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브렌다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쌍둥이에 관한 기록
존 콜라핀토 지음, 이은선 옮김 / 알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이상한 나라의 브렌다>는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다.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주인공이 겪었을 성 정체성 찾기는 힘겨운 일이었을텐데,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 !

이 책의 저자인 '존 콜라핀토'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파헤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이야기이다. 그는 기자출신의 저널리스트로 1998년 <롤링 스톤>지에 '존 / 조앤의 실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씀으로써 데이비드 라이머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이 책은 데이비드 라이머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기 위해서 '유려한 서술'이나 '분위기', 기타 소설에 준하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대화나 장면은 하나도 넣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대화부분들도 데이비드가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의 상담녹취원고를, 정신과 상담기록, 증인 혹은 당사자가 기억하는 말을 그대로 옮게 적었다.

공장 노동자인 데이비드 라이머는 일란성 쌍둥이의 형으로 태어났다. 생후 8개월이 되었을 때에 포경수술을 받게 되는데, 의사의 실수로 성기를 잃게 된다. 그의 부모는 우연한 기회에 TV에 나온 존 머니 박사의 성전환 수술 성공 사례를 알게 되면서 그의 아들을 머니에게 데려 가게 된다.

머니 박사는 데이비드(당시 이름 : 브루스)를 성전환 수술을 하여 여자로 살아가게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연구를 위한 대상으로 브루스를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브루스는 어릴적부터 쌍둥이 남동생인 브라이언과는 다르게 원피스를 입히고, 머리를 길러 주는 등의 여자의 모습을 만들어 주는 것과 동시에 브루스는 여자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이외에도 12년간에 걸친 호르몬 치료와 사회적 정신적 교육까지 병행하게 된다.

머니 박사는 일란성 쌍둥이인 브루스와 브라이언(브루스의 실험 맞춤 대조군이 된다)의 성 정체성 연구를 통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생물학적이 아니라 문화적인데서 비롯된다' 라는 실험결과를 내세우면서 자신의 연구가 성공적임을  대대적으로 선전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브루스는 성기를 잃은 후에도 전혀 여성성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브라이언 보다도 더 남성적이고 과격하였지만 그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브루스의 부모 이외에는 브루스가 그런 연구의 대상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기에 브루스가 여자임에도 남성적인 성격을 보이는 것에 주위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반응만을 보일 뿐이었다. 그러니 브루스는 남자이면서 여자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가정이나 학교생활에 부적응자가 된다.

브루스의 상담을 맡았던 키스 시그먼드슨 박사는 상담을 통하여 머니 박사가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연구는 실패였음을 입증하게 된다. 이미 브루스는 여자가 아닌 남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니 박사는 자신의 성공적인(?) 연구인 '쌍둥이 케이스' 연구를 위하여 쌍둥이 형제를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두 아이는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해 주어야 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래서 형제를 마주보게 하고 옷을 모두 벗기는 행동, 형제가 유사 성행위를 흉내내도록 하는 등의 변태적 행동도 서슴치 않는다. 또한 부모가 보는 앞에서는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형제를 대하다가 , 보는 사람이 없으면 무서운 폭군으로 변하기도 한다.

머니 박사는 이들을 의학의 한계를 무한대로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할  뿐이었다.

연구 결과에 의심을 품은 미키 다이아몬드 등에 의해서 반론이 제기되고, 미키가 찾아낸 물증들에 의해서 머니와 미키의 갑론을박이 있기도 하였다.

특히 이 책의 저자인 '존 콜라핀토'는 성 정체성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던 중에 '쌍둥이 케이스'에 강한 의심을 품고 끈질긴 취재 끝에 그 실상을 밝혀낸다.

머니 박사가 " 인간의 성 정체성을 결정하는 으뜸 인자는 본성이 아니라 학습과 환경이라"(p. 99) 고 말했기에 이 사건에 대한 논쟁은 " 본성 대 양육 논쟁의 전환점이 된 일란성 쌍둥이에 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브루스는 여자로 살던 때에는 브렌다 라는 이름으로 살았고, 다시 남자로 살기 시작하면서는 데이비드로 살았다.

데이비드의 인생을 송두리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존 머니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서 현대 의학사상 '금세기 최고의 성 전문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그 연구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고, 진실을 은폐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었다. 만약에 '쌍둥이 케이스'가 성공적이었다 하더라도 단 한 번의 실험을 근거로 한 이론은 인정받아서는 절대로 안된다. 또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누군가의 인권을 말살하는 행동을 해서도 안된다.

생후 8개월 아이때 부터 유아시절, 아동기, 청소년기,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에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했던 브렌다는 평생을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힘든 삶을 살았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당시에는 데이비드도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에 동의를 했고, 인세도 받을 수 있어서 경제적 도움도 되었지만, 얼마후에 그는 자살을 한다.

데이비드의 남성성을 찾아 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제인과 결혼을 하기는 하지만 그는 아이를 가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어느날 제인이 이혼을 요구하게 되자 그는 더 이상 삶을 지탱할 이유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불의의 사고로 생식기를 잃게 된 한 남성이 자신의 연구 업적에만 눈이 어두운 의사에 의해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그후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겪어야 했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또한 아버지인 론은 20살에, 어머니인 라이머는 18살이란 어린 나이에 일란성 쌍둥이를 낳아 그중의 한 아들을 결국에는 실패로 끝난 사상 초유의 성 심리실험에 맡길 수 밖에 없었던 부모의 애타는 마음이 담긴 이야기이기도 하다.

브루스와 그의 부모에게 벌어진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의학계의 충격적인 실화이다. 소설 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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