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읽게 된 <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를 읽고 이 책의 저자인 '서진'에 관심이 갔다. 이 책은 북러버들의 성지라고
하는 뉴욕의 서점 순례기이다. 83+4일 동안 51개의 서점을 찾아다닌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은 참 독특하다. 책의 장르가 여행에세이라는
생각으로 읽다보면 로버트와 제니스라는 가공의 인물과 서진이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듯이 픽션이 가미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바로 픽션인 것이다. 여행기에 소설적 픽션까지. 서점 순례기, 소설, 인터뷰 기사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특색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당시만해도 처음 접하는 소설가의 책이라기에는 묘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 관심 작가로 등록된
작가였기에 그후에 소설 <하트브레이크 호텔>도 흥미롭게 읽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출간된 여행에세이인 <청춘 동남아>는 기대감에 읽게 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금 실망스럽다.
서진의 글의 매력은 뭔지 명료하지 않아서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런 글이어야 하는데, <청춘 동남아>는 그저
그런 여행가이드북같은 여행에세이다.
청춘들이 여행경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첫 해외여행으로 많이 선택하는 동남아 배낭여행. 사실 청춘들은 동남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유럽이나 뉴욕과 같은 서구적인 여행지를 선택한다.

여행지는 태국의 방콕, 수린섬, 끄라비, 뜨랑,끄라단 그리고 말레이지아의 페낭, 쿠알라룸푸르, 믈라카 그리고 싱가포르이다. 약 한 달간에
걸쳐서 아내 돌양, 조카 세미와 함께 떠나서 세미는 중간에 돌아오고 부부의 배낭여행이 계속된다.


뉴욕의 서점순례에서는 신비스러움이 있던 여행이 동남아 배낭여행이 되니 패키지 여행의 성격으로 변해한다. 그래서 서진의 여행기에 매료되었던
독자들은 흥미을 잃게 된다.

서진은 그리 평범한 소설가는 아니다. 물론 인지도도 그리 높지는 않다. 몇 권의 소설을 썼지만 잘 팔리지 않는 작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책과 관련되어 낭만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그의 책을 읽어보면 은연중에 느끼게 된다.

물론 여행중독자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도 역시 동남아 여행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왜 동남아 배낭여행을 떠났을까?' 잠깐 드는 생각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여행에세이를 쓰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그만큼 여행스타일에서 신비주의가 확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태국의 수린섬이나 끄라비, 뜨랑,끄라단은 여행 에세이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은 곳이기에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래도 서진의 동남아 여행에는 모험과 도전이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 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곳을 찾기도 하고 외딴섬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청하기도 하고, 바다로 스노클링을 나가는 등 동남아에서의 모험을 즐긴다.


아마도 청춘시절에 하지 못했던 모험을 즐기고 싶었던 듯하다. 이런 점은 서진다운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