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어느날 갑자기 찾아 온 불행, 그 불행을 불행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의 곁에 살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책 속에 있다.

결혼 20주년이 되던 날, 그의 아내는 희귀 난치병인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온 몸의 기능이 정지되고, 폐 한쪽과 눈 한 쪽을 잃게 되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것 같게 된 아내.

그 6 년간의 이야기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내의 발병을 알게 되고 처음에는 약국에서 병원, 마취클리닉, 정형외과, 한의원, 척추 클리닉, 도립병원, 중환자실을 거치면서 알게 된 병명.

우리나라 보험공단의 병원수가제도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장기 입원이 불가능하기에 이곳 저곳의 병원을 돌아다녀야 하니 가족들의 생활은 말이 아니다.

아내의 몸이 마비되면서 가정의 미래도 마비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두 아들과 딸이 있기에 저자는 아내의 간병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절망의 끝에는 희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p. 25)

아내는 재활치료와 항암주사 때문에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게 되니 착란증세로 아이들에게 험한 말까지 내뱉게 되니 그것이 더 가족들을 아프게 한다.

6년이란 긴 세월 동안 저자는 아내의 곁을 지켜야 하기에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니 막대한 병원비때문에 집까지 정리해야 했다. 그렇지만 꾸준히 일면식도 없는 천사들의 도움을 주려는 손길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부부의 이야기는 <사랑의 리퀘스트>를 비롯한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방송 출연당시  '만약에 몸이 나으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의 아내는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해주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그 날이 그녀에게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의 아내가 하루 아침에 사지마비가 되었을 때는 손목, 아니 손가락 조차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조금 낫아진 상태이다.

저자에게 간병 6 년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때를 이야기하라면,

아내가 귤 한 알을 까서 남편의 입에 넣어준 그 순간인데, 그녀가 깐 귤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거칠게 까졌지만 그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 살다보면 때로는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고, 참아도 해결할 수 없는 구체적인 고통에 빠지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는 누군가, 그저 고스란히 소나기에 온 몸을 적시며 도망가지 않고 곁에 지켜주는 사람만이 힘이 된다. " (p. 55)

이 책 속에는 발병후에 남편에게 보낸 편지가 몇 장 수록되어 있다. 처음의 편지는 어떤 글을 썼는지 겨우 알아 볼 수 있는 편지였지만, 이제는 제법 편지다운 편지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아내의 편지 중에는,

"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한다. 그러다가 뒤돌아 보면 감사하게 되더라. 지금은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항상 기뻐하고 감사하길 바라는 하나님의 뜻이기도 하고" (p. 230)

많은 것을 거머쥐고도 뭔가 부족한 듯하여 여기 저기 기웃거리는 우리들에 비하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마음인가....

" 어느 시인이 지나간 것은 다 아름답다고 했다.

오늘을 거치지 않고 지나간 것은 있을 수 없는데,

왜 오늘은 항상 힘이 드는 것일까" (p. 171)

이 책 속의 그림은 화가 이순화의 작품들이다. 그녀는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화가로 그림의 특색은 강렬한 색채와 굵은 선의 숲 풍경을 많이 그렸다. 

그런데 요즘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파스텔 통의 숲 풍경을 주로 그린다.

이 그림의 화가 역시 두 번의 암투병을 이기고 2013년 5월에 <희망의 빛>이란 개인전을 열었다. 아나운서 한석준의 어머니이기도 한 화가의 그림은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의 빛을 느끼게 해 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아내가 그저 살아서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말한다. 책 속의 글들이 아내의 간병을 하면서 느낀 점들을 꾸미지 않고, 아름답게 쓰려고 하지도 않고 있는 그래도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서 더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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