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의 국역완료는 많은 사람들에게 당시의 역사, 생활상, 사회상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를 기초로 한 많은 도서, 영화, 드라마 등이 봇물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흥미을 위주로 하다보니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런 내용들이 정사일까, 야사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게 마련인데, <왕의 한의학>은 철저하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정통 역사서만을 바탕으로 해서 조선 왕들의 건강을 체크해 본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허준>, <대장금>, <마의>등을 통해서 조선의 의관이나 의녀 이야기는 단연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조선 왕들의 건강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도 있었다.
또한, 조선의 역사서 중에는 조선왕들의 독살사건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들도 있는데, 과연 그들이 정적으로부터 독살을 당했을까 하는 의문은
아직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왕의 한의학>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그 바탕에는 당시에 왕이 건강 상태, 질병에 대한
어의들의 처방, 그 처방이 과연 그 질병에 맞는 처방이었을까 하는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데, 그것은 한의학을 전공한 저자만이 할 수 있는
깊이있는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왕들은 어느 정도는 가족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도 가질 수 있다. 많은 왕들이 피부병, 안질, 소갈증(당뇨병), 화증 그리고
심지어는 광증이나 편집증을 앓은 왕들도 있음을 역사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 조선 왕의 몸은 당대 조선의 시대 정신과 과학, 그리고 제도와 정치가 응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의 왕의 체질과 질병,그리고 처방의 의미를 하나씩 되짚어 보는 것은 역사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가운체
하나일 것이다. " (p. 8)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태종 역할의 유동근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태종이 후덕한 인상의 기골이 장대한 무인일 것이라고 짐작을
하지만 실제로는 성격은 강명(剛明) 했으나 체질은 허약했다.
세종이 안질과 요병, 소갈증, 종기에 시달렸음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며 성증은 서증(暑症 : 더위 먹은 병)과 치통이, 사도세자는 광증,
영조는 편집증이 있었다.
그런데 조선초기의 경우에는 의관들의 수준이 매우 낮아서, 판수와 무녀들의 말에 많이 의존하였고, 불교의 힘을 빌어서 병을
고치고자하였다.
부모의 비참한 죽음을 알거나 목격한 왕들이 연산군, 경종, 정조도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종의 경우에는 기록에 '형용하기도 어렵고 치료하기도 어려운 ' 병에 걸렸다는 내용의 기록이 있는데, 그가 복용한 약물로 추측하건대
간질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조는 체격은 컸지만 약골이었고, 그는 스스로 자신의 질병을 진단하고 몸 상태를 파악하였으며, 자신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 지를 자신이
정확하게 알았고, 강한 의지를 가지고 건강을 지켰기에 83세라는 나이까지 장수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평생을 엄청난 량의 인삼을
먹었다고 하니, 검소한 임금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당시로서는 고가의 인삼을 달고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로 유명해진 의녀 장금이는 중종이 남성 의원의 견제에도 수십 년 동안 곁에 두었던 의녀이다.
<동의보감>을 쓴 어의 허준에 대한 평가를 보면,
" 약을 처방함에 있어 허준의 치료 능력을 잘 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대로
옳다고 생각하면 시행하며 정성껏 처신하는 그 뜻을 감안하여 석방한다. " (p. 169)
역사서를 저술한 작가에 의하면 조선왕 27명 중에 10명의 왕이 독살당했다고 말하는데, 거기에 대한 이 책의 저자의 생각은 대부분의 왕의
경우에 의료사고일 가능성이 많음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독살당했다고 하는 왕들의 진료기록이 그대로 사료로 남아 있기에 어떤 질병에 걸려 있었으며, 그 치료 방법이 무엇이었는가, 그 방법이
올바른 치료방법이었는가를 살펴보면서 그런 의문점을 풀어준다.
정조의 경우에는 6월 14일에 증상이 나타나서 6월 28일에 승하하기 까지의 증상, 처방전이 기록되어 있는데, 정조는 의관들 보다도 더
자신의 질병과 처방에 대해서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도세자의 죽음이후에 화증이 있어서 인삼을 기피하였다, 그런데, 그는 마지막
순간에 의관이 인삼을 처방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것이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처방이었다는 결론이다.
이런 처방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저자가 한의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는 한의학 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 책은 곧 이 박사가 환자로 만난 조선 시대의 왕들의 이야기이며, 그는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왕뿐 아니라 당대를 괴롭힌 질병들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한다. 한의학 서적이면서 역사서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는 이 책은 국내 에서
조선 왕들이 앓은 질병의 실체와 치료법, 그의 죽은 이유를 심도깊게 파헤친 유일무이한 서적이며, 앞으로 조선시대 질병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p. 426 : 추천사 중에서)
바로 이 추천사가 가장 이 책을 잘 알려주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한의학 서적이자 역사서이기에 조선 왕들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부터 생각, 활동, 역할, 질병, 처방전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이 그동안
역사 관련 서적을 통해서 살펴보지 못한 내용들까지 고스란히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