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끝 바다
닐 게이먼 지음, 송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살면서 몇 번인가 내 어릴 적에 자랐던 동네를 찾았던 적이 있다. 돌이 지날 무렵부터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때까지 살았던 곳이기에 많은 추억이 담긴 곳이다.

어느날 하루코스로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옛 추억에 잠겨 보았었는데, 동네는 시간을 멈춘듯 그리 변한 것이 없었지만 내가 살던 집은 다세대 주택으로 변해 있었다.

등교길에 오르내리던 언덕길도 걸어보고, 초등학교에 가 보기도 하고, 근처 시장을 돌기도 하고, 어릴 적의 친구집도 찾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때는 높고 크게만 느꼈던 것들이 지금에 되돌아 보니 너무도 작고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학교 가는 길에 높은(지금은 그리 높지 않은) 담벼락에 있던 얼룩을 보고 고양이가 그곳에서 떨어져 죽으면서 남긴 흔적이라고 하면서 그 곁을 지날 때는 무서움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허둥지둥 뛰어 가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어릴 때에는 크게 만 느껴지고,두렵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지금 생각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오솔길 끝 바다>는 나의 이런 경험처럼 어릴 적에 마음에 남겨진 상처가 때로는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미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어른이 되어서 되짚어 보게 해주는 시간여행을 이 소설을 독자와 함께 떠난다.

우리나라 소설에도 이런 설정이 많이 등장하는데, 어른이 되어서 고향을 찾게 되는 계기가 고향에 남아 있는 친지나 친구의 장례식로 시작되는 소설이다.

40대 남자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고향을 찾게 된다. 그는 7살 적의 현실 속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환상 속의 이야기인지 희미한 기억이 되살려 자신이 살았던 집을 찾아 간다.

자신이 살았던 집은 이미 그곳을 떠날 때에 옛 모습이 자취도 없이 사라졌지만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오솔길 맨 끝의 농장까지 가게 된다. 11살 소녀 레티의 가족이 살았던 햄스톡 농가.

그런데, 그곳에는 레티의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당시 그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한 명의 친구도 오지 않을 정도로 책읽기에만 몰두하는 외톨이였는데, 지금도 역시 이혼남에 자녀들은 이미 성장을 한 상태인 누군가와 교류가 별로 없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이다.

흐릿했던 옛 추억은 차츰 생생한 기억으로 되살아나는데....

7살 그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던 고양이를 사고로 잃게 된다. 사고를 낸 오팔 광부는 도박을 하던끝에 자신의 집 자동차에서 자살을 한다.

  

그리고 집에 들어온 가정부인 어슐러 몽턴은 아버지와 불륜 관계를 갖게 되면서 그를 다락방에 가두는 등의 학대를 일삼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 가정부는 괴물이자 마녀이고 소름끼치는 그 무엇 보다 더 두려운 존재이다. 그래서 도망을 치게 되는 곳이 레티의 집이었고. 레티는 자신을 희생해서까지 그를 보호해주게 된다.

이런 사건들 속에서 레티의 집안의 초자연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어린 나이에도 감지를 하기는 하지만 명확하게 그 존재를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물론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진위여부 조차도...

40년 후에 그 때의 일들을 캐묻게 되지만 어릴적의 이야기는 다분히 환상적이 요소가 가미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 각각의 사람들은 사건을 모두 다르게 기억해.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보았어도 그것을 똑같이 기억하지 않을 거다. 그 사람들이 같은 곳에 있었던 아니든 말이야. 서로 바로 옆에 서 있는 두 사람도, 모든 것의 의미에 대해서는 대륙만큼 떨어져 있을 수 있지." (p. 278)

작가인 '닐 게이먼'은 어렸을 때에 부모님이 출근길에 도서관에 데려다 주면 그곳에서 책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독서는 '도서관에서 자란 우울한 아이'를 만들었다. 책과 함께 하면서 얻은 것도 물론 많겠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소설 속의 7살 아이처럼.

그래서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섞여진 이야기라고 한다. 책 속에서 얻은 상상력은 이 소설처럼 판타지 소설이 될 수 있었다.

<오솔길 끝 바다>는 현실 속의 세계와 환상 속의 세계가 공존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어른을 위한 판타지 소설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오래도록 그 사람의 마음에 남아 있게 되면 인격형성에도 큰 작용을 함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일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의 과거 속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자녀 교육에 대해서 깊이있는 생각을 다듬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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