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을 대표하는 책은 아무래도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이 아닐까 한다. 신현림 작가가 알고 있는 시들을 엮어서
만든 책인데, 1권이 출간된 후에 반응이 좋았고, 곧 2편인 사랑편이 출간되었다.
신현림은 '시집을 보면 엄마가 떠오른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보면서 엄마가 떠오르듯, 시를 보면서 딸을 생각했던 것이다.
"딸아, 네가 상처받고 아파할 때 엄마는 같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은 네가 짊어질
인생이기에 말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음을 말이다.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중에서
p.12
신현림은 시인이자 사진작가이다. 문학을 먼저 공부하고, 사진을 공부했다. 그녀는 그동안 다수의 시집을 냈고, 번역도 하기에 역서도 다수
있다. 거기에 동시집도 냈으며, 사진전도 3차례에 걸쳐서 열었다.
"신선하고 파격적 상상력, 특이한 매혹의 시와 사진으로 장르의 경걔를 넘나드는
전방위작가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
서평을 쓰기 위해서 작가의 프로필을 검색하던 중에 그녀의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낸시 틸먼'의 글과 그림에 신현림 역으로 나온
<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 할거야>의 그림책의 번역을 했다는 사실.
그리고 < The Blue Day Book>의 번역.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바다 출판사 /2008>는 미술 관련 서적.
몇 년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앨리스
카이퍼스'의 소설 <포스트 잇 라이프>의 역자였다는 것도 오늘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유방암에 걸린 싱글맘과 철없는 사춘기
소녀가 매일 냉장고에 포스트 잇을 붙이면서 서로의 생각을 소통하던 이야기의 책이다.
그 밖에 <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휴먼 앤 북스,2005>는 자신이 마흔 살에 낳은 딸과의 아빠없이 살아가면서 웃고
우는 싱글맘의 좌충우돌 에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읽지를 않았다)
궁금해서 이 책의 책소개글과 작가 인터뷰까지 찾아보니, 그녀는
2005년 당시 마흔 넷이었는데, 남편과 이혼을 하고 (그녀는 자신의 이혼을 실패가 아닌 실수라고 한다) 홀로서기를 하는 싱글맘이자
워킹맘이었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엄마 살아 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ㅣ흐름출판사ㅣ2011>도 그녀의
에세이이다.

그림책, 소설책에서 역자로, 그리고 시집, 사진 에세이, 미술 에세이, 동시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신현림을 " 다양한 연령대의 마니아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전방위적 작가"라고 말한다.
이번에 읽은 책인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은 2012년에 출간된 책인데, 우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발견하고 사게 된 책이다.
정말로 요즘은 너무도 아름다운 가을빛에 마음이 어수선하다. 나는 어쩌면 '가을을 타는 듯'하다. 가을이면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오늘도 올림픽공원을 거닐다가 비오듯이 떨어지는 단풍들을 보면서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혔다. 휘드러지게 피어난 억새의 모습에도
서글퍼지는 느낌이 든다.
다른 해 같았으면 이런 모습들을 사진에 담았을텐데, 그런 사진찍기 조차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을 담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나만의 생각에 그냥
눈에 담아둔다.
여기저기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 속에 이 아름다움을 담아두기로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샛빨간 단풍잎들이 잔바람에
살랑거린다. 작게, 그리고 조금 크게....
이런 가을날에 무기력해지고 싶지만,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시간들은 남는 시간없이 꽉 채워진 시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지만 그래도 뭔가는 해야되는 날들이다.
신현림 시인처럼 '바다사자처럼 누워'보고 싶지만, 어쩌다 보면 하루 해는 서산으로 저물어간다. 어느날을 붉은 해가 떨어지는 모습에 넋을
놓게 되는 날들도 있다.
" 아, 일어나기 싫어", " 아무것도 하기 싫다", "왜 너는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 이렇게 시인은 자신에게 지인들에게 물어본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있기에.
이 책은 아주 얇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른다.
시인은 요즘 세태를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린 스마트폰 귀신, 사람들이 TV를 보듯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생각,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비교 습관....
신현림의 글은 확실히 문학성도 있고, 대중성도 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매혹적인 작가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이 책 속의 문체는 시적이어서 더욱 마음에 따스함을 더해준다.

" (...) 히아신스의 꽃말을 겸손한 사랑입니다. 고난을 이겨낸 뒤에는 자신을 더욱
명확히 알게 되듯이, 겨울을 이긴 히야신스가 더욱 투명하고 향기롭습니다. 고난마저 사랑하면 인생길이 더 잘 보이듯, 온전히 다 사랑하면 후회가
없습니다. 인생의 꽃샘추위에 떨지 마세요. " (히아신스 테라피 중에서, p. 61)
" 자기 말만 하기 바쁜 세상이에요. 대부분 자기 생각에만 빠져 살기 일쑤죠. 귀
기울여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진짜 모습, 그만이 지닌 보물으 찾아내는 것이고, 그를 더 깊이 사랑하는 일이에요.
(...)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걸 새삼 느낄
거예요. 살아보니 말하기 보다 듣는 게 편합니다. (...) " (아름다운 침묵 중에서 p. 72)

" (...) 이룰 수 없는 꿈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참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나도 오늘은 크림빵처럼 달콤한, 그 이룰 수 없는 꿈을 소망해 봐요." (맨오브라만차
중에서, p. 158)

" 1초의 선택으로 근심은 기회가 되거나 더 큰 근심이 되기도
해요.
당신이 그리웠다는 1초의 한마디로 인생은 큰 용기가
되지요.
조만간 내게도 그런 기쁜 소식이 왔으면 해요.
그 기쁜 소식을 그리워하며 봄 향기에 취해 다녔어요. " (1초의 낙화에 인생의 절정과
몰락이 있다 중에서, p. 178)

아무것도 하기 싫은 오늘이 나를 사랑하기 좋은 날이라고 시인은 말하니, 오늘은 나를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