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몇 년전에 김형경이 쓴 <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ㅣ 2009ㅣ 푸른숲>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별이란 가슴이 아릴 정도로 아프지만 마음 속에 담아 두면 언젠가 잊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니 그 속에서 이별과 상실을 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슬기롭게 이겨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어느날 갑자기 찾아 왔던 아버지의 죽음은 두고 두고 그 슬픔을 이겨나가기가 힘겨웠다. 그래서인지 <좋은 이별>을 읽으면서 슬픔도 치유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는 바로 김형경의 <좋은 이별>과 마찬가지로 상실과 이별 후의 애도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슬픔은 결코 마음 속에 꾹꾹 눌려 놓는다고 좋은 이별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님을 말해준다.

한 달이 넘게 온 나라를, 온 국민을 아프게 만드는 세월호 사고로 인하여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도 그 아픔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게 된다.

이 책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장은,

" '애도'는 치유의 과정이다. 고통을 가슴에만 품고 살지 마라" ( 책 속의 글 중에서)이다.

이 책을 쓴 두 명의 저자인 '안 앙 셀렘 슈창베르제'와 '에블린 비손 죄푸르아'는 프랑스의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다. '안 앙 셀렘 슈창 베르제'는 10대에 여동생의 죽음을 보게 되고, ' 에블린 비손 죄푸르아'는 6개월 된 아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죽음이 그들에게 엄습하였던 고통을 그들은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기에 살면서 힘든 날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자신들과 같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특히 '안 앙 셀렘 슈창베르제'는 그런 사람들과의 상담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현상과 상황을 제도 안에서 파악하고, 가족적, 역사적, 경제적, 문화적, 국가적, 심리 역사적 맥락에서 파악한다." (저자 소개글 중에서)

그렇다면 애도할 일은 무엇일까? 이 책을 비롯한 정신분석한 관련책에서 말하는 애도는 광범위한 문제를 다룬다. 죽음, 이별, 해고, 실연, 실패 등을 비롯하여 상실감을 가져다 주는 모든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사람에게만 국한 된 것은 아니다. 가족이나 개인, 문화적 기억에 의해 우리가 특별히 애지중지하는 것이라면 모두 해당이 된다.

애도해야 할 일들 앞에서 슬픔을 표현할 수 없었거나, 슬픔을 털어내고 다시 사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심지어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세월호 사고의 자원봉사자가 한 말이  떠오른다. 슬픔 속에 잠긴 실종자 가족 앞에서는 어떤 말을 하기 보다는 묵묵히 그들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 책에도 그런 구절이 나온다. 어설픈 위로의 말은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 충고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은 사람에게 충고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p. 20)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는 자신의 내면상태를 바꿈으로써 부정적인 내면상태를 긍정적인 내면상태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까지는 애도에 관한 정신분석학 책에서는 거의 다루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런 상실이 아닌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상실과 죽음, 즉 수치심을 가질 수 있는 상실과 관련된 내용이다. 자살, 에이즈, 살인, 감옥 수감 등은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기에 이로 인한 상실은 가족들 조차도 드러내고 말할 수 없는, 감추고 싶은 마음이다. 때로는 슬픈 감정을 표현할 수 조차 없기에 이런 경우에는 죄책감과 심각한 우울증을 겪게 된다. 그에 대한 상실감의 치유는 더 힘들다.

" 애도란 중대한 상실이 야기한 스트레스에 개인이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다. " (p. 123)

상실 후에 거치는 단계 혹은 그 과정은 반드시 차례대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서로 겹쳐지기도 하고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충격과 쇼크 - 부정과 부인 - 화와 분노 - 우울증과 두려움 - 슬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 - 받아들임

그러나 받아들였다고 해서, 용서했다고 해서 더 이상 고통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잊어버린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감정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은 18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그 내용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두 명의 저자가 그동안 연구한 자료와 인터뷰 내용 등을 근거로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하였고 글의 내용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씌여져 있다.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충분히 애도하라. 그리고 다시 삶을 시작하라.“ (책 속의 글 중에서)


우린 삶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이별과 상실에 부딪히게 된다. 그때에 충분히 그것을 애도할 수 있어야 함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 애도 방법도 각 사람에 따라서 같을 수는 없다. 그런 상황에 접했을 때에 자기 나름의 비결을 찾아 내는 것도 삶의 연륜이 가져다 주는 것이겠지만 아무쪼록 슬기롭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와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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