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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영화가 개봉된 이후에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는 '재이없는 책'이라는 평이 많았다.
여러 출판사에서 이 책을 출간하였고, 요즘에는 영문판과 번역판이 함께 묶여져 나와 있기도 하고, 책 가격도 저렴하다.
그중에서 김영하 작가가 번역한 <위대한 개츠비>가 관심이 갔다. 김영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동기가 우연히 서점에서 두 명의 남학생이 하는 이야기(이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번역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작가의 신선한 감각이 번역에 담겨졌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 이 소설은 능란하게 짜여진 플롯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다. 문체는 절제돼 있지만 유머도 잃지 않는다. " (p. 228 - 번역자 김영하의 글 중에서)
책읽기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몰입이 잘 안된다. 소설의 구성이 단순하다고 할까?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옆집에 사는 개츠비에 대한 항간의 루머들이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빛나고 화려한 파티의 중심에 있는 개츠비. 그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눈길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더라.', ' 밀주나 석유, 도박, 주식 투기 등으로 돈을 번 졸부라고 하더라' 등...
개츠비를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별의별 황당한 루머들이 난무하다.
이 소설은 90여년 전인 1925년에 쓰여졌으니, 소설의 시대적 배경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이야기이다. 마치 개츠비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를 못했지만 전쟁에 참전하고, 그를 계기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 미국의 그당시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에 의해서 이룩된 나라인 미국, 미국의 보잘 것 없던 지위가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츠비는 신흥부자를 대변하는 뉴머니라고 할 수 있고, 그가 사랑하던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은 뉴잉글랜드의 명망있는 가문을 대변하는 올드 머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번역을 한 김영하의 작품해설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들이다. 작품해설을 읽고 나니,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명확한 구도가 잡히게 된다.
그런데,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 그녀는 상류 사회를 대변하는 여성으로, 한때 개츠비가 사랑했던 여자이지만, 개츠비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과정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런 걸림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데이지는 충분히 개츠비를 배신할 여지를 가진 여자이다. 허영에 사로잡힌 화려함을 쫒는 여자이기에....
그걸 알았다면 개츠비는 그런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래도 개츠비는 데이지를 사랑했을 것이다. 개츠비의 사랑은 데이지를 향한 사랑이기는 하지만 또한 그 사랑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축적한 부는 그의 사랑인 데이지를 찾는다면 완벽할 것만 같으니, 그녀를 찾기 위해 개츠비의 저택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운명이란 개츠비의 편이 아니었던가. 그가 찾은 데이지는 이미 톰 뷰캐넌의 아내가 되었으니.
그래도 그들의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을 사랑한 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사랑을 되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까지도 뒤짚어 쓴 개츠비를 남겨 놓고 데이지는 남편과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개츠비의 사랑은 이처럼 허망하게 끝나 버리니...
개츠비는 사랑할 가치 조차 없는 여자를 사랑했던 것일까. 데이지는 개츠비의 화려함에 그를 사랑한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했던 무책임한 여자였던 것이다.
개츠비가 열었던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여 왁자지껄 떠들고 취한던 그 많은 사람들은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우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p.p. 224~225)
그것만으로도 개츠비의 삶은 공허하였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건 이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의 부와 지위에 집착하는 허영에 찬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란 책 제목에 붙은 '위대한'이란 수식어는 과연 타당한 표현일까. 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개츠비가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무가치한 존재를 사랑한 개츠비에 대한,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각에서 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좀 낯설게 느껴졌고, 이야기의 내용도 단순하여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는데, 소설의 끝부분에 와서 그 모든 이야기들이 완결되는 과정에서 이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는 이 책을 번역한 김영하의 작품 해설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고전은 이야기의 내용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성향, 작가가 작품에서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은 별로 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 보면 이 책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