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멈춤 Stay>의 저자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즐긴다. 저자 소개글을 읽어보니 여기 저기 기웃거리기도 많이했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한 듯이 씌여져 있지만, 그래도 방송일과 여행작가로서는 많은 일을 한 듯하다.
그가 훌쩍 떠났다가 돌아와서 쓴 <1만 시간 동안의 남미>1,2,3 은 인터넷 서점에서 간혹 본 책이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으나 이 책이 꽤나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듯하다.
'일상생활에서 잠시 떠나서 어딘가에 머무를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안 해 본 사람들은 별로 없겠지만 그건 우리들에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갖기를 원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 보다도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자신의 생활터전이 아닌 그곳에서
떠나서 잠시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저자는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처음 이 책을 구입했을 때에는 인터뷰집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길 위에 머물러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아 놓은 책이다.
책의 구성은 '긴 인터뷰' 13꼭지와 '짧은 인터뷰' 9꼭지가 실려 있다. '긴 인터뷰'와 '긴 인터뷰' 사이에 '짧은 인터뷰'가 끼워져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인터뷰이들을 만나 장소는 중국의 양숴,윈난성에 있는 리장, 따리, 쿤밍 그리고 라오느의 방비엥이다.
길 위에서 멈추어 있는 사람들이 무슨 욕심이 있겠는가?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던 중에 자신들이 좋아하는 곳에 머문 사람들이기에 그들은
대부분 가난한 여행자이자 그 지역을 무대로 한 생활인이다.
그들은 돈이 없어도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누워 쉴 수 있는 곳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들은 그들에게서 행복이 무엇인가를,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 사람을 정말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가 비슷한 꿈을 꾸는 시대에, 조금
다른 꿈을 꾸며 살아도 되는 건 아닐까?" (p. 12)
책 속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스위스인인 나딘 가족, 나딘은 " 내 아이들이 성공한
'승자'가 되기 보다는 삶의 진실을 이해하는 '패자'가 되길 바랍니다. " 라는 말을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나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생각은 이렇게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내 아이가 그 누구 보다도 더 성공한 '승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이런 나는 마음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마음의 수양이
필요할까....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바닥까지 떨어져 보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의 배신을 겪기도 하면서 이런 멈춤의 순간에 이르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기회였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갖출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윈난성에서 8시간 정도 더 들어가는 린창에서 가난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국 젊은이 샤웨위왕, 그는 말한다.
" 공부를 하면 꿈을 꿀 수 있잖아요. 꿈을 꿀 수 있으려면, 배움이 있어야죠, 제가
그들의 작은 꿈이 되고 싶어요? (p. 78)
70 세 미국인 하치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할리우드에서 스튜디오 걸레질부터 시작하여 배우가 된다. 그러나 어느날 병명도 모르는 병에
걸려 죽음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고 죽음의 공포에서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고 자전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게 된다.
죽음이 그를 덮칠 줄 알았으나 '무(無)'의 상태가 되는 순간 그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되었고, 건강하게 세상 구경을 하고 있다.

" 세상엔 떠나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이 있어. 나는 떠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떠나는 것이 머무는 것이지,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좋은 행성 안에 있는 거야. 그러니 떠나는 것이지만 결국 지구에 머무는 셈이지. " (p.
84)
70 세의 힐러리 클린턴은 결혼의 실패를 겪었지만 65세에 80세 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한 경우이다. 그들은 중국 소수 민족을 위해서 3개의
학교와 1개의 티베트 사원을 지어 줄 정도로 베푸는 삶을 즐기고 있다.

" 놓쳐 버리는 사랑은 있어도, 너무 늦은 사랑은 없어요."
(p.239)
이란인 파라스의 가족은 다른 인터뷰이와는 좀 색다른 경우이다. 이란에서 모든 재산을 정부에 빼앗기고
강제로 쫓겨나서 미국에서 아버지가 건축 설계사로 일하다가 열 명의 가족이 중국 따리에 머물게 되었고, 이곳에서 피자와 요구르트 가게, 유제품
공장을 하는데, 이렇게 가족들이 어떤 곳에 머물게 된 경우이다.
겸손해지는 삶, 욕망이 사라진 삶....

이 책의 인터뷰이들을 통해서 그런 삶을 엿 보게 된다.
여행을 하다가 멈춘 사람들의 이야기, 태어난 곳과 상관이 없는 곳에서 스스로가 만든
행복을 야금야금 즐기면 사는 사람들(책 속의 글 중에서)의 이야기.
한 해가 저무는 세밑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자신에게 많은 것을 욕심내지 말고, 겸손하게 살아가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