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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감성여행 - 낭만을 찾아 떠나는
염관식.옥미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여행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두 명의 저자에 의해서 쓰여진 우리나라에서 꼭 가봐야 할 12 곳에 대한 여행 에세이이다.
약 2 년간에 걸쳐서 가고 또 가고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선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여행지 12곳은 그 도시마다 특색을 담고 있다. 이곳들 중에 울릉도를 빼고는 모두 여러 차례 여행을 했던 곳이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서일까 처음 가보는 곳처럼 신선하게 다가오는 곳들도 있고,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옛 추억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이 책에 소개되는 강릉, 통영, 전주, 경주, 울릉도, 남해, 가평, 태안, 담양, 평창, 삼척. 부산은 그 도시마다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저자들이 말하는 '여행의 시작은 로망'이라고 하듯이 각 도시마다 로망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옥미혜'는 '막막한 인생의 절벽 앞에서 혼자 떠나는 여행만 한 특효약은 없다.'라 하지만, 나는 이제껏 혼자 여행을 떠나 본 적이 없다. 그럴 용기가 없기에....
<소도시 감성여행>은 다른 여행 서적과는 차별화를 보인다. 이 책에 소개되는 12 도시와 그 주변 지역에는 여행의 로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테마가 있다.
" 이 책에는 커피 명인 박이추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강릉, 펄떡이는 바다의 낮과 밤을 만끽할 수 있는 통영, 단돈 2만 원이면 상다리 부러지는 산해진미가 깔리는 막걸리집이 있는 전주, 자전거를 타고 벚꽃길을 달리는 경주, 원시 섬을 트레킹하는 울릉도,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즐기는 남해, 오토캠핑을 즐기기 좋은 가평, 바닷가 펜션에서 로맨틱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태안,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머무는 여행이 제격인 담양, 기차로 시작해 기차로 마무리하는 삼척, 푸른 초원과 순백의 눈밭을 찾아 떠나는 평창, 사진 찍을 거리가 넘쳐나는 부산, 열두 도시의 로망과 테마를 실었다. " (p.p. 12~13)


강릉 : 커피 여행의 로망
통영 : 항구 여행의 로망
전주 : 주점 여행의 로망
경주 : 자전거 여행의 로망
울릉도: 트레킹 여행의 로망
남해 : 바다 여행의 로망
가평: 캠핑 여행의 로망
태안 : 펜션 여행의 로망
담양 : 느린 여행의 로망
삼척 : 기차 여행의 로망
평창 : 초원 여행의 로망
부산 : 사진 여행의 로망
책의 구성은 각 도시마다 여행의 로망을 불러 일으키는 감성 에세이가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여행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거기에 테마 명소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시가 곁들여져 있다. 물론 각 도시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들에 대한 여행지 정보로 찾아 가는 교통편, 가볼만한 곳, 맛집 등이 수록되어 있다.
책 속에 실린 도시 중에 새롭게 다가오는 도시는 강릉이다. 이곳이 커피 여행의 로망이라니...

생소한 글을 따라 강릉 여행을 떠난다. 그런데, 이미 강릉은 커피 마니아들에게는 잘 알려진 커피의 도시이다. 요목해변은 강릉 커피의 발상지로 커피 명인 박이추와 커피커퍼의 왕산정의 커피농장, 커피 박물관을 비롯하여 커피로 유명한 분위기 있는 카페가 200 여 곳에 이른다.

그리고 커피축제까지 열리는 도시이다. 커피의 생두 한 알은 1000 여 가지의 향을 품고 있다고 하니, 커피 향을 따라서 커피 농장, 커피 박물관, 로스팅 체험까지 다양한 체험거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이 강릉이다.
" 커피를 연주하는 풍경
커피 로스터는 피아노 연주자와 같다. 피아노, 포르테, 포르테시모....
커피 로스팅에도 셈여림이 중요하다. 커피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로스팅, 그것은 경험과 감각의 문제, 온도와 시간의 싸움. " (p. 38)

환상적인 다도해 풍경을 볼 수 있는 통영은 내가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 풍광이 너무 좋아서.

