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정성채 지음 / 싱긋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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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에, 특히 에세이를 읽을 때에는 그 책을 쓴 저자에 관심이 간다.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 왔으며, 지금은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인지를 알게 되면 책 속의 글들을 읽을 때에 훨씬 공감이 간다.

그런데 이 책은 저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긴 수식어만 씌여져 있다. 책제목이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인 것을 보면 중년을 지나 노년쯤 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은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일몰의 아름다움을 보는 듯하다. 흔히 어린시절에 엄마가 '해 떨어지기 전에 와라!'하면서 친구들과 놀러가는 아이에게 하던 말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늦은 오후를 생각나게 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2부, 3부의 내용은 아주 작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1부는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로 저자의 지금의 상황에서 부딪히는 이야기들을 주로 담고 있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는 치매, 존엄한 죽음, 막말, 선거, 인터넷의 사이버 세계, 지인의 문상, 은퇴 후의 삶, 갑을관계 등을 주제로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은 각 꼭지의 제목들만으로도 여러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그런 여지를 주는 의미있는 제목들이다.

'희망이 될 수 없는 희망', '죽음 보다 깊은 죽음', '경쟁해선 안 될 경쟁', '술 푸는 세상', '너무 무거운 약속'....

" 어쨋거나 치매든 중푼이든 그때부터는 존재가 없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잊히는 것과 달리 가족들에게는 세상 그 어는 존재 보다 버겁고 부담스러운 존재가 됩니다. 기존의 단절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 (p.25)

친구란, 친근하면서도 낯선 이름, 곁에 있으면 손님 같은 이름, 부담이 없으면서도 부담을 주는 이름이라고 표현한다.

" 말과 소리 자체에 영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언령신앙(言靈信仰)이라는 것입니다. 밤이든 낮이든 고운 말, 상처주지 않은 말을 써야 한다는 것도 다 이런 오래된 믿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p.44)

특히 1부에서 처남의 죽음으로 화장장에 가게 되고 그곳의 모습과 사람들의 행동, 화장장의 분위기 및 절차 등에 관해서 비교적 자세하면서도 관찰자적인 입장으로 진솔하게 써 놓은 내용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을 마감하는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몇 페이지 뒤에 나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다는 말인,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느냐?' 와 연결지어 생각해 보면 '삶과 죽음은 한 조각'이라 할 수 있다.

'갑입니까 을입니까'에 대한 주제로 쓴 글을 아마도 며칠 전에 읽었다면 공감이 가겠지만 요즘의 세태에서 생각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안간다.

언제부턴가 '갑, 을'을 나누고, '갑의 횡포', '갑질'이란 말이 많이 사용된다. 여기 저기 지나치게 많이 갖다 붙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며칠 전에 터진 항공사의 슈퍼 갑질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자는 "우월적 지위나 힘센 자들의 개별적인 일탈을 두고 '갑질'이니 갑의 횡포니 하는 것은 일종의 언어적 착란이 아닌가 싶습니다."라고 말하면서 " 도대체 언제부터 을이었고 언제부터 갑이었느냐고 말입니다. 지금 갑이라고 내일도 갑일 것이며, 오늘 을이라고 내일도 을이겠느냐 말입니다. 모두가 갑이면서 을이고 을이면서 갑인데, 왜 오직 갑으로만 생각하고 을로만 생각하느냐고 말입니다. (...) 세상만사 갑을무상입니다. 그러면 당신은 지금 갑입니까 을입니까?" (p. 103)

정말 그럴까, 가장 최근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항상 자신이 갑이라 생각하고 갑질을 하고 있으니.....

과연 을이 갑이 될 수 있을까?

2부 '먹고 사는 언저리에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많이 소개된다. 특히 누구에게나 가장 정겨웠던 시절인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추억의 국수 한 그릇은 그 어떤 귀한 음식에 비할 수 있겠는가!

3부는 '깨달음이 불편할 때'인데, 농담의 정치 경제학, 나눔과 분배사이, 파생상품과 파행상품, 멘토와 스폰 등은 좀 더 깊이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나간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는 불교, 경제, 소설, 소설가 등에 대해서 깊이있는 내용의 글을 쓰는 것을 보면 독서량이 꽤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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