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작가로 활동하던 '강세형'의 첫 번째 에세이인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를 2010년 출간 당시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적의 텐텐클럽', '테이의 뮤직 아일랜드', '스윗소로우의 텐텐클럽'등에서 소개되었던 글들의 원고를 모은 책이었는데, 어떤 격식에
얽매이지 않은 솔직한 일상의 기록들이 공감이 갔다.
그래서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인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도 관심이 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는 첫 번째
에세이가 더 좋았다.
그러나 두 책의 형식은 그리 다르지 않고 아주 솔직하고 사소한, 그리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가질 수 있는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기억 속의 남아 있는 어느날의 이야기, 이제는 떠난 사랑 이야기, 친구 이야기, 학창시절 이야기, 그리고 평소에 갖고 있는 작가의 소신이
여과없이 그대로 글로 쓰여져 있다.
강세형은 라디오 작가로 10 여년을 살아 왔고, 이제는 라디오 방송을 떠나 그동안 자신의 글을 남의 이야기처럼 썼던 글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쓰는 그런 글을 쓰고 있다.
그녀의 꿈은 원래 작가가 아니었다. 다른 꿈을 꾸었지만 그 꿈을 놓아 버리게 되자, 그녀에게는 작가의 길이 보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그러나 포기를 했기에 찾아 온 뜻밖의 즐거움이 바로 작가의 길이었고, 그 길에서 그녀는 행복하다.
그래서 인생은 참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 그래서 나는, 포기 또한 재능이고 용기인 것만 같다. 사랑에 있어서도, 살아감에
있어서도,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적의 답은 어쩌면 '포기'안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 최적의 답이 어쩌면 나도 몰랐던
'내가 원하는 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p. 102)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은 한 번 쯤은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 '마치 내 이야기와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에서 스쳐가는 그런 이야기들, 그리고 마음 속에 담아 두고 간직했던 옛 추억 속의 이야기들이 살포시 마음
위로 올라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와 아주 오랜 시간 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 (p.p. 290~291)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조금은 걸려진 아름다운 이야기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언어 순화가 되지 않은
상태의 입에서 그대로 뱉어진 말을 그래도 써 놓은 부분들은 솔직함 보다는 책을 읽다가 눈살이 찌푸려지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