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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ved - 늙지도 어리지도 않은 이상한 나이
김수린 글.사진 / 엘컴퍼니 / 2013년 9월
평점 :
요즘, 사진은 일상 속의 한 조각이라고 할 정도로 누구나 쉽게 찍는다. 사진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먼훗날 그 사진들을 들여다 보게 되면 그 사진을 찍던 날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작은 일상의 행복을 말해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Beloved>는 사진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김수린의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녀는 7살에 카메라를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15살에는 사진을 전공하기 위해서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 입학한다. 그리고 23살에는 뉴욕, 체코, 러시아 등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으며, 현재는 <타임즈>의 사진작가로 활동을 한다.
그녀의 첫 번째 자전적 에세이<청춘을 찍는 뉴요커>를 출간한 후, 6년만에 두 번째 에세이를 내게 되는데, 그 책이 바로 <Beloved>이다.


이 책 역시 청춘을 찍은 사진들과 글들로 엮어져 있다. 그런데, 청춘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싱그러우면서 생동감이 넘친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인데, 그녀의 사진 속의 청춘들은 괜스리 우울해 보이고, 슬픈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
청춘이란 시기를 지난 사람들이라면, 청춘이 그렇게 싱그럽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안개 속의 거닐듯 불투명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수린은 그런 청춘들의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 내고 있다.

물론, 책 속에 담겨 있는 사진들은 인물 사진만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렴풋하게 형체만을 담은 꽃 사진들도 여러 장이 담겨 있다. 그 역시 이런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할까...
" 세상 모든 것을 얻어도, 내 모든 것을 바친다 해도 그 시간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겠지만, 우습고도 신기한 사실은 명백한 사실과 모든 기억들이 결국은 내게 펼쳐진 앞으로의 삶을 다시 그려나갈 힘을 준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또 다시 살아보고 싶게끔 만들어준다. " (p. 83)
사진집을 겸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이 책은 종이재질탓인지 사진의 느낌이 잘 살아 나기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사진작가의 에세이라는 것 때문에 읽게 된 독자들에게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실린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가 너무도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로써는 27 년 이라는 삶을 살아내 인생이 그 누구 보다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그 목표를 향해서 매진하고 상당 부분을 이루어 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책을 펴 낼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녀는 사진작가로 성공한 인생 보다는 사소하고 작은 일상의 행복을 말하고자 이 책을 썼노라 하지만, 나는 사소하고 작은 일상 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기에 책을 덮은 마음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녀의 생각 중에,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들, 그 해에만 할 수 있는 것들,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는 것을 일깨워 주는 글이 마음에 다가온다.
우린 그런 것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놓치고 살아가기에... 그것들을 될 수 있는 한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충실하게 살아 간다는 것은 쉬운 듯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찰나의 순간을 사진 속에 담아 놓듯이, 우리는 그 순간을, 그 해를, 그 나이를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겠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 Soorin’s Little Tips for Wannabe Photographers" 에는 책 속에 실린 사진들에 대한 사진설명, 사진기법,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점을 생각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서 사진찍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