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도 언젠가의 어떤 기억은 오랜 세월을 흘렀건만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좋은 기억 보다는 끔찍한 공포의 순간들이 더욱
그러한데, 이 책의 저자인 '에릭 캔델'은 그런 기억이 그의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그는 9살에 나치가 빈을 점령하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굴욕을 당하게 되는데, 그래도 그의
아버지가 전쟁 중에 나치에 가담했기에 수용소로 끌려가지는 않았지만 그가 겪은 나치 치하의 1년의 생활을 끔찍한 공포로 남게 된다.
폭도들의 "유대인을 끌어 내려라!" 하일 히틀러!", " 유대인을 쳐부숴라!" ...
학교에서는 급우들이 유대인이라고 조롱과 모욕를 하고 학대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나치를 피해 미국 망명을 하지만 그가 겪은 빈에서의 마지막
1년은 그의 삶을 결정하는 원인이 된다.
그는 맨처음에는 역사학자가 되려고 한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연구에 관한 논문, 나치 집권에 대한 독일 작가들의 반응을 다룬 논문
등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매료되어 정신과 의사가 되지만 의사 보다는 인간 정신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한 과학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그의 연구는 '기억'을 화두로 자신의 삶을 살펴보면서 50여 년간 연구를 하게 된다.
그에게 오스트리아 빈의 어린 시절은 공포의 기억이었지만 미국에서의 삶은 과학의 천국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일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뇌과학자의 살아있는 역사를 적어 놓은 '에릭 캔델'의 자서전인 동시에 '에릭 캔델'의 삶이 과학자로서의 삶이었기에
그의 일생을 통해서 살펴보는 뇌과학 전문서의 역할을 함께 한다.
기억을 이해하기 위해 신경세포를 이해하고, 뉴런들간의 연결된 시냅스를 통해 어떻게 다른 종류의 기억들이 신경 회로상에 저장되는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생물학적 차이는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하는 등과 같은 전문적인 내용들의 설명이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학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안내서와 같은 책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살펴보면,
과감하게 도전하라, 목표에 현실 보다는 이상을 찾아 몸을
던져라.
좋아하는 것을 하라.
동료 과학자들과의 교류 등에 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의 1막은 어린시절부터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 그리고 의대에서의 활동을 다루고 있으며,
2막에서는 본격적으로 정신분석을 연구하는 과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프로이트는 위에서 아래로 나아가는 정신구조 이론을 연구했지만, 컬럼비아 대학의 해리 그런드페스는 그와는 반대인 아래에서 위로 나아가는
신경계의 신호들을 연구하였다.
저자의 연구내용을 보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면 뉴런들의 이야기를 듣은 법을, 모든 정신적 삶의 토대에 있는 전기 신호를
해석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그는 50년을 가르치고 연구를 했지만 여전히 그런 연구들이 재미있다고 말한다. 2000년에는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 책에는 앞에서도 썼듯이, 2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나는, 지난 50년 동안 정신에 대한 연구에서 일어난 특별한 과학적 성취의
역사를,
둘째는, 그 50년을 함께한 저자의 삶과 과학자로서의 연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려운 뇌과학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과학자들을 위한 전문 서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도 '에릭 캔델'의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는 과학자의 자서전을 읽는 의미가 더해지기에 그 어떤 독자들이 읽어도 무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