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을 일컫는 말인 `지식소매상`이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은 내가 유시민의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이다. 유시민은 그가 재미있게 읽었던 여러 현대사 책을 다이제스트(발췌요약)하였는데, 이 책에서의 글쓰기는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요약하고 발췌하고, 해석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는 이 책을 읽은 후에 유시민의 책들을 한 권 한 권 읽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어떻게 살 것인가>는 유시민이 정치를 떠나 오롯이 지식소매상으로 살기 위한 결단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다.
2013년 유시민은 정치계를 떠나서 자유인으로 돌아갔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글쓰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자유인이 됨과 동시에 자신이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생각은 `말과 글`이 가지는 차이점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들이 마음 속에 담아 놓았던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는 힘든 경우가 있는데, 글로 쓰게 되면 좀더 부드럽고 정제될 수 있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때로는 말 보다 글이 더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정치인 유시민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강한 이미지보다는 세파에 시달린 후에 자신이 있었던 자리로 돌아와서 어느 만큼의 시간이 흐른 후에 자신을 되돌아 보는 성찰의 시간을 거친 유시민의 모습을 엿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출간된 <나의 한국 현대사>는 어떻게 쓰였졌는지 그 내용이 궁금하다. 그동안에 유시민이 여러 책을 통해서 보여준 그의 폭넓은 지식과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면 이 책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정치 보다는 지식 소매상으로서 많은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지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책들을 많이 쓰셨으면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