 속의 남자도 있습니다.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고, 꿈에서조차 가본 적 없는 도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방황하던 이십대 때의 내가 만나고, 듣고, 상상했던 나의 이야기입니다. " (Epilogue
중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 묻는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쓴 거냐, 아니면 소설이냐...."
다시 말하면 "이 책의 장르는 에세이? 아니면 소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무슨 이런.... 내가 읽고자 했던 책이 아니군"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가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남자들. 그리고 그들과의 섹스.

그녀의 이야기는 솔직 대담하지만 여행 에세이로 생각하고 읽게 되는 청소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인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병률의 사진들은 이 책 속의 이야기처럼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여행지의 풍경이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의 카메라가 머물지 않는 욕조, 휴지걸이,
침대시트, 문고리, 냉장고 속, 섞어가는 사과 등에 머문다.
김얀의 글과 이병률의 사진은 겉도는 듯하면서도 나름 매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