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서 가끔 보게 되는 이야기 중에 '쓰레기집'에 관한 내용이 있다. 얼마전에도 20대 엄마가 쓰레기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나왔었다. 집 방안은 쓰레기 처리장을 방불할 정도로 각종 쓰레기로 꽉차 있었다. 빨래를 하지 않은 옷들, 먹다 버린 음식들, 어디에선가 주워
온 것 같은 물건들로 방 안은 쓰레기더미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물건에 집착하고 수집하고 저장하는 행위를 호딩 (hoarding),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호더(hoarder)리고 한다.
저장 강박증이라고 하는 병적인 행동인데, 일반적으로 일반인들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 물건을 구입할 때는 갖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꼭 필요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사게 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 물건이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됨을 알게 된다. 그래도 언젠가는 한 번쯤 입겠지,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하는 마음에서 차곡차곡 쌓아 놓게 된다.
그러나 이미 <단순하게 살아라 /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로타르 J.
자이베르트 공저 ㅣ김영사 ㅣ 2002>
에서는 일상생활을 정리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옷을 비롯한 물건을 버리는 요령까지를 알려 주었다. 이건 현대인들이 물질적인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을 정신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라는 의미일 것이다.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도 이와 그리 다르지 않은 발상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도 선뜻 버리는 성격은 아니다.

예쁜 유리병이 있으면 그 안의 내용물을 소비한 후에는 예쁘니까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모아 둔다. 그렇게 모은 유리병은 싱크대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양말의 경우에도 지인들이 선물로 주기도 하고, 코스트코에 갔다가 5컬레가 한 묶음으로 묶여서 싸게 팔면 사 오고,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그
곳의 풍취가 담긴 물건들이 있으면 자잘한 기념품이나 부적, 상아를 조각한 목걸이, 비즈 악세사리, 인도풍 장식의 커튼 등을 사오곤 했다.

이제 저자는 그 물건들 중에서 버려야 할 물건들, 나중에 버려야 할 물건들을 선별하여 과감히 버리고자 한다.

"딱 일 년만 하루에 하나씩 버리면서 최대한 들이지 않는 생활을 해 보자" (p.
5)는 생각을 갖게 된다. 즉, 일일일폐 (一日一廢)프로젝트이다.

아마도 물건을 가장 많이 주저없이 버리는 때는 이사를 할 때일 것이다. 이사를 한 번 하고 나면 많은 물건들이 줄어들게 된다.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물건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그 중의 가장 하나는 물건들에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물건을 구입할 당시의 사연이 있기에 우리는 버리지를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점은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충동구매,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에
집착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쓰레기로 넘쳐나는 지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물건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

저자는 자신의 손에서 떠나보낼 물건들을 매일 매일 한 가지씩 고른다. 그리고 그 물건에 대하여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버릴 물건과의
이별식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소심하고 버릴 줄 모르는 사람이기는 하다. 365일 동안 버린 물건 중에 가장 많은 것은 양말일 것이다.
무슨 양말이 그리도 많은지 허구한 날 버리는 물건이 양말이니...
게다가 어느날은 버릴 물건을 찾지 못해 버리는 것을 포기하기도 하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기도 한다.
물건을 버리면서 변해 버린 취향도 느끼게 된다. 지금 보면 고개가 절로 갸웃해지는 물건들, 한 때는 그토록 좋아했던 물건들이니.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 버리면서 그 물건에 얽힌 사연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버리는 물건 속에 자신이 버리고 싶은 마음도 슬쩍 끼워서
버린다.
필요없는 물건은 꼭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아도 된다. 나는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일 수도 있으니, 새 주인을 찾아 준다면
완벽한 재활용이 된다.
외국에서는 일상의 풍경인 벼룩시장이 우리나라에서도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못 버린 물건들은 아직도 이렇게 쌓여 있다.

물건 버리기는 단순히 쓸모없는 물건을 처리하는 일이 아닌 '나눔'을 통한 재활용이 된다면 좋을 것이며, 우리는 물건에 집착하기 보다는
우리의 삶을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로 채워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물질적인 것이 차지하던 부분들을 비우는 만큼 그 자리를 그 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채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