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 이별 영이별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단종, 그의 애닯은 삶의 이야기는 많은 책들에 잘 나타나 있다. 언젠가 영월의 청령포에 갔을 때에 고즈넉한 천혜의 유배지에서 외롭고 두려운 5개월을 보냈을 단종을 생각했다.

선착장에서 멀리 떨어진 청령포, 그곳은 3면이 깊고 푸른 강으로 둘어져 있고, 뒤로는 험준한 산이 가로막혀 있다. 단종이 벗 삼아 오르내렸다는 노송은 모진 풍파 속에서도 꿋꿋하게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옥좌가 그리도 좋았단 말인가 !!  조카를 죽이면서 까지 그리도 권력이 탐났단 말인가 !!

태어난지 3일만에 모후를 잃고 서조모 혜빈의 손에 자라 12살에 조선의 6 번째 왕이 되었고, 그후 3 년만에 상왕으로 물러난 것도 모자라 2 년후에는 영월로 유배를 떠나야 했으니....

그도 모자라 유배 온 지 5달만에 싸늘한 죽음이 되었으니....

조선의 역사 속, 불운의 왕이었기에 여기까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단종비인 정순왕후 송씨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오래 살다가 정업원에서 죽었다는 이야기 밖에는.

<영영이별 영이별>은 단종비인 정순왕후 송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작가인 '김별아'는 <미실>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가 쓴 몇 권의 역사 관련 소설은 역사 속의 여인들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쓴 <미실>은 TV 드라마로 '미실'이란 인물이 알려지기 전에 읽은 책인데, 그후 개정판이 나와서 다시 읽은 책이다. 그러나 그리 큰 감동을 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영이별 영이별>도 2005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이다. 이 책의 내용은 여든두 살의 정순왕후 송씨가 세상을 떠나고 칠칠제(49제)를 기다리면서 꽃다운 열다섯 살에 혼인을 하고, 열여덟 살에 단종과 이별을 하게 된 후에 예순 다섯 해를 홀로 오욕의 세월을 살아 온 것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왕비의 자리에서 하루 아침에 쫒겨나서 염색일, 걸인,비구니의 삶을 살게 된다. 예순다섯 해를 넘기면서 조선의 왕은 단종의 숙부인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에 이르게 된다.

세조가 죽기 직전에  송씨에게 경혜공주의 아들 정미수를 반역자에서 빼고 등용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에 양자인 정미수와 지낸 삼십 여 년은 그래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정미수의 죽음 이후에 송씨는 응봉 자락에 있는 정업원에 들어가 비구니로 세상을 뜨는 날 까지 지내게 된다.

정순왕후 송씨는 긴 세월 동안에 궁 안팎에서 일어난 일들을 회상한다.

계유정난, 무오사화, 갑자사화, 중종 반정 등의 큰 사건의 뒷 이야기에는 송씨와 같은 중종의 비 신씨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있고, 장녹수와 같은 그릇된 사랑 이야기도 있다.

착하고 나약하게 모든 것을 잃고 산 삶, 악하고 강하게 살다가 죽어간 살, 그녀가 살아 온 시대에 궁에서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여인들의 일생도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진다.

<영영이별 영이별>은 구구절절 정순왕후의 혼백이 은밀하고 간절하게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녀가 이 소설을 모두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 그러다 문득 생각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게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것과 이해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건 아닌지. 사람이 사랑을 이해한다는 애당초 어리석은 일도, 결국 그 이치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는지요. " (p. 130)

그래서 책을 펼치면 책 속의 장은 49에서 시작하여 끝맺을 때에 0 이 된다. 50장이 거꾸로 씌여져 있다. 소설이 첫 부분이 정순왕후가 칠칠제를 마치고 저승으로 떠나기 직전의 이야기이고, 마지막 부분이 열다섯 살 혼인을 하기 직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단종을 만나러 가는 그 마음이 담겨 있다.

그녀가 왕비로 간택된 것 조차 수양대군의 치밀하게 계획된 정략혼사였음을 알게 되니 그녀는 2년의 결혼생활마저도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었다.

" 그래서였을까요? 그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 당신과 내가 함께한 결혼 생활의 전부였지만, 나는 짧고 덧없고 두려웠기에 더욱 선연한 사랑의 기억을 지금까지도 가슴에 품어 두고 있답니다. " (p. 201)

단종과의 짧은 사랑, 그리고 긴 이별....

이제 정순왕후는 단종을 만나러 간다. 살아서는 만날 수 없었기에 죽어서 만나러 간다.

이 소설은 시대를 역순으로 거슬러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것과 단 한 사람 정순왕후의 속삭임만으로 내용이 구성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설이라기 보다는 어떤 역사적 사실들의 열거와 같은 느낌도 든다. 그렇지만 조선에서 그 당시에 일어났던 사건들에 끼워진 정순왕후의 애닯은 속삭임이 혼백의 속삭임이기에 읽는내내 애처롭게 느껴진다.

소설적인 큰 감흥은 없지만 비운의 왕비의 애처러운 일대기를 조선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는 그런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소설로서는 큰 평점을 주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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