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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 과거의 습(習)에서 벗어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윤인모 지음 / 판미동 / 2014년 9월
평점 :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의 저자 소개글이 예사롭지 않다. " 필력은
있는데 작가는 아니고, 학식은 있는데 교수도 아니며, 명상에 대해서 뭘 좀 아는데 도인은 아" (작가 소개글
중에서)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한 권의 책을 엮어 낼 정도의 필력을 가졌고, 명상에
대해서 뭘 좀 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니까. 그는 중3 때에 학교 교육의 무의미함을 알았는지, 학교를 떠나 책 속에 파묻힌다. 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책과도 결별하고 이곳 저곳에서 막일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네팔과 인도 등에서 명상 수행를 하기도 한다. 2000년
이후에는 명상 캠프를 비롯하여 명상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언젠가 길을 가던 중에 '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사람이 붐비던 백화점 주차장 앞이었는데, 평범한
듯한 젊은이가 다가와 몇 분만 시간을 내 달라면서 이야기를 걸어 왔는데, 그때 내 생각은 결국에는 점을 봐 준다고 하거나, 물건을 팔기 위한
수단이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도인인지 방랑자인지 모를 이들이 선문답인지 궤변인지 모를 이야기를 하면서 기행을 일삼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속에는 저자는 자신이 만난 구도자들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도자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사람들의 점을
봐주기고 하고, 술에 쩔어서 살기도 하고, 도박을 하기도 하고, 여자 문제가 복잡하기도 한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땡추처럼,
괴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뚱한 행동을 하면서 잡초처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정말로 도를 알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상의 밑바닥에서 구차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구도자라는 이름으로 이 책 속에 소개하는 것은 그들의
그런 행동이 고뇌와 대결하는 진정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추잡하고 비열하고 아집에 사로잡힌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인간성의 일부분이고,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자 그들을 지탱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평범하거나 비범한 특정 부류의 삶이 있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살아 있거나 죽은 그런
삶이 있을 뿐이라고 말해야 옳으리라. 진실한 삷과 거짓된 삶, 그런 삶이 있을 뿐이라고 해야 옳으리라. " (p.
129)
저자는 이 땅에 살고 있는 도를 구한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명상수행에 대한 생각을 덧붙인다. 명상 수행을 실천하라는 말 보다는
명상에 대한 진실된 생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펴본다.
" 명상은 삶처럼 누구에게나 매우 친군한 것이고, 절대 삶과 떨어져 있지 않으며, 떨어져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당신의 삶은 축복에서 축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 (p. 363)
이 책은 그리 마음에 와닿는 책은 아니다. 구도자라고 자칭하는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도를 빙자하여 기행을 일삼는 것을 도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