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가지면 보이는 것들, 특히 예술작품은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같은 작품을 이해하는 폭이 달라진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런던에 위치한 5곳의 미술관를 소개해주고 그곳에서 볼 수 있는 미술작품을 설명해 주는 것이지만, 그 보다는
미술작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인 " 모든 그림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작품을 접하든지 자신의 눈높이에서, 자신의 마음에 다가오는 대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림은 전문가의 소개나 미술사 책의 해설 보다는 마음의 눈, 남이 아닌 내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p. 14)
그래도 그동안 꾸준히 예술작품에 관심을 가져서인지 이제는 작가의 성향이나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적 상황, 작품에 담겨져 있는 의미들이 많이
보인다.
이 책에는 런던에 있는 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 코톨드 갤러리, 국립 초상화미술관,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이 소개된다. 런던의
미술관을은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에 걸쳐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저자인 '전원경'은 런던에서 런던에서 예술경영 및 예술비평을 전공하였고, 월간 <객석>, <주간동아>의
문화팀 기자로 활동하면서 1998년부터 런던의 미술관들을 즐겨 찾으면서 약 10 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에 걸쳐서 런던의 미술관과 그곳의 작품들을
관찰하면서 조금씩 이 책의 원고를 써나갔기에 이 책의 저자가 런던 미술관에서 느낀 점들이 많이 담겨 있다.
미술작품들 속에도 시대적 배경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기에 미술관의 작품 속에서 영국의 역사, 영국인들의 일상, 유럽의 변화와 발전상 등도
엿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첫 번째 미술관인 내셔널 갤러리의 소장작의 절반 이상은 신화와 성서가 주제가 된다.

'한스 홀바인2세'의 '대사들' 은 그림 속의 상징물들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숨은 그림찾기 처럼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상징들은 16세기
종교의 속박에서 해방된 과학과 인간의 시대인 르네상스를 말하고 있다. 류트는 하모니를 뜻하는데 2줄이 끊어져 있다. 댕트빌의 목에 걸린 해골
목걸이는 건강이 안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가 홀바인은 원근법의 극단적인 형태인 '아나모로포시스(왜상)기법을 사용해 그림 속에 해골을 숨겨
놓았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 이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는 허망한 것이며, 우리의 종착역은 결국 '죽음'임을 기억하라"는 것이니...

BBC방송이 조사한 '가장 위대한 영국 그림' 1위는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전함 테메네르'이다. 트라팔가 해전을 승리로 이끈
전함의 최후모습은 대영제국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하다. 예인선에 끌려 런던의 운수업자에게 팔려갔다고 하는데...

영국인들은 자극적이고 강렬하고 화려한 그림 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데 이것이 바로 영국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미덕이라고 한다.
두 번째 미술관인 코톨드
갤러리는 인상파의 숨겨진
왕국이라고 할 정도로 런던의 숨어 있는 진짜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은 런던이 아닌 프랑스에서 그려진 인상파 화가의
그림들이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 폴리베르제르의 술집>, 피사로, 르누아르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가끔 미술작품을 보다가 궁금했던 화가에 앙리 루소가 있다. 그의 그림은 몽환적이고 유쾌, 모던, 원시적인 그림 등 독특한 느낌을 주는데,
그는 나이 마흔이 넘어 화가로 변신하였고 미술 공부도 독학으로 했다.코톨드 갤러리에서는 고흐와 고갱, 마네와 모네의 그림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세 번재 미술관은 국립 초상화 미술관이다. 12만 점에 달하는 영국 위인들, 왕족들의 초상화와 사진들이 있다. 이곳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영국 역사라 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곳의 초상화를 통해서 웃지 않는 영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헨리 8세와 그 여인들의 초상화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엘리자베스 1세, 메리 엘리자베스까지 초상화로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미술관은 테이트 브리튼이다. 라파엘 전파 (라파엘로 이전, 르네상스가 아닌 중세 시대의 미술을 본보기 삼아 그림을 그린 모임)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다. 누구나 알 만한 그림은 거의 없다.
다섯 번재 미술관은 테이트 모던이다. 화력발전소가 미술관이 되었다. 개관 당시에는 비난도 많았다고 한다.

" 오래된 발전소 건물을 뜯어 고쳐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것은 구질구질한 발상이라고, 차라리 돈이 없어서 미술관을 못 짓는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낫겠다. "고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대영박물관을 제치고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미술관이 됐다. 소장작들은 현대 미술품들로 샤갈, 마그리트, 달리, 베이컨,
피카소, 뭉크 등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그래서 테이트 모던만의 젊고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찾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