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기욤 뮈소'의 소설을 읽게 되면 빠른 전개와 섬세하고 치밀한 구성, 그리고 책장을 덮을 때까지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반전에 매료당하게 된다.

<내일>은 한국에서 출간된 기욤뮈소의 열 번째 소설인데, 나는 2010년에 출간된 <종이여자>를 시작으로 <천사의 부름>, <7년후>를 읽었으니 <내일>은 기욤 뮈소의 소설 중에는 4 번째로 읽게 되는 소설이다.

4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처럼, 소설의 소재가 드라마틱하고 전개과정이 박진감이 넘친다. 

<종이여자>에서는 베스트 셀러 작가가 끝맺지 못한 <천사 3부작>에 등장하는 인물이 현실 속에 등장한다. '종이여자' 빌리는 과연 허구의 인물인지, 현실 속의 인물인지...  소설 속에서 상상의 세계와 현실 속의 세계를 넘나들게 만들어 준다.

<천사의 부름>에서는 뉴욕의  JFK 공항에서 조나단과 매들린이 부딪히면서 휴대폰이 바뀌게 설정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기욤 뮈소의  소설에는 사랑, 진실한 사랑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그런데, 거기에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소설이 <종이여자>라면, <천사의 부름>은 사랑 이야기에 스릴러가 환상적인 호흡을 맞추어 한 편의 소설로 만들어졌다. 

<7년 후>는 이혼한 부부인 세바스찬과 니키의 아들 실종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기에 스릴러 소설로 생각하면서 읽게 되는데, 결국에는 로맨틱 코미디 소설임을 알게 된다.

이렇게 기욤 뮈소는 새로운 소설을 쓸 때마다 장르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신을 하는 작가이니 독자들은 그의 소설에 흥미를 갖고 읽게 된다. 

<내일>의 소설 아이디어는 작가가 '미래로 메시지를 배달하는 웹사이트'를 취재한 신문기사를 읽고 얻게 되었다고 한다.

즉, 타임슬립(Time slip) 소설이다. 타임슬립이란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인데, 타임머신과는 그 의미가 다른다. 타임머신이 기계적인 시간여행이라면, 타임슬립은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의미하는데, 마치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그런 뜻에서 생긴 용어이다.

요즘은 이런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니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일>은 어떤 내용의 이야기일까... 이 소설은 스릴러적 요소가 담겨 있기에 그 줄거리는 아주 간략하게 쓰려고 한다. 

하버드대 철학교수인 매튜 샤피로는 거의 1년전인 2010년 12월 24일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4살 반 된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이 들뜬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장 불행한 일을 당했으니, 그 슬픔은 아직도 그의 가슴에 남아 있다.

그는 벼룩시장에서 중고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하게 되는데, 노트북에 여러 장의 사진들이 삭제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노트북의 주인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노트북의 주인은 뉴욕에 사는 와인 감정사인데, 그들은 몇 차례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뉴욕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만나기로 한 식당에 갔는데도 서로 만나지를 못한다.

이유는 그들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튜는 2011년 12월에, 엠마는 2010년 12월에 살고 있으니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에게는 1년의 시간차가 있었다.

" 난 당신과 내가 겪고 있는 시간의 뒤틀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요. (...) 굳이 아인슈타인의 말을 빌리자면, '시간 속에서 발을 헛디딘' 것이죠" (p. 178)

그렇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매튜는 2010년 12월 24일로 되돌아가 자신의 아내인 케이트의 사고를 막고 싶은데....

우린 이런 생각을 많이 해 보았을 것이다. '만약에, ○○○ 때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일종의 후회이기도 하고, 지나온 날들이기에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내일>은 그렇게  되돌아간 시간에서 알게 되는 엄청난 음모를 찾아내게 된다.

" 사랑의 이름으로,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멀리. 아주 멀리. 그렇지만 분명 경계가 있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 (p. p. 381~382)

광적인 사랑, 그로 인하여 자신의 삶의 목표를 바꾸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하여 온 끔찍한 사건을  알게 되고 그를 해결하는 과정이 흡입력 강하게 전개된다.

이 소설의 첫부분의 이야기와 끝부분의 이야기는 같은 이야기로 씌여져 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을 알기 이전에 읽었던 내용과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알고 소설을 마무리 짓는 단계에서 읽게 되는 같은 내용의 글은 그 느낌이 완연하게 다르게 다가온다.

이런 느낌은 아주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떤 내용을 알기 이전과 알게 된 이후의 그 느낌은 같은 글에서도 이렇게 완벽하게 다른 느낌과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인간에 대한 신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아니 이렇게 처참하게 배신을 당할 수도 있을까...

"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속임수에 불과했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참혹한 배신을 당한 후 어떻게 인간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p.p. 427~428) 

기욤뮈소의 <내일>도 사랑이야기이지만 그 어떤 작품 보다 스릴러가 강하게 나타난 작품이다. 어떻게 보면 <종이여자>와 같이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천사의 부름>처럼 스릴러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가 상존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내일'이란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빅토르 위고'는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 라는 글을 남겼는데,  바로 '내일'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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