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랑하라 - 김수환 추기경의 영원한 메시지
전대식 엮음.사진 / 공감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김수환 추기경이 우리들에게 남긴 말씀이다. 2009년 2월 16일 선종을 하셨지만 아직도 우리의 가슴 속에는 그의 모습과 말씀이 남아 있다.

그의 인자한 미소, 아니 인자함 보다는 어린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바보 김수환을 잊을 수 없게 만들어 준다.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였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도 사랑하라>는 김수환 추기경을 약 20 년 가까이 사진에 담아 온 평화방송, 평화신문의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과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과 그가 남긴 글 들, 그리고 지인들이 제공한 사진들을 담아 놓았다.

이 책의 저자는 2012년 3월에 김수환 추기경 선종 3주기 추모 사진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때에도 추기경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겨울 보다 더 추운 2009년 2월,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잠시나마 보고 싶어 했던 많은 사람들이 명동 골목 골목을 돌아 돌아 꽉 메웠을 때에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인가를 기다려서 명동 성당으로 올라가는 언덕 곁의 계단을 오를 때에 거기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이 책 표지에 나온 사진도 거기에 걸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사진의 김수환 추기경의 볼에 입을 갖다 댄 어린 아이의 사진. 어린 아이의 마음과 미소를 꼭 닮은 이 사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펼쳤다.

아주 간단한 글들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의 젊었을 때의 사진에서 마지막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 실려 있다.

 

인자한 미소와 따뜻한 마음 그리고 고귀한 말씀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김수환 추기경은 명동 성당 종탑 위에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을 참 좋아 하셨다고 한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자신을 따라 다니던 보름달에 대한 향수가 평생 그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명동 대성당 종탑 십자가에 달이 걸린 야경을 못 보게 된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이 걸린 야경은 정말 일품입니다. 나는 그 야경을 무척 좋아합니다. 달 밝은 밤에 외출했다 돌아 올 때면 그 달빛 야경을 더 감상하려고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곤 했지요. " (p. 17)

 

 

 

그리고 윤동주의 서시도 좋아했다고 한다.

"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도 특히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대목을 좋아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도 참 좋은 시이지만, 감히 읊어볼 생각을 못 합니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운 게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 (p.95)

나는 얼마전에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사제 서품식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품식이 열리는 장소의 밖에는 각 성당에서 사제가 된 사람들을 축하해 주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젊은이들이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사제. 그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많은 고뇌들 그리고 외로움.

물론 사제들에게는 그들의 신이 있기는 하지만 종교적인 삶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느끼게 되는 근원적인 고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의 사진들을 보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뒷 모습에서 그런 고독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사랑을 실천하고, 나눔을 실천하면서 그 누구 보다도 아름다운 생을 살았을 것이다. 

"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남에게 자기 자신을 완전히 여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기쁨을 나눌 뿐 아니라, 서러움, 번민, 고통을 함께 나눌 줄 아는 것, 잘못이나 단점까지 다 받아들일 줄 아는 것. 그의 마음 속 어둠까지 받아들이고, 끝내는 그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것이 참사랑입니다. 그래서 참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남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삼을만큼 함께 괴로워할 줄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p. 109)

" 만약 인생에 시련이나 고통이 없고 외로움이나 슬픔도 없다면, 하느님을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을 것입니다. " (p. 178)

" 기도는 무엇을 찾고 구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데 그 참뜻이 있습니다. " (p. 235)

김수환 추기경에 관한 책은 아주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 중의 몇 권을 읽어 보았는데, 그때 마다 마음의 평화를 얻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나는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김수환 추기경을 존경한다.

신도가 아닌 입장에서 볼 때에도  김수환 추기경은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사신 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우린 그를 그리워하고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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