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행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여행을 했던 곳들은 다시 한 번 그곳에 가보 싶은 마음에, 여행을 하지 못한 곳은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꼭 가보아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책들을 읽었다.
그런데, 꼭 여행을 염두에 두고 읽은 책들도 있지만 때로는 세계 곳곳의 역사와 문화 등에 관심이 가서 읽은 책들도 있다.
<그대 나의 봄날>은 아프리카 여행 에세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읽은 책이지만 책을 덮는 순간에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책이다.
아프리카의 풍물이나 아름다운 경관을 기대하고 읽은 내 자신이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길을
떠나는 젊은이들이 쓴 여행 에세이들이 많다. 이 책도 읽기 전에는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책을 펼쳤지만, 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마음이 따뜻한 네 명의 여자들의 아름다운 아프리카 사랑 이야기였다.

혹자는 '구태여 아프리카까지 가서 봉사활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 세계는 하나이고, 우리 보다 경제적으로 한참 부족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그들을 위해서 재능 기부를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가를 생각할 수 있으리라.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좀 더 들어간 작은 마을 '마이마히유', 이곳이 네 명의 여자들이 함께 재능기부를 한 지역이다. 이곳에는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고아원이 있다.
이곳 어린이들과 함께 교회의 낡은 벽에 벽화를 그리기도 하고, 악기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마을 체육대회를 열기도 하고, 이곳 주민들에게
옥수수를 나누어 주기도 하면서 재능기부를 한다.

그리고 케냐에 세워진 축복의 곳인 조이홈스 10주년 축하공연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한국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낙후하고 없는 것이 많은 이곳에서 그들은 한국에서는 느낄 수도 없었던 행복을
느낀다.
행복을 주러 갔지만, 오히려 그들이 행복을 받아가지고 온 그런 여행이다.

" 아프리카 땅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참 신기한 곳이다. 그건 아마도 겉으로는
가난해도 마음은 풍요로운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 (p. 66)

그리고 그들 중에 한국에 돌아가야만 하는 이는 떠나고, 저자는 <사과나무> 기자 시절에 인터뷰를 했던 선교사가 살고 있는
탄자니아로 간다.
같은 아프리카이지만, 케냐와 탄자니아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케냐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이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하고 환경도 지저분하고 열악한 느낌이다.
그러나 탄자니아는 사회주의 국가로 케냐 보다 가난한 나라이지만 환경은 깨끗하고 정리된 느낌이다.

저자는 탄자니아를 거쳐서 그녀가 NGO를 통해서 얻은 첫 아들을 만나러 가려다가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그후에 그녀가 후원을 하는 아들이
입양을 끊는 일이 생기니, 그때에 말라위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케냐의 조이홈으로 이렇게 약 50일간의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보낸 삶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인 '박진희' 는 아프리카에 후원하는 어린이가 몇 명 있다. 그리고 그의 꿈은 아프리카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행을 함께 떠났던 이들은 제 3세계 어린이들에게 도서관을 만들어 주는 <천국 한 조각>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이 책에도 소개되지만 여행 에세이스트인 '오소희'는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도서관을 지어 주고 있다는 글을 그녀의 저서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제 3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는 따뜻한 손길들이 있다.
< 그대 나의 봄날>은 저자가 아프리카에 다녀온 지 4년이 지난 후에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녀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도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네 명의 여자를 만날 수 있다. 진심이 담긴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