" 통영의 바다는 왠지 감성을 자극하는 센티멘탈한 바다다 (...) 통영항의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구석에 쓸쓸한 노스탤지어마저 스며든다. 촉촉한 그 바다는 청마와 김춘수의 시를, 윤이상의 교향곡을, 박경리의 소설을, 전혁림의 그림을 낳게 한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 (p. 56)

소매물도, 욕지도, 장사도, 한산도, 사량도까지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통영.
내가 가장 가보 싶은 곳은 울릉도, 언젠가 가야지...
" 로맨틱하고 이국적인 느낌, 거기에 깊숙이 숨은 원시림과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태곳적 풍경, 그리고 마을들의 오랜 역사의 흔적을 접하게 되면 은밀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은 배가 된다. " (p. 186)
2005년 3월부터 일반인에게도 관광이 허용된 독도를 가려면 울릉도에 도착하자 마자 날씨가 좋다면 바로 떠나길... 비록 일반인의 독도 체류는 약 20~30분 정도이지만 '독도는 우리 땅이니까'
우리나라 최동단의 외로운 섬, 그러나 이제는 한 가구의 주민이 거주하고, 국민들이 지키고자 하는 땅이니 결코 외롭지 않으리라.

울릉도에서는 해안을 따라 트레킹을 하기를 권한다. 태고의 신비를 품은 울릉도의 아이콘인 성인봉,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인 나리분지. 그외에도 울릉도는 섬 전체가 아름답단다.


꼭 다시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올 여름에 짧은 부산 여행을 했다. 요즘은 교통이 편리해져서 첫차를 타고 부산에 가면 1박 2일에도 가고 싶은 곳 갈 수 있고, 맛 보고 싶은 것들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부산의 야경에 흠뻑 빠져 볼 수도 있다.
부산의 테마는 '사각 프레임 안에 간직하는 여행의 추억'이다. 부산은 초고층의 마천루가 그려내는 스카이 라인과 산복도로를 끼고 형성된 오래된 달동네의 구불구불한 골목, 북적이는 재래시장과 젊은이들이 활보하는 시가지, 길거리 간식과 부산 별미가 어우려진 도시이다. 그만큼 사진 속에 담아낼 풍경들이 많은 도시이다.


그런데, 이번 부산 여행에서 나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부산시내와 바다를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는 그 많은 촬영 포인트에서 그저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 속에 담아 왔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 당시에는 구태여 사진 속에 담아 놓기 보다는 마음 속에 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부산의 맛인 밀면을 먹겠다고 부산진역 주변을 헤매고 다녔지만, 그 많은 밀면집 중에 허영만의 <식객>에 나오던 밀면집이 어딘지 찾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개금밀면 을 추천한다. 그래도 내가 맛 본 부산 밀면도 일품이었으니 다행이다.

부산의 산토리니라 부리는 감천동 문화마을에서는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의 전형을 보는 듯했지만 예술이 첨가되어 새로운 문화마을로 발돋음했기에 꼬불꼬불 시내버스를 타고 찾아 오는 이들이 많았다.

(위의 사진 4장 : 부산 감천동 문화마을에서 찍은 사진)
이 책은 정말 다른 여행서적과는 차별화된 느낌이 있다. 한 권의 책에 에세이와 시, 그리고 여행정보가 함께 담겨 있기에.
그리고 어떤 도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독자 스스로 여행을 디자인하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책이다.

혹자는 자신의 일상을 모두 벗어 던지고 여행 속으로 뛰어 들기도 하지만, 나는 지금껏 그런 여행을 해 보지 못했다. 짧은 일정 속에 후다닥 이곳 저곳을 헤매는 그런 여행을 했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물기 보다는 이곳 저곳을 찾아 떠났던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머물고 싶은 여행을 하고 싶다. 한 달, 두 달, 푹 눌러 앉아 그곳의 한 폭의 풍경 속에 담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