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글에 처음 꽂히게 된 것은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지적 수준때문이었던 것 같다. 여행자 시리즈 <여행자 -
하이델베르크>를 읽은 후에 김영하의 책을 한 권씩 읽기 시작했지만 초기작품은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이 몇 권이 있다.
이번에 김영하는 5년만에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보다>를.
<보다>는 앞으로 출간될 <읽다>, < 말하다>와 함께 삼부작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보다, 읽다, 말하다.
<읽다>는 책과 독서에 대한 산문이고, <말하다>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행한 강연을 풀어 쓴 글들로 엮어 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보다>는 ? 김영하의 눈에 비친 한 시대의 풍경을 담았다고 한다.
' 그는 사람을, 세상을, 우리를, '다르게' 보다'라는 책표지 글이 바로 이 책을 대변하는
글이다.

김영하에게 따라 다니는 수식어인 '젊은 작가'라는 말이 뜻하듯, 그는 이제 마흔 살을 훌쩍 넘어 쉰 살을 향해 가지만, 이런 수식어가
아직도 따라 다니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젊기 때문은 아닐까.
어쨌든, <보다>에는 영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 나이지만, 그래도 이 책 속에 나오는 영화들은
많이 알고 있는 작품들이다.
스마트 폰 시대에 '시간' 마저도 불편등 현상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얼마전에 기록을 갱신하며 상영되었던 <설국열차>에서
'머리칸과 꼬리칸'이란 주제로 편집당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2000년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많은 독자들의 서재에 꽂혀 있게 되었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박훈종 감독의 영화
<신세계>와 관련지어서 접근한다.
<건축학 개론>과 캐나다 영화인 <해피엔딩 프로젝트>를 비교해서 살펴보기도 한다.<건축학 개론>의
여주인공인 서연이 자신의 욕망을 타인으로 욕망으로 바꾸려는 여자임을 말하기도 한다.
" 우리의 내면은 자기 안에 자기, 그 안에 또 자기가 들어 있는 러시아 인형이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언제 틈입해 들어왔는지 모를 타자의 욕망들로 어지럽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 (p.
75)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만 파묵'이 2009년 하버드 대학의 노턴 강좌에서한 첫 강의인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 소설은 주인공의 시선에 따라 세상을 보는 것이고 그 세상은 우리가 사는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이다. " (p.129)

추석의 유래와 의미도 살펴본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해가고 있는 추석을 비롯한 명절. 자식은 해외여행, 선물이나 차례 음식은 택배
배송, 부모에게 필요한 물건은 TV홈쇼핑으로....
이를 통해 확실한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사는 사회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보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쓰기 보다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사회현상들에 대한 작가만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이야기를 들려 주기에 읽으면서 책 속의 이야기들에 공감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