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 - 김태진 전문기자의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
김태진 지음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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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에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빨간 페라리를 만났다. 그때만 해도 외제차라고 하면 벤츠, BMW, 볼보, 폭스바겐 정도 밖에 몰랐는데, 그때 본 페라리는 정말 멋있었다.

날렵한 차체, 웅장한 엔진과 배기음 소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같은 길을 서너 번을 신나게 오르내렸다. 아마도 좋은 차를 자랑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모르겠으나 그 때는 빨간 페라리를 보면 그 날 재수가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페라리는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꿈을 판다고 마케팅을 한다. 스페셜 또는 한정판매라는 독특한 마케팅 기법을 쓰면서 연간  7, 000 대가 안되게 생산을 한다. 창사 이래 지금까지 판매한 차량이 겨우 12만대이고, 차량에는 생산 날짜와 순번, 고객 이름을 새겨준다. 통상 페라리 고객은 예금 잔고가 500만 달러 (약 55억원)이상이 들어있다고 하니, 페라리를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부의 상징이다.

페라리 오너들 중에는 페라리를 자동차라기 보다는 예술품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약 300대가 안되는 페라리가 들어와 있다고 하니, 길에서 페라리를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외제차도 이제는 대중화가 되어가는 추세이니, 길을 걷다 보면 벤츠, 아우디, BMW, 푸조, 토요타 등은 많이 볼 수 있다.

<그녀가 타고 떠난 그 차>는 책제목은 시적이어서 소설이나 에세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이다.

남자들에게 자동차는 로망이자, 남자의 품격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 책은 남성 독자들에게 더 인기가 있을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태진은 자동차 전문기자이다. 그동안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다니면서 거기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경영인과 자동차 디자이너 등을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각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 성능, 차종, 디자인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자동차 브랜드는 19 종류인데, 그는 거의 모든 브랜드의 자동차를 시승하거나 운전을 하여 보았기에 자동차의 성능이나 승차감도 잘 알고 있다.

외제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일 것이다. 벤츠는 50~60대에게 고급차 = 벤츠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러나 30~40대가 선호하는 외제차는 BMW와 아우디인다. 우리나라에서의 판매량에 있어서도 2006년 BMW가 고급차 시장에서 1위로 등극한다.

BMW는 드라이빙 머신의 상징이며 연비가 좋고, 차량은 가볍고 디자인은 공기역학으로 다듬어 졌기에 젊은 이들의 기호에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 들면서 자동차의 전자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경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자동차와 IT의 만남, 자동차의 각종 전자기기를 운전자 또는 휴대전화와 연결해 주는 인터페이스가 경쟁력이 된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휘청한 회사가 벤츠인데, 그래서 요즘에는 BMW와 아우디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슈퍼카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시속 300 Km 를 넘나드는 차로 슈퍼카 시장의 라이벌이다.

 

람보르기니는 자동차의 컬러 부터 다채롭다. 노랑부터 주황, 초록, 검정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디자인이 특색이 있다. 가위질 하듯 도어가 위로 벗겨 올라간 모델은 한 번 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딱정벌레(비틀)차로 잘 알려진 폭스바겐도 여러 차종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리에 잘 팔리는 자동차이다.

이 책에는 유럽, 아메리카, 아시아로 나뉘어져서 그곳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들이 소개된다. 특히 아시아 편에는 우리나라 현대 기아차가 소개된다.

1967년 포드와 기술 제휴로 현대 자동차가 설립되고 1976년 현대차가 기술 독립을 하면서 독자 모델로 나온 '포니'.

그때의 조랑말, 포니.... 지금은 사라졌지만, 포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마이카를 꿈꾸던 그때의 생각이 날 것이다. 

현대 기아차는 2008년에 제네시스를 선보이는데, 제네시스는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2009년에 '미국 올해의 차'에 선정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세계적인 19개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에도 관심이 있지만, 새 차를 구입한다면 어떤 차를 구입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조언을 얻기를 기대하리라.

저자는 좋은 차가 갖춰야 할 3가지로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차'를 꼽는다. 그에 대한 정보는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차를 구입하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서 결정하여야 한다. 내가 산 차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나의 경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연령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차와 은퇴한 노부부에게 필요한 차는 다를 수 밖에 없다.

60대 이상 은퇴한 노부부라면 무조건 소형차를 타라고 권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 마음에 다가온다.

' 자동차, 추억이 스며든 인생의 일기장'이라는 구절인데, 우리에게 자동차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처음 자동차를 샀을 때의 그 설레던 마음, 우선 온 가족이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지 않았던가.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 다녔던 추억. 해남 땅끝 마을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자동차가 있었기 때문이고, 그 차 속에는 가족들이 함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 온다.

이 책은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의 초창기 이야기에서부터 오늘날의 이야기, 신차 개발에 얽힌 이야기,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된 내용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자동차 브랜드 스토리에 관한 책 중에는 가장 깊이있는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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