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신장섭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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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출간된 <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 김우중 ㅣ 김영사 ㅣ 1989>는 당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가 활동할 무대는 세계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품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후 10년이 지나서 대우그룹은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으로 헤체가 되었다. 23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추징금을 남긴채....

그 오랜 세월 동안 입을 꾹 다물었던 김우중은 지금 <김우중과의 대화>를 통하여 자신이 일구웠던 대우그룹의 해체에 관련한 내용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을 위해서? 진실을 위해서.... 자신과 대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실패한 기업인인 김우중은 요사이 몇 몇 대학에서 강연을 하기도 하면서 눈물을 쏟기도 한다. 그의 이야기는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까?

대우의 발전과정과 해체 과정, 그리고 당시의 한국 현대 경제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대우가 파산을 한 후인 2000년 폴란드를 간 적이 있었다. 여행중에 소금광산인 비엘리츠카에 갔는데, 그곳에서  폴란드 북부의 항구에  살고 있다는 한국인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폴란드에 있는 대우조선에 다닌다고 하는데, 이미 국내에서는 대우의 존재감이 무너진 상태였지만 그곳에서는 대우의 이미지가 꽤 좋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보니 폴란드의 몇 군데에서 대우의 홍보판을 본 것이다.

대우는 이처럼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유럽에까지 발빠르게 뻗어나가던 기업이었다. 그것은 김우중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회에 대한 판단력이 가져다 준 결과일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졌으니...

<김우중과의 대화>의 부제는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이다. 김우중이 말하고 싶은 미련들이 이 책 제목에 녹아 있는 듯하다.

이 책은 한국 현대경제사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인 '신장섭'과 김우중의 대화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 책이 출간 전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내용 중에는 대우그룹의 해체과정에서 가장 큰 작용을 했던 대우자동차가 GM에 헐값으로 매각되었으며, 이 배후에는 김대중 정부의 신진 경제 관료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대우의 파산은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미 2010년 여름에 김우중과 신장섭이 약 150시간에 걸쳐서 한 대화 내용들을 엮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내는 이유를 '대우그룹 해체 전후의 통사(痛史)'라는 말로 시작한다. 대우흥망사와 한국 현대경제사에 대한 역사 바로잡기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그건 과거는 현대와 미래를 바라보는 창이고, 우린 역사 속에셔 교훈을 얻고 미래를 내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은 대우그룹의 성장과정, 대우그룹의 몰락과정, 현재와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짜여져 있다.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대우실업이 1997년에 매출 71조원, 자산 78조원의 한국 재계 순위 2위의 그룹으로 쾌속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해외시장의 개척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90년대에 추진한 대우의 세계 경영이 아시아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김우중은 IMF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기업 구조조정은 한국기업들과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켰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그건 한국 금융위기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대우그룸이 해체되었으며, 거기에는 김대중 정부의 신흥관료의 경제시각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김우중은 이 당시의 세계 경제 상황은 좋았고, 좋은 환율이었기에 세계 시장에 나아가 있는 대우의 경우에는 경쟁력이 충분이 있었다는 견해이고, 당시 경제 관료들은 세계 경제 상황은 너무 안 좋게 생각하는 오판에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

이 책은 김우중 자신의 시각으로 대우그룹을 보는 것이기에 저자는 김우중의 생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기존 문헌에 나온 반대편 입장의 이야기를 대비시키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판단에 이 모든 문제를 남긴다.

그러나 김회장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과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재판과 사면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은 사안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3조원의 추징금이 너무 과다한 액수라는 견해도 있지만, 이 추징금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여야 할까.

 대우 가족들을 남겨 둔 채, 해외도피를 하면서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부분들도 규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우 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그가 챙긴 재산은 얼마나 될까, 그에 비하면 대우가족들은 직장을 잃고 길거리로 쫓겨 났고 그후 어떤 생활고에 시달렸는지에 대한 경영자로서의 최소한의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나 몰라라 혼자 살겠다고 해외로 도피한 부도덕한 행동은 몇 년의 수감생활로 씻겨질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가 대우 파산의 원인을 정부탓(진실 규명에 대한  문제를 떠나서)으로 돌리기 보다는 투명한 경영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먼저 지는 것이 그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김우중은 1999년 10월에 출국하여 약 6년간 해외를 떠돌다가 2005년 6월에 귀국을 하였지만 병으로 인하여 수술을 받은 후에 재판 기간 중에도 병원을 오가다가 징역 8년 6월을 확정받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정지로 풀려 난 후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 사면을 받는다. .실제 복역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고 한다. 

법 조차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이니.

그가 기업인으로서의 도덕적인 모습을 보인 후에 흘리는 눈물이라면 그 눈물은 값진 눈물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담긴 진실 보다는 그의 도덕성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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