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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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대학 수능시험에서 사탐 선택과목이 되면서 학생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서울대학의 경우에는 한국사를 사탐 필수 과목으로 정해 놓으니 서울대를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은 한국사를 선택할 경우에 상대적으로 수능 등급이 낮아질 수 있으니 더욱 기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2017년부터는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된다.  거기에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까지 있으니 이런 한국사를 둘러싼 상황들이 어찌 씁쓸하게 느껴진다.

한국사를 제대로 알고자하는 것은 한국인이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이렇듯 한국사에 관한 한국인의 역사적 소양이 그리 높지 않은 시점에서 '민음사'에서 '민음 한국사' 시리즈를 16권을 내놓게 된다. 아직 시리즈는 <조선 01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과 <조선 02: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만이 출간되었다.

 

앞으로 나올 16권의 책을 한꺼번에 모으면 시대순으로 정리가 되겠지만, 그 첫 번째 권이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이라는 것이 조금은 의아했다. 시대를 거슬러 현재와 가장 가까운 조선을 제일 먼저 재조명해 본다는 것이 기존의 한국사 시리즈들과는 좀 다른 구성이고, 특히 시대를 100년을 단위로 하는 기간인 '세기'로 나누었다는 것도 새롭게 다가왔다.

얼핏 15세기 하면 그 시기가 정확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선이 건국한 해인 1392년과 세종의 한글창제인 1443년을 기억한다면 그 시기가 명확하게 다가올 것이다.

한국사에서 15세기란 이렇듯 조선 500년의 첫 세기인 조선 전기로 제 3대 태종에서 제 10대 연산군에 이르기까지 8명의 왕이 한반도를 통치한 때이며 성리학이 대두된 시기이다.

즉, 15세기는 조선 문화의 개화기로 세종에서 성종에 이르는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문명국가를 지향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기존의 한국사 관련책이라면 시대를 왕조별로 나누었을 것이며, 조선을 좀더 세분화한다면 조선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었다. 그러나 '민음 한국사'는 15세기는 왕권 중심으로, 16세기는 사대부를 중심으로 각 세기별 주인공을 중심으로 역사를 깊이있게 파악해 본다.

이 책이 더 특별한 것은 15세기 조선을 중심으로 다른 세계들은 어떤 모습이었으며, 그러한 세계 속에서 조선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가를 자세하게 살펴본다.

조선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중국의 명나라, 그리고 서양의 여러 국가들의 당시의 상황을 살펴본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을 다루면서 그동안 세계사에서 등한시하였던 이슬람 세계까지를 다루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15세기 세계는 어떠하였을까?

영국과 프랑스의 기나긴 전쟁이었던 백년전쟁 (1337~1453)이 있었고, 영국에서는 두 가문의 전쟁이었던 장미전쟁(1455~1485)의 결과 헨리 7세가 절대왕정의 기초를 다지게 되고,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카스티야 - 아라곤 연합왕국이 들어서면서 강력한 절대왕정 국가가 탄생한다.

15세기 서유럽은 이런 사건들로 인하여 기사계급이 몰락하고 절대왕정이 등장한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만한 역사적 사건은 1453년 메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장악하면서 동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이슬람세계가 들어선다.

이렇게 '민음 한국사'는 세계적 사건들까지 한국사와 함께 조명해 본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필요한 자료들이 있으면 그림, 지도, 삽화 등을 통해서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한 사례로 이슬람 세계의 우주관과 당시 우리나라의 우주관을 비교하여 실어 놓았다.

이슬람 세계의 우주관(1583)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지구와 천제가 모두 둥글다는 것을 이미 보여준다. 그러나 이미 2세기 정도가 지난 18세기의 조선의 천지도에서는 네모난 천하를 거의 중국이 다 차지하고 중국 주변에 여러나라가 작게 자리잡고 있으며 그 주변에 둥근 우주가 감싸고 있다.

또한 조선의 지도인 <혼일강리 역대국도>에 대한 설명도 지도를 세분하여 자세하게 보여주면서 다른 나라의 지도들과 비교 설명된다.

<혼일강리역대국도>의 세계사적 의의는 서양보다 100년 전에 아프리카의 온전한 모습을 그린 최초의 지도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의 많은 부분이 <혼일강리역대국도>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고, 그 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세종의 업적이다. 4군6진의 설치로 두만강과 압록강을 조선의 영토 끝으로 만들고, 천문과 예악을 정비하고 조선의 농서를 편찬하고, 천문학을 비롯한 과학기술을 발달시키고...

가장 중요한 한글창제에 이르기까지. 

15세기의 절반은 조선의 가장 뛰어난 국왕인 태종과 세종의 치세가 아닐까 할 정도로 그들의 업적은 대단하다. 그중에 세종은 '한 명의 국왕이 이룰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 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역사 관련 교양서적을 읽어 보았지만 그 책들과는 다른 구성이 돋보인다. 기존의 시대구분과는 다른 세기를 서술 단위로 설정하고 한국사의 주제와 흐름에 따라 세계사적 시각으로 (조선과 주변국가, 그리고 서양, 이슬람세계까지 아우르는) 우리의 역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서 한국사 읽기에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본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필요한 자료를 총망라하여 수록하였다.

 

'민음 한국사'는 '오늘의 역사는 과거를 반복하고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문제를 담아 새로운 과거로서 쓰여야 한다' (책 내용 중에서)는 취지로 한민족이 걸어온 수천 년 역사를 공정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다양하게 조명한다.

앞으로 출간될 '민음 한국사'시리즈까지 읽게 된다면 그동안 우리의 역사를 자세하게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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