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에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적도 있는데, 그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사회의 미혼모에 대한 편견은 해외
입양으로 이어진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입양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기에 아이를 입양하려는 가정이 극히 드물다. 그래서인지 유명
연예인 부부의 공개 입양은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의 원작인 실화를 바탕으로 쓴 <필로미나의 기적 : 잃어버린 아이>는 1950년대에
아일랜드에서 사생아를 낳은 어린 어머니들이 처했던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해
준다.
어머니와 자식의 인연, 핏줄로 이어진 관계이기에 항상 끈끈한 정이 그들 사이에는 존재한다. 그 인연의 끈을 종교라는 미명하에 단칼에 끊어
버렸던 당시의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결코 읽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인 ' 마틴 식스미스'는 필라미나와 앤터니가 이별을 하게 된 그
실화를 찾아내서 조사하였으며, 그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을 빌어서 써 내려간다.
특히 1950년대의 아일랜드의 카톨릭 교회의 입양법, 1970년~1980년대의 미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 동성애자인 게이에 대한 관점,
에이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에 <필로미나의 기적>이란 책제목만으로는 아들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필로미나가 아들을 찾아 나선
이야기가 주축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제1부 1955년 12월 18일 앤터니가 양부모를 만나기 위해서 떠나는 이야기로 필로미나의
이야기는 거의 끝맺어지고, 제 4부에서 다시 필로미나의 아들의 무덤을 찾게 되는 이야기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필로미나의 아들인 앤터니, 즉 마이크의 일대기에 해당된다.

1952년 7월 필로미나는 아버지와 오빠에 의해서 숀 루스 수녀원에 맡겨진다. 필로미나는 엄마가 없었기에 제대로 된 성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리버릭 축제날 만난 존 매키너니로 인하여 임신을 하게 되었지만 십 대 소녀에게 그 순간은 아직도 소중한 순간들로 남아 있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으니, 아일랜드에서는 미혼모는 수녀원에 맡겨져 아이를 낳게 되고, 가족들이 100 파운드를 내야만
수녀원을 나갈 수 있다. 아니면 3년간 수녀들을 위해 세탁, 밭일, 요리 등의 잡일을 해야 한다. 물론, 미혼모의 아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가정으로 팔려 나간다. 카톨릭 교회에 내는 기부금이라는 명목으로 내는 돈은 최고 2000 달러에 이른다.
입양 장사를 하는 셈인데,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거론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수녀원에서는 미혼모들에게 그녀들이 버림받은 영혼, 타락한 영혼,
천벌을 받을 인생이라는 등의 협박을 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각서를 받아 낸다. 이렇게 아이들은 먼 곳으로 팔려간다.
" 안 돼 ! 안 돼 ! 내 아기는 안
돼! 내 아기를 데려가지 마 ! (p. 105)
필로미나의 아들인 앤터니는 미국 세인트 루이스의 의사 가정에 입양이 된다. 양모인 마지가 수녀원에 와서 선택한 아이는 여자 아이인
메리였지만 앤터니까지 입양을 하게 된다.
앤터니는 입양이 되어 마이클 A. 헤스 (마이크)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환경과 상황에 잘 대처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 속에는 항상
자신의 엄마들이 그들을 왜 버렸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어렴풋한 기억들이 잔존한다.마이크은 세살 반에 입양되었는데도, 엄마인듯한 사람이 불러
주었던 노래가 기억난다.
겉으로는 학교 생활도 잘하고 가정에서도 착실한 아들로 자라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인생을 황폐하게 만든 끔찍한 이별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마이크은 법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인재로 성장하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인 미국의 공화당 주요 정책 자리에 올라 백악관 중진 관료가
된다.
그러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동성애자가 되고 에이즈에 걸려서 죽게 된다. 여기에서 이런 마이크의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정책이나 당시의 사회상이 소개된다.
그리고 마이크이 동성애자이기에 1970년대의 동성애자에 대한 법이나 그들에 대한 시각들이 상세하게 책 속에 담겨진다.
마이크은 학교 입학을 위한 서류에서 자신의 입양 사항을 파악하고 숀로스 수녀원에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나중에는 직접 그곳을 찾아가서 원장
수녀인 바버라 수녀와 힐더 가드 수녀 등을 만나기도 하지만 수녀들은 마이크에 대한 정보와 필로미나의 소재지를 알고 있음에도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천사의 얼굴을 한 수녀가 카톨릭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서, 자신들의 악행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어머니와 아들의 만남을 막아 버린 것이다.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악행, 거기에 일조를 한 아일랜드 정부.
훗날 필로미나는 숀 로스 수녀원의 묘지에 새겨진 죽은 이의 생년월일을 추적하여 아들을 찾아내고 그의 족적을 더듬어 간다.
평생을 고통과 상실감에 갇혀 살았던 필로미나가 자식의 무덤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토록 엄마를 찾고 싶었던 아들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 그러니까 내 생모도 나를 찾고 있는 것 같아. 마크, 그녀가 지금도 나를 찾고
있다고. 그래서 나에게도 자신을 찾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라고. 미친 생각같아?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 (p.
307)
누군가를 오랫동안 열렬히 사랑한다면 언제든 그들은 닿을 수 있다고 있다고 하는데, 마이크이 그토록 엄마를 그리워 할 때에 필로미나도 피나는
눈물로 아들을 보고 싶어 했음을 그들의 이야기를 되짚어 보면 알 수 있다.

마이크는 아무 것도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생모를 만나면 그가 지금껏 느꼈던
슬픔과 고통을 풀어내고 자신의 삶이라는 퍼즐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되뇌었다.
" 만일 지금 그녀를 찾지 못한다면 다시는 찾을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나라는
사람이 사라져 버리기 전에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야 해" (p. 475)
50년 아닌 평생을 가슴에 아들을 품고 살았던 필로미나,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했던 앤터니(마이크)
아들은 죽어서도 엄마를 그리워 했기에 기적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통해서 미혼모와 입양에 대해서 편견 보다는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