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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문학작품 속에 담겨 있는 사랑이야기.
사랑이 무엇인지도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 찾아 오는 첫 사랑, 한 사람에게 향하는 마음이 너무도 강해서 앞 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랑, 지고지순한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줄 알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 빼뚤어진 집착으로 시작된 사랑....
그 유형은 각양각색이지만 모든 사랑에는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이 있고, 상대방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게 된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사랑을 느껴 보았겠지만, 문학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랑 이야기때문에도 하얀 밤을 지새운 적이 있으리라.
사랑의 마법에 빠졌던 사람들, 그들을 황홀하게 했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항상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슬픔의 순간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세련된 글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문학 평론가 정여울은 37개의 문학 작품 속에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찾아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 이 책은 지난 몇 년 동안 나를 매혹시킨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이 내게 가르쳐준 소중한 메시지들을 갈무리한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문학평론가 다운 심도있는 문학작품 해설과 함께 그녀가 찾아내는 사랑은 크게 4개의 주제로 간추려 진다.
사랑 : 위험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열정.
연애 : 내 안의 가장 밝은 빛을 끌어내는 마법.
이별 : 사랑에 내재한 불가피한 트라우마.
인연 : 서로의 결핍으로 오히려 완전해 지는 것.
정여울이 사랑하는 사랑이야기들 중에서 이런 주제들을 찾을 수 있다.
책 속에 담긴 37 작품은 독자들이 즐겨 읽는 작품들이지만, 비록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샬럿 브론테의 <제인에어>등은 원작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린이용이나 중고등학생용으로 출간된 책으로 읽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오페라의 유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티파니에서 아침을><라 트라비아타>, <레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설국>, <오만과 편견>, <죄와 벌>등은 영화, 오페라, 연극 등으로 상영되거나 공연된 작품들이니, 그 작품들 속의 사랑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첫 작품은 '이반 투르게네프'의ㅣ <첫사랑>이다.
" 첫사랑은 멀리 있기에,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기에 저기 저 먼곳에서만 아련히 빛날 수 있다. 이 세상에 단 한 장 뿐인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첫사랑은 우리 마음 속에서 영원히 하나뿐인 축복, 하나뿐인 완전한 세상이니까. " (p. 29)
'가스통 루르'의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읽었을 때에 에릭의 사랑이 참으로 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 뒤에 숨겨진 끔찍한 외모, 그러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기에 사랑하는 크리스틴에게 음악교습을 하여 최고의 가수로 만들 수는 있었찌만, 부와 명예와 지위를 모두 갖춘 라울에게 사랑을 빼앗겨야만 하는 그의 사랑.
내가 그토록 사랑한 여인이 나 보다 멋진 사람에게 사랑을 느낀다면....
특히, 이 작품을 읽으면서 오페라 무대 장치는 과연 어떻게 할까 궁금했었는데,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면서 무대장치의 웅장함에 압도당했고, 무대에 울려 퍼지던 음악이 한동안 귀에 맴돌았었다.
"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어떤 완벽한 메이크업으로도, 어떤 성형수술로도 가릴 수 없는, 내 영혼의 상처를 알아봐줄 사람을 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내가 어떤 가면을 써도 가면 뒤에 내 표정을 알 수 없다 해도, 가면 뒤에서 흐르고 있을 내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 (p. 103)
정여울이 쓴 이 문장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사람들이 찾는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어떤 가면을 써도 가면 뒤에 내 표정을 알 수 없다 해도, 가면 뒤에서 흐르고 있을 내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랑이 진실된 사랑이 아닐까....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오래전에 읽었는데,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디테일한 표현들을 다시 접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때에 읽은 앙드레 지드의 <전원 교향악>은 앙드레 지드 전집 중의 한 작품이었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인데, 이 작품을 읽은 후에 처음에는 '멍'한 느낌이 들었고, 그후에도 오랫동안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후에 몇 번 더 읽었던 작품이다.
눈 먼 소녀 제르트튀드를 사랑하는 목사. 목사는 소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베풀어 주고 살아 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지만, 소녀가 눈을 떴을 때에 알게 되는 사실들.
소녀가 사랑한 사람은 그가 아니었으니....
" 제르트뤼드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죄'를 깨닫는다. 자신이 목사의 사랑을 차지해버렸기 때문에 고통 받은 부인의 아픔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다고 믿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상상했던 바로 그 얼굴은 목사의 얼굴이 아니라 자크의 얼굴이었음을 깨닫고 절규한다. 목사가 '아름답다'고 말했던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그 세상은 목사가 편집하고 교정한 '목사님판 세상' 일 뿐이었던 것이다. " (p. 296)
책 속에서 찾아 보는 사랑. 그 작품들을 읽었던 때가 생각난다. 그 책들을 읽은 때로 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작품들도 있고, 얼마 전에 읽은 작품들도 있고, 아직 못 읽은 작품들도 있지만, 정여울의 작품 내용 설명과 함께 문학 평론가다운 해설까지 곁들여지니, 책 속에서 찾은 사랑 이야기가 그 빛을 발한다.

책 속의 사랑처럼 강렬한 사랑을 꿈 꿀 나이는 아니기에 잔잔한 호수처럼 평화로운 나의 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