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독 - 유혹하는 홍콩, 낭만적인 마카오의 내밀한 풍경 읽기
이지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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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상에게 따라 다니는 닉네임은 '오래된 여행자'.

요즘에는 너도 나도 해외여행을 다니고, 또 혹자는 자신의 생업을 훌훌 털고 세계 속을 거닐기도 하고, 그중의 일부는 여행작가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오래된 여행자'인 이지상은 벌써 25년전부터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고, 그런 여행을 소재로 삼아 다양한 글쓰기를 했다.

" 진정한 여행이란 그런게 아닐까? 현실 너머의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는 것, 그때 도시는 지루한 시간이 맴도는 곳이 아니라 세상 너머를 훔쳐보는 가슴 설레는 현장이 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번에 출간된 <도시탐독>이 그의 스무 번째 책이다. 그가 쓴 <길 위의 천국>, <황금소로에서 길을 잃다>는 이미 2003년, 2004년에 읽은 책이니 '오래된 여행자'의 책과의 인연은 10년이 넘어선다.

그는 지금까지 홍콩은 13번, 마카오는 5번을 다녀왔다. 여행을 한 경우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곳에 머물렀기에 이 책은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홍콩과 마카오의 사회학적인 측면에 대한 고찰은 여행서적에서는 만날 수 없는 수준 높은 내용이기도 하다. 400여 페이지에 빼곡하게 담긴 글들이 천천히 그 길들을 저자와 함께 걷는다는 생각으로 읽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홍콩, 마카오에 관한 가이드북이 아닌 두 도시에서 피어 오르는 사유와 감성, 이미지를 함께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어떤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그 도시의 역사를 자세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홍콩은 역사적으로 영국이 아편전쟁의 승리로 1842년에 난징조약에 의해서 영국이 점령하게 되었기 때문에 지명의 대부분이 식민지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도시 속의 도로에서도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저자가 홍콩과 마카오를  처음 찾았을 때와 지금은 정말 많이 변했다. 그래서 그는 "세월이 흐르면서 삶은 결코 명쾌한 것이 아님을" ( 책 속의 글 중에서)알게 된다.

그에게 현실은 '팍팍한 현실'과 '촉촉한 현실'이 있는데, 홍콩은 '촉촉한 현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곳'이라 표현한다.

나에게 홍콩의 첫 인상은 번잡함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곳. 그러나 도시 속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멋이 이곳 저곳에 있었다.

세계적으로 멋있다는 야경을 여러 곳 볼 기회가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화려한 야경은 홍콩의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반짝 반짝, 켜졌다 꺼졌다. 빌딩마다의 색깔이 형형색색인 그 야경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번쩍거린다.

" 홍콩에서는 자연이든, 인공이든 빛깔이 마음을 흔든다. " (p. 160)

"구룡반도 남단에서 홍콩 섬을 왕복하는 낡은 페리는 푸근하다. 마치 세월이 녹아들어 알맞게 닳은 빈티지 제품에 안기는 기분이랄까" ( p.75)

이 페리는 낡고 디젤냄새가 기분을 상하게 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빈티지 느낌을 안겨 줄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여행에서 느끼는 각각의 여행자의 마음이다.

이 책에는 구룡반도, 홍콩섬 뿐만 아니라 신계, 란타우섬, 람마섬에서의 여행까지 곳곳을 모두 여행자의 발걸음과 마음으로 다가간다.

" 홍콩은 수많은 얼굴을 갖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쓸쓸하고 흥청거리다가도 소외감이 느껴진다. 그런 것들을 모두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도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 (p. 210)

홍콩은 <중경삼림>, < 크로싱 헤네시>, <아비정전>,<첨밀밀>, <화양연화>등으의 영화 이야기를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곳이다.  

홍콩에 갔다면 꼭 들러야 할 곳이 마카오가 아닐까. 홍콩보다 더 매력적인 곳이 마카오라는 생각이 든다.

마카오는 1887년에 불평등 조약에 의해서 포르투갈의 식민지가 되었고, 1999년에 중국에 반환되면서 50년간 홍콩처럼 일국양체제가 되었다.

그래서 마카오는 서양 문화와 동양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다.  마카오섬을 벗어나 콜로안 섬에 가면 한적한 어촌을 만날 수도 있고, 도교문화도 만날 수 있다.

" 삶과 여행의 즐거움은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 고정되어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이곳에서 저곳을, 저곳에서 이곳을 모색하며, 가끔 탈출하는 행위에서 발견된다.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또 종종 떠난다. 아직 나에게는 여행할 곳이 많고 꿈이 있다." (p. 419)

여행을 소재로 쓴 이 책은 <도시탐독>이다. 탐독? 어떤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하여 책을 읽는 것을 탐독이라 하지 않던가. 바로 저자는 홍콩과 마카오를 이런 마음으로 거닐었고, 느꼈고, 즐겼으며, 그 모든 것을 이 책 속에 담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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