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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청춘, 문득 떠남 - 홍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모로코까지 한량 음악가 티어라이너의 무중력 방랑기
티어라이너 글.사진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커피프린스 1호점> 음악감독 티어라이너가 쓴 여행 에세이.
그러나, 나는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기에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지 않았고, 그래서 음악가 티어라이너가 누구인지, 어떤 성향을 뮤지션인지도 잘 모른다.
이 드라마에 나왔던 음악들을 어디에선가 들었겠지만, 무의식적으로 들었기에 저자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 나는 화성악을 배운 적도 없고 콩나물도 그릴 줄도 모른다. 작곡을 한다고 해봐야 가슴과 머릿속 어딘가의 스파크랄까. 화학작용 같은 것들로 즉흥적인 멜로디들을 면발 뽑아내듯 뽑아낼 뿐, 딱히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연필을 입에 물고 연주하다가 슥슥 악보를 그리고 고뇌함 가사를 쓰는 타입이 못 된다." (p. 85)
드라마 음악감독이었던 저자가 내뱉는 말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글에 황당하기도 하다.
악보를 읽을 줄도 모르고, 절대음감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연주하는 코드도 정확히 모른다는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야 할까?
그는 자칭 한량 음악가이기에 뭔가를 꼭 해야한다는 생각 보다는 '아등바등 살지 말기, 느리게, 느긋느긋' 살고 있다. 그래서 일에 몰두하기 보다는 훌쩍 떠나는 것에 더 익숙한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떠난 여행이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이다.

만약, 이 책이 여행 에세이이니, 이곳을 여행하기 전에 어떤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읽는다면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여행 중에 느낀 것들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주로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낯선 여행지에서 어떤 문화유산을 보려고 아둥바둥 쫒아 다니지도 않고, 그곳에 살았던 예술가들을 만나기 위해서 찾아 다니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볼 것을 못 본 것도 아니고, 들을 것도 못 들은 것이 아닌 그런 여행을 즐기면서 음악적 감성을 쌓아가는 일정들이다.
일단 이 책을 읽어 보아야 저자의 성향을 알 수도 있고, 그가 어떤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도 알 수 있을 듯 하다.

" 본 만큼, 들은 만큼, 느낀 만큼, 만져 본 만큼, 아파 본 만큼, 간절한 만큼, 외로운 만큼, 딱 그만큼만 노래할 수 있더라. " (p. 87)

책 속 구석 구석에는 자신이 음악을 작사하고 작곡하는 이야기, 그외의 음악 주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의 음악이 어떤 음악일까 궁금해지는데, 주로 새벽녘에 작곡을 하는 그이기에 창작하는 멜로디가 당연히 마이너코드의 우울한 곡이라 한다. 아마도 가을에 어울릴 듯한 음악이 그의 음악 세계가 아닐까?
'느긋하게'를 입에 달고 사는 그이지만 유명 미술관을 두루 관람하고, 포르투갈에서는 '테일러스 와인투어'도 하고, 사하라 사막에서는 사막투어도 하면서 여행을 즐긴다. 그 모든 것이 돌아와 그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음율로 살아 돌아올 듯하다.

" 사람은 등대와 같다. 인간은 자기를 알아 달라고, 이해해 달라고, 사랑해 달라고 표현하기에만 급급해서 소통에는 필연적으로 얼마간의 희생이 따른다. 한 두 걸음만 다가와 주었으면 좋겠다. 나머지 거리는 내가 다가갈테니" (p. 127)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에, 아주 느리게 읽어 내려가도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