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와 주인공의 겹쳐져서 다가온다. 그건 <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의 작가가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작가이기에 프로그램의 기획하다 보니 이런 소설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역시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작가인데, 항상 아이디어에 매달리는 모습과 삶이 곧 방송처럼 펼쳐질 수도 있다는 것이 그런 생각을 갖게 해 준다.

이 소설의 소재는 너무도 진부하다. 시한부 인생... 그에게 남겨진 시간은 단 6개월 남짓.

가족에게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알리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가족들과 좀 더 좋은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그 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난 후에 남겨질 가족들의 안위가 아닐까...

그러나 우리 속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죽은 정승이 산 개만 못하다'는 말처럼 '산 사람은 살 게 마련이다' 이다.

그래도 내게 이런 상황이 닥쳐 온다면 내가 떠난 후에 남겨질 가족들이 걱정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방송작가 '미무라 슈지'가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 6개월이 남게 된 것을 알면서이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작가로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하던 그는 인생의 마지막 몇 달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 45년 인생은 프로그램으로 치면 앞으로 24회로 끝나는 것이다. " (p.9)

결혼 15년차, 38살 전업주부 아야코와 10살 아들 요이치로에게 무엇을 남겨주고 떠날 것인가? 

"방송작가는 감독과 프로듀서가 내 준 숙제를 '즐거움'으로 변환시키는 게 일이다. " (p. 22)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짜듯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 아내를 결혼시키자 !!'

엉뚱하고 황당한 '아내 결혼 시키기 '프로젝트. 그래서 결혼 정보 업체를 통해 독신 남성의 정보를 얻고, 슬며시 아내에게 '남편감의 이상형'을 묻는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15년이란 세월을 함께 살았지만, 아내에게서 얻어낸 '남편감의 이상형'은 자신과는 동떨어진 조건들이니...

일을 한다고 가족의 곁에 있어 주지도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후회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제 와서 가족의 틈새에 끼인다는 것 조차 힘겹기만 하다. 아내는 오히려 지금의 삶에 익숙해져 있으니.

" 같이 있었으면 하고 기대할 때는 늘 없었으니까.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기 마음대로 남편, 아버지인 척 으스대지 마라. 부탁이니까 우리의 생활 리듬을 깨뜨리지 말라. 잘해보자고 생각해서 하는 일들이 솔직히 성가시다. 당신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그냥 모른 체하는 것. 이런 말들이었던 것 같다. " (p.p. 175~176)

" 아내를 가장 사랑하는 인간이 아내를 가장 심하게 상처 입혔다. 그 후로 아내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은 아내의 미래가 내 얼마 남지 않은 미래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만이나 다름없었다..." (p. 214)

어쩌면 이 소설은 너무도 비현실적인 발상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아닐까. 아무리 소설이지만 소설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읽으면서도 '막장 드라마가 아닌 막장 소설?'이란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뭔가 현실성이 있어야  마음에 와닿는 감동이 있을텐데, 죽을 날을 받아 놓은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결혼시키겠다니...'

그러나 이런 기우는 소설의 마지막 한 문장에서 깨끗이 날아가 버린다.

소설의 중간 중간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유머감각과 재치가 시한부 인생을 이렇게 해학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남은 인생이 며칠인지, 몇 개월인지, 몇 년인지, 몇 십년 인지 알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내가 먼저, 아니면 가족 중의 누군가가 먼저 이 세상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게된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 있을 때 잘 해 !!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 소설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놓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보게 해 준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해 준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최악의 순간을 작가 특유의 해학과 채치로 풀어나간 특별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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