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하면 <개미>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데, 이 작품을 읽다보면 생물학자도 아닌 작가가 이토록 개미에 대해서 자세한 관찰과 깊이있는 연구를 하였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뇌>, <나무>, <파라다이스>, < 카산드라의 거울>등에서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과학적 지식들,그리고 탄탄한 구성과 유머 감각 등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베르나르의 상상력 사전>은 그가 열네 살 때부터 기록한 것들을 책으로 펴낸 것인데, 그 내용을 보면 작가가 쓴 작품들이 어떤 생각에서 쓰여지게 되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생각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전설, 심리학, 인류학, 신화 , 과학 등의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지식들이 담겨 있는 <베르나르의 상상력 사전>은 그래서 약 600 여 장이 넘는 분량의 지식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다.

그 속에 담긴 '베르나르'의 지식이라면 앞으로도 특별한 내용을 담은 소설들이 출간되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제3인류>도 바로 그런 '베르나르'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3인류>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이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는 날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의 오늘'이라는 설정인데, 오늘날 처럼 급변하는 과학 기술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전설이나 신화, 성경을 비롯한 경전 그리고 고대국가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거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다면 이 소설이 '베르나르'의 상상력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호메로스의 <오딧세이>, 북유럽 신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모든 신화에 나오는 거인들과 우리 조상들의 싸움에 관한 이야기들이 진짜 거인이 존재했을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호모 사피엔스'이전에 인간이 있었다면, 그들이 거인 이었다면, 그들이 눈부신 문명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밝힐 수 없었던 불가사의한 일들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피라미드의 축조, 이스터 섬의 모아이,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의 등대 등...

이 소설은 남극의  보스토크 호수에서 고생물학자인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17m의 거인 유골 3구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유골은 탄수 -14 연대 측정법으로 8천 년전의 유골임을 증명하게 된다. 그렇다면 현생인류 이전에 17m의 거인이 존재했다는 것이니 그들을 <호모 기간티스>라 한다.

" (...) 아주 먼 옛날 이 행성에 어마어마하게 큰 또 다른 인종이 존재했다는 증거. " (p. 27)

성에로 가려졌던 동굴 벽에는 돋을새김된 벽화가 드러나는데, 거인족들은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일목요연하게 장면별로 그려 놓았다.

호수 얼음 아래 동굴에서 그들은 어떤 위기감을 느꼈는지, 자신들의 누구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자신들의 문명에 관한 이야기를 벽화로 남겨 놓았다. 거인과 사라진 선진문명에 대한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이것이 발표되면 학계, 종교계, 대중들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그러나, 샤를 웰즈의 탐사대를 고이 세상에 보내주지 않으려는 자가 있으니, 그건 바로 '지구'이다.

탐사대의 발견을 지구는 작은 몸부림으로 이들을 얼음 속에 묻어 버린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이  '나' 지구 (가이아, 세계라 불릴 때도 있다)이다.

<제3인류>는 과학소설답게 '나'인 지구의 생성과정에서 지구에 일어난 자연재해, 지구의 환경문제 등을 '나 (지구)'의 생각을 빌려서 지구가 인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다.

이 소설은 이 부분(지구에 관한 내용)만을 발췌해서 따로 읽는다고 해도 지구과학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초반에 나온 <호모 기간티스>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 둔다. 탐사대가 얼음으로 덮여서 발견되게 되니...

탐사대장 다비드 웰즈 박사의 아들이 고생물학자인 샤를 웰즈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소르본대학 인류진화학술대회 출전하는 7명의 과학자들이 내놓은 '인류의 미래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들 7가지' - 야만적인 자본주의, 종교적인 광신, 지배적인 로봇, 우주의 식민지화, 유전공학의 길, 여성화, 소형화.- 중에 최종 진출자는 대학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하게 된다.

샤를 웰즈의 아프리카 콩고의 피그미족이 풍토병인 치쿤구니아열, 수면병, 말라이아에 면역력이 강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혈액분석, 세균, 바이러스들이 그들을 지켜주는 원인을 인간의 소형화에서 찾으려 한하다.

오로르 카메러는 고대 아마존들의 마지막 후예인 여자들의 여성 호르몬 수치를 연구하게 된다.

이 둘의 연구는 인간의 소형화, 인간의 여성화인데, 서로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프로젝트로 앞으로의 핵전쟁이나 원전사고에 견딜 수 있는 인간화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샤를 웰즈와 오로르 카메러는 소르본 대학 학술대회에서는 최종 낙점이 되지는 못하지만 프랑스 대통령 직속 비밀기관의 지원을 받아 방사능에 강한 신종인간을 탄생시키려는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초소형 인간 (에마슈:  Micro-Humains의  M(엠)과 H(아슈)를 프랑스식으로 읽은 것), 8천 년전에 사라진 인간 '호모 기간탄스' .

이건 분명 '베르나르'의 상상력 속의 이야기이지만 과학적으로 그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갖춘 작가이기에 그저 허황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과학적 흥미를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제3인류 1>에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지 그 배경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2편에서는 본격적인 에마쥬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고, 샤를 웰즈교수의 아버지가 발견한 인류와의 관련도 이야기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호모 사피엔스>는 '과거의 인간과 미래의 인간 사이에 있는 과도기의 종'이며 '미래의 인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설정이 이 소설을 탄생하게 했을 것이다.

'베르나르'를 소개하는 글에 항상 따라오는 글이 '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작가 소개글 중에서)인데, '베르나르 '의 한국사랑은 <카산드라의 거울>에서 등장인물이 탈북 소년이었던 것처럼 이 소설속 문장으로도 나타난다.

" (...) 한국인들은 반도체 칩, 디스플레이, 로봇 공한 등 여러 분야에서 단연 앞서 있습니다. "(p. 58)

외국인이 쓴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인이 별로 긍정적 이미지가 아닌 경우가 많아서 기분이 언짢았던 기억이 있던 독자들에게 이 한 문장은 기분이 좋아지는 구절이 될 것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가 지구를 생각을 하는 존재로 인격화하여 지구의 독백을 통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바로 이 점은 지구를 걱정하는 지각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앞으로 전개될 <제3인류>2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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