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사랑하다, 떠나다 - 노마드 소설가 함정임의 세계 식도락 기행
함정임 지음 / 푸르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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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사랑하다,  떠나다>의 작가인 '함정임'은 인생을 짜임새있게 사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문학편집자, 소설창작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1년에 한 달 정도는 꼭 여행을 한다. 소설가이자 여행가인 그녀의 글은 음식으로 치자면 맛깔스러운 밥상을 한 상 잘 차려 받은 후에 다시 그 밥상이 그리워지는 그런 글들이다.

이번에 처음 '함정임'의 책을 읽게 되면서 관심이 가게 된 작가이고, 검색을 해 보니 그동안 읽고 싶었던 <소설가의 여행법/ 함정임 ㅣ 예담 ㅣ 2012>을 쓴 작가이기도 해서 그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

문학과 여행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가 어우러진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 책장을 덮으면서 흡족한 마음이 드는 책이다.

" 이 책은 바다에 떨어뜨린 몇 방울의 포두주가 일으킨, 마법에 홀려 떠난 모험의 일종이자 그 과정에 얻은 발견의 기록이다. 한 편의 시에 이끌려 소리와 색과 향과 맛의 세계에 이르는, 문학과 예술, 음식의 탐험이자 그 과정에 펼친 아름다운 향연이다. " (p. 5)

그동안 작가가 20여 년에 걸쳐서 세계를 다니면서 만난 문학과 예술과 음식의 세계, '함정임의 식도락 기행서'라고 하지만 음식 이야기 못지 않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에 그저 그런 여행 에세이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 놓은 여행이야기가 담겨 있다.

동해바다에서 에게 해로 떠나서 '그리스 인 조르바'와 올리브를 만나게 된다. 크레타에서 포도잎 쌈밥 돌마데스와 장작불에 구워낸 양갈비 요리를, 그리스의 전체요리인 오카포디를  소개해 준다.

이런 음식 이야기는 여행자가 아닌 그곳의 주민과 같은 여행자만이 맛 볼 수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체코에서는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만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들이 있으니, 라이너 마리아 릴케, 스메타나, 드보르작, 야나체크, 에곤 실레 등. 그 중에 몇 인물만을 살펴보면서 오리요리인 카흐나와 굴라시 등을 맛본다.

 

쿠바에서는 체게바라 그리고 헤밍웨이,노래 <관타나메라>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시가농장 마을의 로컬푸드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14개 국가인 그리스, 체코, 멕시코, 쿠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아일랜드, 미국, 헝가리, 터키, 페루, 네팔 중에서 작가에게 가장 익숙한 곳은 파리가 아닐까. 그녀에게 파리는 여행지라기 보다는 여행과 삶이 공존하는 이중적인 공간이고, 그녀의 유럽여행은 파리에서 시작되거나 파리에서 끝맺음을 하게 된다.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골목인 '무프타르임'은 유서깊은 골목으로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해 준다.

파리에서는 에스카르고, 농어구이, 푸라그라 그리고 퐁듀 등, 그런데 달팽이 요리인 에스카르고는 메인 요리가 아니고 식욕을 돋우기 위한 전채요리임을 알려준다. 그런 사실을 모른 채 파리에서 먹었던 에스카르고는 나에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했던 요리인데, 그래도 파리에 가면 에스카르고는 당연히 맛 보아야 할 음식이다.

 

그리고 프로방스식 홍합탕, 카마르그의 흑소 등심 스테이크와 꽃소금, 꽃소금은 폴뢰르 드셀이라 하는데, 지중해 바다의  짠 맛과 태양빛으로 빚어진 소금이기에 이 소금으로 밑간을 한 흑소 등심 스테이크는 별미 중의 별미이다.

 

홍합탕하면 벨기에의 물 마리니에르가 생각난다. 백포도주와 양파, 당근, 바질로 맛을 우려낸 홍합탕, 벨기에서 음식으로는 홍합탕을, 그리고 루벤스의 그림인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보면서 <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와 파트라슈를 생각하게 된다.

터키에서는 케밥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당연한 생각이고, 케밥의 유래는 신속한 이동을 해야 했던 선조들의 유목민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 시시케밥, 도네르 케밥, 조리법도 맛도 다르지만 모두 꼭 맛보아야 할 터키의 음식이며 여기에 새콤달콤한 첫맛, 산뜻한 뒷맛의 석류주스까지....

터키에서 생각나는 작가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 나는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이 책의 작가는 '오르한 파묵'의 자전적 회고록인 <이스탄불>이 다른 소설 보다 작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한다. 나도 '오르한 파묵'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후에 <내 이름은  빨강>을 읽고 그 작품이 좋아서 <이스탄불>도 읽었지만 그 내용이 생각나지 않으니 다시 한 번 읽어 보아야겠다.

네팔에서는 히말라야 커피, 공정무역으로 공급되는 커피를 한 잔 마셔볼까..... 네팔의 커피는 '히말라야의 선물'이라 하는데 맛과 향은 환상이 만들어낸 조화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부산 해운대, 방아(한국산 향초)와 바닷장어구이로 끝맺음을 한다.

 

" 소설가에게 삶은 허구 (창작소설)의 기반이다. 삶을 벗어난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삶이란, 곧 예술이란 소설이자 매순간 소설과 함께 떠나는 미지의 여행이다. 핵심은 뭍이든 물속이든 그곳만의 토양에서 자란 푸성귀와 열매들이다. 본질,  또는 본능이란 생래적인 것이다. 혼(혼)의 부름이며, 대답이다. 예술은, 특히 문학은 거기에 가장 정직하게 조응하고자 애쓰는 작업이다. 그 중심에 음식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p. 322)

함정임의 여행에는 문학이 있고, 예술이 있고, 그것과 어우러지는 음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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