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의 책표지를 보는 순간 '산티아고 순례기'인 작가 '서영은'의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ㅣ 문학동네 ㅣ
2010>이 생각났다.
물론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다 보면 나도 가끔 이런 사진을 찍게 된다. 여행지에 우뚝 선 나의 그림자 사진을.
이런 낯익음을 뒤로 하고 아나운서 '김재원'의 책을 살펴 보았다. 이 책에도 나오는 책이지만 2007년경에 읽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ㅣ 중앙북스
ㅣ2007>을 읽고 라다크를 알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곳인데,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자연 속의 순수한 지역이었던 라다크 세상에 알려지면서 현대화를 맞는 것을 아쉬워 하는 내용을 읽게 되었고, 이후에 이 지역의 여행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대부분의 책들에는 라다크의 변화를 아쉬워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곤했다.
그런데 김재원이 이곳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하니 그는 어떤 여행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깔끔하고 단정한 아나운서의 이미지는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아나운서가 아닌 예능 MC의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하여
간혹 아나운서 출신인 MC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로 인하여 재미를 위한 그들의 행동과 언어에 곱지 않은 시선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KBS의 김재원 아나운서는 그의 에세이인 <마음 말하기 연습/ 김재원 ㅣ 푸르메 ㅣ 2013>에서 썼듯이
" 꾸미지 않고, 덧붙이지 않고, 마음에서 숙성된 담백한 언어로 말하기" ( 마음 말하기 연습
중에서)를 하는 반듯한 아나운서이다. 그는 <마음 말하기 연습>에서
그동안 방송을 통해서, 강의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 속에서, 생활 속에서 느꼈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이 책을 유익하게 읽었다.
두 번째 에세이인 <라다크, 일처럼 여행처럼>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하기에 여행 자유화 이후에 세계 50여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는 저자 소개글에서,
" 생각을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 말하기를 밥벌이 수단으로, 글쓰기를 성찰의 수단으로
삼고, 여행을 마음의 고향으로 여기며 산다. " 고 한다.
그가 라다크로 떠난 이유는, TV프로그램 촬영을 위해서이다. '리얼체험, 세상을 품다'(라다크 편)에서 자전거로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누비기
위해서이다.

"여행지의 첫 느낌은 그 여행을 좌우한다" (p.
28)고 하는데, 그의 첫 여정은 라다크 왕국의 수도였던 레이다. 티베트 불교 사원인 곰파는 마을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다. 그리고 곰파를 비롯한 그들의 삶의 터전에는 기원을 담은 깃발들이 여기 저기에서 나부낀다.

" 만나는 여행자들의 만남과 이별은 지친 여행의 활력소다. " (p.
45)
" 기도깃발은 곰파가 있는 흙산의 오색 꽃이 되어 바람에 꽃잎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p.45)
" 혼자 하는 여행은 성찰을 위한 것이지만, 함께 하는 여행은 성찰을 갈등에 양보한다.
발걸음의 주인은 여행자가 아니다. 여행자가 밟고 있는 땅과 그 땅을 덮고 있는 하늘이다. 나는 그 땅과 하늘에 나를 맡겼다. " (p.
76)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 말하기 연습>을 통해서도 그는 중학교 때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의
마음을 담았었다. 감기가 걸렸기에 임종을 앞두었던 어머니의 병상을 자주 찾지 못했던 아픈 마음을, 그리고 캐나다 유학 중에 갑자기 쓰러지셨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역시 그에게는 그 아픈 마음이 이 책에서도 '상담자'와의 대화를 빌려 언급된다. 상담자의 말처럼 그는 자신을 아픈 부모님을 둔 아들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이제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 아버지의 자리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라다크의 여행을 통해서....

라다크의 여정은 레에서 해발고도 5,328m의 타그랑 라에 이르고, 카르낙으로 그리고 초모리리에서 다시 서울에 이른다.
때론 생각 보다 힘든 자전거 트래킹에 힘겨워하고, 고산증세에 시달리기도 하고, 유목민들의 천막에서 지내면서 그들의 생활을 체험하기도 한다.
야크 똥 치우기, 야크 젖짜기, 치즈 만들기, 술담그기를 하면서....

"넘어진 자리에 머물지만 않아도 인생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쓰러진 자리에서
그대로 남아 있거나 아프다고 되돌아간다면 여행의 종착역은 멀어진다. 여행자의 허기는 다음 마을이 채운다. 우리는 여행자의 허기를 채우면서 넘어진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라다크 자전거 대장정을 마치고 파란 초모리리를 마음에 담은 체 레로 돌아가는 중이다. " (p.
300)
이 책을 통해서 라다크의 이곳 저곳을 따라가 본다. 그리고 촬영을 위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그의 이야기를 읽는다. 책
속에는 몇 권의 책에 관한 짧은 글들도 있는데 모두 읽은 책들이기에 그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느낄 수 있다.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나는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어느 누구 보다 높이 평가한다)에 못지 않은 수려한 문장력은 그동안
그가 읽은 많은 책들을 통해서 다져진 글쓰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