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프란치스코 교황에 우리나라에 와서 보여주는 행보는 우리들을 신선한 충격에 빠지게 해 주었다. 2013년 3월에 교황이 된 후에
그를 둘러싼 긍정적인 보도들을 직접 보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교황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는 교황이기도 하다.
제 266대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황, 1283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 2000년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 (아르헨티나 출신),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
그러나 이런 의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는 '낮은 자의 편에 서서 사랑을 전하는 교황'이다. 이는 가톨릭의 근간이 되는 것인데,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사진출처 : Daum 검색 -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를 읽어 보면 프란치스코가 어떤 마음으로 사랑을 베풀었는지를 알 수 있고, 그것은
교황 프란치스코의 마음이기도 함을 느끼게 된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 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 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 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 받으며,
자신을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p.p.
84~85)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 프란치스코의 이런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함임을 우린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신을 겸손의 상징인 '빈자'라고 칭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상의 모든 빈자들에게 전하는 말씀을 담은 책이다. 그래서 읽는
시간은 짧을 수 있지만 읽은 후에 가슴에 와닿는 메시지는 그 어떤 책 보다도 강하다.
" 그 누구의 인생도 강요할 수 없습니다. 인생은 스스로 씨를 뿌리고 물을 줍니다.
각각의 인생은 그 인생의 주인이 주인공입니다. " (p. 22)
이 문장은 세상의 부모들에게 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뽑아 본 내용이다.
이 책의 내용 중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행복지침 10가지'를 살펴본다.
" 첫째, 다른 사람의 삶을 인정하세요.
둘째, 타인에게 관대해지세요.
셋째,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세요.
넷째, 여가를 즐기세요.
다섯째,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세요.
여섯째, 젊은 사람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세요.
일곱째, 환경을 보존해야 합니다.
여덟째,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아홉째, 타인을 개종시키려 하지 말고 그들의 믿음을
존중하세요.
열째, 평화를 위해 힘쓰세요. " (p.p.
136~138)
'행복지침 10가지'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이기에 종교적인 메시지일 줄 알았지만, 우리들이 꼭 지켜야 할
덕목들이나 가치관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아홉째 지침은 의외라는 생각도 든다. 가톨릭의 수장이라면 교세 확장을 들고 나올 법도 한데....
교황은 교회나 교인들은 개종이 아닌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성장하라는 메시지를 덧붙인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익숙해짐'이라는 것이 가져오는 위험을 생각하게 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관심으로 대변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거리의 빈자들을 보고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것도, 궁핍 속에서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익숙함에서 오는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에도 이런 말을 남긴다.
" 사랑하는 젊은이들이여!
결혼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충실하고 결실이 있는 결혼은 여러분을 행복으로 이끌
것입니다. 집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짓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모래 위에 임시 거처를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단단한 바위 위에 지어야 합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됐을 때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함께 풀어 내야 할 때 결혼해야 하는 것입니다. " (p.
80)

요즘 회자되는 말 중에 "내가 누군지 알아!!" 라는 말!!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당신들과는 다른 특권계층이라는 오만에서 나오는 가장 궁색하고 가장 비루한 말이 아닐까. 물론 그
말을 하는 당사자는 자신이 당신들과는 다른 계층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겁주기 위한 방편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서 하는 얼음 한 양동이를 뒤집어 써야 정신을 차릴까 말까 한 사람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남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나는 성심을 다해
세족을 합니다. 사제로서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 (p. 181)
교황은 사제이기에 세족을 하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빈자의 마음으로 우리에게 왔다 갔지만, 그의 언행을 접했던 우리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나부터
빈자의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