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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가을에 '정여울'의 <잘 있지 말아요>를 읽었다. 문학작품 속에 담겨 있는 사랑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랑은 같은 듯하지만
그 유형에 따라서 다를 수 밖에 없다.
'정여울'은 문학평론가 답게 깊이있는 문학 작품 해설과 함께 사랑을 사랑, 연애, 이별, 인연의 4개 주제로 찾아 보았다.
소개된 작품들도 대중들이 많이 읽는 책들이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는 유럽 여행과 관련된 책을 출간하였다. 여행 책 중에서도 유럽 여행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기에 이 책을 보는 순간
그렇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거기에서 거기인 유럽 여행 책들이라는 생각에....
그런데, 이 책이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앞질러 연일 베스트 셀러의 윗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 에세이가 이 정도로 잘
팔리지는 않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지금 나는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반 정도 읽었는데, 솔직히 2권의 책 중에 1권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감정수업>을 권하겠다.
<감정수업>은 철학자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 보기도 전에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싶지만,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아름다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유럽을 갔다 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아직 유럽 여행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TV를 통해서 본 유럽여행에 대한 로망때문은 아닐까...
아무튼,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그리 특별함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유럽에 대한 10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테마별로 10개의 아이템을 제공한다.
또한 각 테마별로 순위를 매겼는데, 이것은 대한항공 캠페인의 참여자들이 직접 뽑은 것이라고 하니, 대중성이 있는 순위가 아닐까 생각된다.

10개의 주제를 살펴보면,
CHAPTER 1 : 사랑을 부르는
유럽
CHAPTER 2 :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CHAPTER 3 : 먹고 싶은 유럽
CHAPTER 4 : 달리고 싶은
유럽
CHAPTER 5 : 시간이 멈춘 유럽
CHAPTER 6 :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CHAPTER 7 : 갖고 싶은
유럽
CHAPTER 8 :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CHAPTER 9 :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CHAPTER 10 : 유럽 속
숨겨진 유럽
이 주제에 따른 유럽의 10곳 그리고 10가지는 그리 특별하지 않은 보편적인 곳과 보편적인
것들이다.
가령 '먹고 싶은 유럽'이라 하면,

1위 나폴리 피자, 2위 크로아티아 해산물 요리, 3위 스페인
하몽&빠에야, 4위 스위스 퐁뒤,
5위 체코 꼴레뇨&플젠 맥주, 6위 스위스 초콜릿, 7위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컵라면,
8위 터키 고등어 케밥, 9위 헝가리 굴라쉬, 10위 불가리아 타라토르 이다.
그 곳에 간다면 꼭 맛보고 오는 음식들이다. 특히 스위스 융프라우요흐의
휴게소에서 파는 우리나라 컵라면은 여름에도 만년설로 덮여 있는 곳에서 뜨끈하게 한 모음 넘어가는 국물맛과 면발은 일품 중에 일품이다. 그러니
이를 어찌 리스트에서 빠트릴 수 있겠는가. 우린 한국인이니까.

이 책을 쓴 정여울은 독서가일 뿐만 아니라 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지난
10 년에 걸쳐서 1년에 한 번은 꼭 유럽여행을 하였기에 웬만한 곳은 몇 차례씩 갔다 왔다.

" 여행은 '책만 읽는
바보'였던 나에게 '세상의 숨결'을 들을 줄 아는 따뜻한 귀를 선물해 주었다고. 여행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동안 같은 골목만을 뱅뱅 도는
삶을 살았을거라고. 여행이 없었다면, 아무리 올래 뛰어도 그저 러닝머신 위를 죽어라 뛰는 것 같은 외눈박이 먹물 인생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10년 동안 난데없는 역마살에 걸려 한결같이 길을 떠난 딸은, 이제 우리 동네 뒷산 조차도 찬란한 유럽처럼 황홀하게 바라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고." (p.14)
그의 유럽 여행기이기도 한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읽었던 인도 여행기와
비교를 하게 된다. 유럽 여행기를 읽으면 기꺼이 자신의 스케줄을 쪼개 낯선 여행자에게 길을 찾아 주는 배려심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인도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 여행기를 읽다보면 현지인들이 어떻게 하면 여행자의 지갑을 열도록 할 것인가 술수(?)에 가까운 행동을 하면서도 이런 행동에
무감각한 이야기를 많이 읽게 된다. 그래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한다.
"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볼 수는 있지만,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는 나'를 볼 수는 없다. 그럴 때 나와 가장 닮은 얼굴은 같은 것을 보는 타인의
얼굴이다. 시스티나의 장엄한 아름다움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음의 거울'삼아 아름다움에 흠뻑 빠진 스스로의얼굴을 비춰본다. " (p.
64)

정여울은 문학평론가 답게 이 책에서도 여행 이야기와 어울리는 책 속의
문장들을 소개해 준다. 그리고 그녀의 글은 <잘 있지 말아요>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감수성이 담뿍 담긴 들들과 평이한 듯하지만 깊이가
있는 글들로 여행의 단상을 들려준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 끌리게 된다.
" 내 발소리는 그제야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더 효과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욕심쟁이 관광객의 다급함을 벗고, '좀 더 느리게, 좀 더 차분하게, 내 목소리가
아닌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여행자의 미로소 바뀔 수 있었다. 타인의 발소리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발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 우리는 너무 자주 잊고 산다. 발소리에도 표정과 입김과 정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발소리를 세상에 하나뿐인 음악처럼 들을 수
있는 이 희귀한 시간이야말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내 마음 깊은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간이 아닐까. " (p.
343)

그렇다. 여행은 꼭 장소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 프로그램의 여행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꼭 유럽의 어떤 장소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그곳에 있는 연기자를
보면서, 그에게 또는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유럽에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유럽은 그저 힘들게 걷고, 힘들게 이동하는 여행지일 뿐이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유럽 여행을 하고 와서 자랑이 한 보따리이기에 그에 지지
않으려고 가는 여행자도 있다. 특히, 여자들의 동창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책 속의 유럽의 10개 주제. 그것을 다 보지
못해도, 체험하지 못해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유럽 여행을 통해서 내가 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면, 마음 속에 담아 둘 수 있다면,
평생을 살아가면서 그곳을 생각할 때에 가슴 두근거림이 있다면...
그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떠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