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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ㅣ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 오늘의 젊은 작가' 윤고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 <밤의 여행자들>을 읽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낯선 느낌이 들어서 그리 탐탁치 않은 경우가 많다.
낯익은 작가들의 작품은 익숙하여 그들의 성향을 잘 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만, 이처럼 낯선 작가의 작품은 어느 정도 읽을 때까지는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밤의 여행자들>은 초반의 이야기는 평범한 이야기처럼 쓰여졌기에 술술 읽히지만, 중후반으로 들어서면 많이 난해해지는 이야기이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의 평론을 읽으면서 내용을 되짚어 보니, 이 소설은 그리 쉬운 내용의 글이 아니고, 작품 속에 많은 장치가 들어있는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임을 인식하게 된다.

여행사 과장이자 수석 프로그래머인 고요나는 회사에서 퇴출 직전에 처하게 되어 고객센터로 밀려난다. 추락한 위치에서 5년을 꿋꿋하게 버티었지만, 상사의 성추행까지 당하게 되자,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게 된다. 그런데, 상사는 사표 제출 이전에 회사에서 진행중인 여행 프로그램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여행을 다녀오고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하게 된다.
재난 여행지인 '사막의 싱크홀'로 5박 6일을. 물론, 지도상에는 나오지 않은 가상의 도시인 '무이'가 여행지이다. 사막투어, 화산 투어 등을 하면서 재난 여행를 마치고 공항으로 떠나는 날, 요나는 다른 여행자들과 떨어지게 된다. 그들이 탄 기차가 중간에 반대 방향으로 분리가 되는 기차였는데, 그를 모르던 요나는 다른 칸에 갔다가 황당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녀가 가지고 온 가방도, 여권도, 돈도 모두 반대 방향으로 떠난 기차에 실려 있으니....
우여곡절 끝에 다시 무이로 돌아가게 되고, 그녀는 새로운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기획에 빨려 들어간다. 마치 싱크홀에 빠지듯... 무이의 새로운 재난 여행 프로그램은 '일요일의 무이'.
시나리오 작가의 의도대로 계획되는 재난. 거기에는 희생당해야 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프로그램.
" (...) 누군가가 직접적으로 사람들을 밀어서 구멍에 던져 넣으라고 요구했다면 요나는 단숨에 이 일을 거절하고 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이지 않다는 이유 하나로 요나는 가만히 있었고, 상황에 익숙해 질수록 이 일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 둔감해 졌다. " (p. 183)
이쯤에서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싱크홀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면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된다. 여행이란 일탈이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이며, 행복함에 젖는 것이라 생각했던 내 생각이 이 소설로 인하여 산산히 부서진다. 낭만적인 여행이 아닌 무시무시한 재난 프로젝트로 변질된 여행을 접하게 되니...
이건 책을 처음 읽을 때부터 주의 깊게 생각했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를 놓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나가 근무하는 여행사의 이름이 '정글'임을 눈여겨 보지 못한 내 불찰일까?
현대인에게 직장이란 정글과 같은 곳임을 암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여행도 때론 상상할 수 없는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서 진행 될 수 있음을....
일본을 휩쓴 재앙인 후쿠오카의 쓰나미를 연상하는 내용이 소설의 첫 페이지에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 진해을 휩쓴 쓰나미가 있었고, 그 쓰나미 쓰레기들이 2년 후에, 10년 후에 어디에 이르게 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
이 소설은 바로 평상적인 일상이 쓰나미에 휩쓰릴 수 있는 운명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 운명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 그게 바로 윤고은이 '밤의 여행자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평론 중에서)
나는 익숙하지 않은 작가의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문학적인 성향을 잘 알지 못하기에 읽은 후에 혼돈스러운 느낌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런 내가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소설의 내용이 퇴출 직전의 여행 프로그래머가 떠나는 마지막 여행 이야기라는 점이 낭만적인 여행을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그런 내용이 아님에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윤고은이란 작가는 문학성이 뛰어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