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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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 나라인 대한민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우리나라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저자인 '다니엘 튜더'는 우리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책제목을 보는 순간,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문장에는 공감이 갔지만, '기쁨을 잃은 나라'라는 문장에는 공감할 수가 없었다.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들이 갈등의 요소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쁨을 잃' 었다는 생각까지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제를 보니 < Korea : The Impossible Country>로 되어 있으니, 어쩌면 필자의 생각과 다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창시절,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말로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이 '한강의 기적'이었을 것이다. 일제의 강점기에서 벗어나 해방이 되었지만 곧바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는 폐허가 되었었는데, 그후 60 여 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을 생각한다면 가장 적확한 표현이 아닐까....

'한강의 기적'이란 눈부신 경제성장을 말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난 25년간 일궈낸 정치적 발전도 함께 생각해야 할 듯하다.

'다니엘 튜더'는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때에 한국을 찾게 된다. 19살 청소년이었던 그는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역전승을 하는 순간을 보게 되고, 그 순간 한국에 빠지게 된다. 그것이 '다니엘 튜더'의 한국 사랑의 시작이었다. 현재 갓 서른 살을 넘긴 그가 쓴 이 책은 대한민국를 전체적이면서도 개괄적으로 소개를 해준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너무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쓴 책이다.

그동안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온 나라이기에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 이처럼 꼼꼼하게 우리나라를 분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세밀하게 밀착 취재를 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다니엘 튜더'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공부하고 MBA과정까지 마쳤으며,  한국에서 미국계 증권회사와 한국계 증권회사에 근무하였고, 2010년부터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한국 관련 칼럼 등을 많이 써왔다.

그런 학력과 경력을 감안하더라도 그는 한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폭넓은 이해,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을 보는 시각이 넓다는 것을 이 책을 몇 페이지만 읽어도 금방 알 수가 있다.

11년간의 한국 사랑으로는 결코 터득하기엔 쉽지 않은 내용들은 읽으면서 우리나라 청년들도 잘 알지 못하는 내용들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돋보인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부터 경제, 정치, 사회, 문화, 토속신앙, 종교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내용들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약 60여 건의 인터뷰를 하여 얻은 지식들도 큰 역할을 했다.

저자는 '이 책은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출발점' ( 책 속의 글 중에서)이라 말한다.

책의 구성을 보면,

PART 1 불가능한 기적

 오늘날의 한국이 있게 된 경제성장과 민주화
PART 2 차가운 현실

 '불가능한 기적'을 요구하는 경재의 다양한 양상
PART 3 소프트파워

 한국 영화, 대중음악, 밤문화 등을 소개
PART 4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국인의 情의 정서, 주거문화, 식문화
PART 5 무엇을 믿고 따를 것인가
 한국인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주는 무속신앙, 불교, 유교, 기독교
PART 6 우리가 남이어도 ‘우리’일 수 있다면
 새로운 한국

특히, 3부에서는 한국의 恨과 대중문화를 다루면서 특집으로 영화배우 최민식의 인터뷰를 실어 놓았다.

" 한국 정치는 지역, 나이, 이념에 따른 극심한 분열로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으로 인해 한 쪽이 다른 쪽을 이기면 정책이 극단적으로 뒤집히고, 정치인들은 성숙한 토론 문화를 만드는 대신 표를 얻기 위해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게 된다. " (p. 89)

" 한국은 운명의 방향을 거의 180도 바꿔낸 나라다. 가난했고, 폐쇄적이었으며, 일방적으로 타국 문화의 영향을 받고 원조를 받았던 한국은, 오늘날 부유하고 문화적으로 풍부한 나라들 틈에서 세계를 향해 무언가를 돌려줄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앞으로 세계 다른 나라들과도 자연스럽게 더욱 친밀해 질 것이다. " (p. 257)

단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국가가 된 대한민국은 GDP 수치로 본 경체적 차원의 성공 뿐만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성공까지 이루었다. 그러나 지역갈등과 정치적 대립은 오늘날에도 나타난다.

또한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국민들은 언제나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한국인은 만족할 줄 모른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한국인들의 삶의 만족도나 자살률, 행복 수치 등을 통해서 잘 나타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인가 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때론 외국인에게 우리의 민낯을 들킨 것 같아서 민망스럽기도 하다.

우리가 느끼고 있었던 한국에 대한 이야기, 숨기고 싶었던 한국에 대한 이야기, 우리들을 되돌아 보게 하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 나라를,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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