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은 책제목에서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 '윌 그레이슨'이 2번 거듭 나오는 것이 강조의
뜻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윌 그레이슨'이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윌 그레이슨'을 만나게 되니, 동명이인의 이름을 써 놓은
것이다.
학창시절에 학급에 같은 이름의 학생들이 있어서 '큰 ooo', '작은 ooo' 이렇게 이름을 부른 경우를 경험한 적이 한 두 번은 있으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만, '윌 그레이슨'이란 이름은 흔한 이름이 아니고 그들이 같은 동네에 살고 있거나 어떤 연관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이들의 만남은 우연처럼 이루어지지만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 아무런 목적도 없는 우연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그 우연을 인지한다는 것은 우연이
우리의 삶에 어떤 식으로든 그 흔적을 새겨 놓기 때문이다. 그 흔적이 가장 깊은 것이 사랑일 것이다." (p.
522)라는 이 책의번역가의 글을 인용하더라도, 삶은 우연의 연속이고 그것이 필연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의 저자를 잠깐 살펴본다. 이 책은 2명의 저자가 함께 쓴 책이다.
이런 시도의 책으로는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가면 생각나게 되는 <냉정과 열정사이>로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쓴 Blu는 남자
작가인 '츠지 히토나리'가 여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쓴 Rosso는 '에쿠니 가오리'가 썼는데 두 남여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10년 후에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게 하여 많은 연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소설이다.
그리고 <사랑후에 오는 것들>은 <냉정과 열정사이>의 열풍을 의식한 소설로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는 <냉정과
열정>의 '츠지 히토나리'가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는 공지영이 써서 한국과 일본의 두 작가에 의해서 쓰여진 사랑이야기이다.
그리고 또 한 작품을 들자면 프랑스의 '알랭 드 보통'과 우리나라의 '정이현'가 공동기획한 소설인데, 앞에 소개된 소설과는 다르게 두
작가는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공통의 주제 하에 각각 다른 연인들의 이야기를 쓴 소설로,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정이현'은 <사랑의 기초 - 연인들>을 썼다.
이렇게 공동집필의 사례를 살펴보았는데, <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의 경우에는 홀수장은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존 그린'이 짝수장은 '데이비드 리바이선'이 썼다. 그러니까 소설의 각 장을 한 장 씩 번갈아가면서 쓴 경우인데, 이 책의 앞 부분을 읽을
때까지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 그냥 공동집필을 했다는 것만을 알았는데, 읽다가 인터넷 서점의 리뷰를 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 책의
끝부분인 <옮긴이 후기>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미국의 청소년들의 일상과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소설 속에는 인터넷 채팅방에서 사용하는 언어들, 이메일 내용, 대화체 등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런 점들이 청소년 소설의 특색을 잘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펼치는 우정과 사랑이야기이기에 그들의 일상 속에서 교우관계, 성에 대한 인식, 학업, 진로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청소년 소설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속어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불편한 심기는 감출 수
없다.
윌 그레이슨이 또 다른 윌 그레이슨을 만나게 되는 것은 아주 우연하게 일어난 일이며, 그것도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
윌 그레이슨은 자신의 고민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채팅방에서 만난 아이작에게 털어놓게 되고, 그와의 첫 만남을 위해서 약속 장소인 포르노
가게에 갔다가 윌 그레이슨을 만나게 되니 그것이 우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또 다른 윌 그레이슨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에 자신의 생각을 털어 놓았던 아이작이 그의 여자친구인 마우라라니....
" 그중에서도 제일 미친 짓은 너무나 신이 나서 당장 아이작에게 모조리 털어놓고 싶어
안달이 난다는 것이다. 이 일의 유일한 당사자인 그에게 말이다. " (p.p. 129~130)
" 어느 포르노 가게에서 윌 그레이슨이 또 다른 윌 그레이슨을 우연히 만나다니, 그것은
둘 다 전혀 연관도 없는 동네에서, 여기에는 분명 무슨 의미가 있을 거란 말이지 " (p. 197)
그런데 이 소설이 우리들에게 주는 따뜻한 메시지는 윌 그레이슨의 절친인 타이니 쿠퍼가 자신이 만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타이니
댄서>라는 뮤지컬을 공연하게 되고, 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우정을 배우고, 사랑을 알게 되며 그들의 마음 속에 상처들이
치유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성장하면서 많은 걸림돌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성장의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