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나이팅게일
문광기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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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연처럼 다가온 일에서 새로운 변환의 시점을 찾기도 한다. 여기 남들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에는 모든 것을 갖춘  잘나가는 대기업 직원의 변신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인물이 있다.

'제 직업은 간호사입니다'라고 멋지게 말하는 문광기 이다. 남자 간호사, 예전에는 있지도 않았던 여자만의 직업으로 우린 그들은 '백의의 천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제는 병원에서 가끔씩 만나게 되는 남자 간호사. 그러나 아직도 그들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다.

'미스터 나이팅게일'은 남자 간호사인 문광기의 삶의 이야기이자 병원일기이다. 그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중국여행 중에 위급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을 기지를 발휘해서 도움을 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여행중에 병에 걸린 자신이 그의 도움을 받게 된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았던 그들은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 외국인이 남자 간호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남자 간호사란 직업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필리핀 발리카삭 섬에서 스킨 다이빙을 배우던 중에 과거에 성취했던 모든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아닌 오히려 그것들이 상실감으로 변해 다가옴을 느끼게 되면서 인생 최대의 변환을 맞이하게 된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을 선택하기로 한다. 그래서 다니던 대기업도 그만두고, 상견례를 앞둔 여자 친구와의 만남도 결국에는 이별로 끝맺게 된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벗어 버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간호학과에 편입을 하고 지금은 8년차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큰 힘이 되어 준 글은 "주어진 삶을 살아라. 삶은 멋진 선물이다. 거기에 사소한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 (p.55)

<미스터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저자가 남자 간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길을 가게 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직업이 간호사이기에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병원.

사연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사연도 역시 다양하다. 모두가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읽는내내 슬픔으로 다가온다. 

평생을 고생만 하신 어머니, 이제 자식들이 용돈을 드릴 만큼의 형편이 되었지만 어머니는 폐암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서 아들과 딸은 어머니가 폐렴이라고 속이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병이 폐암임을 알고 '앞으로 나 얼마나 남았어요?'하고 저자에게 묻는다. 자식들이 폐암임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기에 병명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지만 어머니는 수술 후에 세상을 떠난다.

그는 환자에게 진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과 어머니에게 병명을 숨겨서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지길 바랬던 자녀들의 결정에 대한 판단 사이에서 마음의 방황을 했지만 그의 생각은 환자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더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이 책 속에 싣고 있다.

나 역시 저자의 생각에 공감을 한다. 삶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들은 그 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죽음을 앞둔 시간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

" 인생은 한 번 밖에 없고 죽음이라는 것도 인간에게는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 한 번뿐인 시간을, 비록 생을 다하는 순간일지라도, 주위 의지가 아닌 본인의지로써 충분히 존중받으며 보낼 수 있다면 환자에게 있어서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내 삶이 내 것인 것처럼 결국 목숨의 주인공도 본인이라는 것을 본인도 주위 사람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 (p. 135)

독거노인의 죽음, 에이즈 환자가 내원해서 검사를 받을  때에 의료인이 가져야 할 태도,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 대한 생각, 국내외 의료봉사 등에 관한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느꼈던 생생한 이야기들을 이 책을 통해서 들을 수 있다.

흔히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곤한다. 자신들이 봉사를 하려고 갔던 곳에서 오히려 그들에게 위로의 마음과 희망을 발견했다는 말을. 그 역시 그런 생각을 말한다.

그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을까. 거기에 대한 글을 마지막으로 실어 본다.

"지금 이 순간을 떠나서 다른 내 인생이란 존재할 수 없다. 현재에서 기회를 찾고 배우고 도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 (p. 259)

"원래 나의 꿈은 간호사가 아니다. 아니, 꿈을 말하는데 직업으로 대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꿈은 항상 진행형이다. 간호사가 되고 보니 배운 기술로 의료 봉사도 할 수 있고, 나누려고 했던 것들이 오히려 내 내면을 채워주었다. 더 나아가 내 삶을 이야기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진행형들이 나의 꿈이다. 삶의 귀로에서 이제까지 선택한 길, 그리고 앞으로 선택해야 할 길이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유일 한 것은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어제를 보았고 오늘을 사랑하고 만족하기에, 내일 또한 두렵지 않고 기대된다. " (p.p. 261~262)

그는 삶의 모든 순간 순간을 이렇게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 나가고 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내면에서 울리는 작은 속삭임에 귀기울여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주인이 되어 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삶이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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