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믿어야 될까? 말아야 될까? 내 경우를 말하자면 점을 보러 점집을 찾은 적은 한 번도 없고, 그 자체를 믿지를 않는다. 누군가 어떤
점술가가 잘 맞춘다고 말한다면 그건 우연이거나 아니면 점집에 가서 자신의 이야기를 은연중에 흘렀기에 그것을 토대로 맞춘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점집에 가서 자신의 미래를 알아 보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도 많은 사람을 접하다
보면 첫 인상을 통해서, 말 몇 마디를 건네보면 대충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성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점집 중에는 점을 보러 오는 피점술자들을 위축시키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 점을 보는 방에 들어 오는 순간부터 욕설이나 질책, 호통을
쳐서 점술가가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는 고도의 장치를 쓰기도 하기 때문에 피점술자는 점술가의 말에 고분 고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점을 보고 오는 사람들은 '과거는 참 잘 맞추더라~'는 말을 하곤한다. 아직 점술가가 말한 미래의 예측은 아직 모르는
상태이고, 만약에 미래를 못 맞춘다고 해도 그만이고, 다행스럽게 점술가가 말한 미래의 어떤 부분을 맞춘다면 그 점술가가 '잘 맞춘다'는 이야기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나와 같은 경우에는 점을 본다는 그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없겠지만, 책제목에 이끌려서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유명하다는 점집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곳을 찾은 저자는 과연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느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점은 답사 대상이 된 점집에서는 어느 정도의 적중율을 보일까 하는 점이었다.그런데, '혹시나'하는 생각은 '역시나'로
책장을 덮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2012년부터 약 1년간에 걸쳐서 <한겨레>의 '매거진 esc'에 <나의 점집 문화 답사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고, 그것을 이번에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점의 장르에 따라서 신점, 사주점, 성명점, 관상, 손금점, 타로를 잘 보기로 유명한 곳 5곳을 답사하여 각 점에 따른 점집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답사대상이 된 점집은 점집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평가를 얻은 곳들이다. 이런 점집들도 이제는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역삼동 일대에
신흥군락지로 급부상하는 추세라고 하니, 점을 보는 사람들의 수준이 우리들이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수준 이상의 학력과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또한, 점집들은 예약은 필수인데, 몇 주에서 몇 달까지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신점은 신내림을 받아 내림굿을 받은 무속인이 점을 친다. 내림굿을 받은 직후가 가장 '신빨'이 좋다.
사주점은 주역, 토정비결 등 각종 고전들을 매뉴얼 삼아 시행되는 지식기반 점술이기에 신점에 비해서는 사주점이
적중율이 높다. 그런데, 사주점을 믿는다면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동명이인은 모두 똑같은 인생을 살아야겠지만 이런 상황을 언젠가 TV에서
추적해 본 경우가 있는데,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성명점은 이름은 사주, 즉 인생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운명철학적 이론으로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한 번 지으면 싫건 좋건 평생을 함께 해야하기에 좋은 이름을 지어야 하겠기에 아이의
이름을 작명소에서 짓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찾게 되는 것이 성명점이다.
관상은 꼭 점집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정도 사람을 접하다 보면 사람의 용모와 성격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로는 대기업에서 사원 면접시에 관상을 보는 사람을 참석시킨다는 말까지 있으나
관상이론에서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하는 관상은 그리 대단한 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손금점은 손금개념도만 안다면 일반인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점이다. 그래서 생명선, 운명선, 재물선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여기까지를 우리의 고유한 점이라고 한다면 14세기 유럽에서 사용한 타로카드로 점을 치는 타로점은 서양의 점이다.
타로는 점이라기 보다는 심리 스토리텔링이다. 카드들을 매개로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일종의 스토리텔링과정이다.
장단기 미래 예측을 하는 우리의 점과는 달리 타로점은 현재에 대한 조언을 주로 한다.
그래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타로점은 인기를 얻고 있으면 타로 카페까지 등장하였다.

이 책은 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저자의 필치이다. 궁금한 점이 있어서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과는 달리, 점집의 분위기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제3자적인 시각으로 유쾌하게 꿰뚫어 본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트릭을
쓰는데, 과연 점술가는 알아낼 수 있을까 하는 엉뚱한 발상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점술가에게 이런 눈속임을 써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을 그대로 점집 답사에 적용해 본다.
관상점을 보러 가면서 티가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성형을 한 여성을 동행한다거나 성명점에 가면서 기혼자를 미혼이라고 속인다거나....
'이래도 맞출 수 있을까?', '아니, 못 알아 보는데...' 와 같은 그런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점집을 찾으면서 신빙성을
검증해 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인데, 바로 그런 점집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다섯 장르의 점집 그리고 서양의 타로점까지 그 의미를 찾아 보고 유명 점집을 찾아 보는 '점집 탐구 에세이'인 이 책은
어떤 것을 얻으려는 생각 보다는 그저 흥미로운 발상에서 출발한 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