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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 - 흔적과 상상, 건축가 오기사의 서울 이야기
오영욱 글.그림.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책제목에 나온 '깜삐돌리오 언덕'이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영욱 ㅣ 샘터 ㅣ 2005>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깜삐돌리오 언덕, 그곳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은 여행 에세이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은 단 한 장도 없는 책이다.
스케치 그림과 카툰이 조합을 이루는 여행기인데, 책의 그림체도 흥미로웠지만, 건축가인 오영욱이 쓴 글들은 감성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다가 얼마전에 유명 연예인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서 '오기사'라는 필명을 듣게 되었다.
그때서야 생각난 건축가 오영욱.
<깜빠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를 읽었던 생각과 함께 그의 저서들을 검색해 보았다. 그가 스페인에서 체류했던 적이 있기에 쓴 책인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오영욱 ㅣ 예담 ㅣ 2006>도 관심이 갔지만,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 대한 책이 더 관심이 갔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이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보다도 더 특색이 있는 책이다. 문장력이 탄탄하고 내용이 흥미로운 글도 좋지만, 스케치 형식의 그림과 카툰, 그리고 이번에는 사진까지의 조합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준다.

그는 " 특히 지도에 나타난 길의 자취를 훑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길의 모습에는 자연과 문명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그래서 세계의 각 나라를 여행하며 잠시 머무를 곳을 결정할 때, 여행 가이드 북에 첨부된 도시의 지도에 의존하는 일이 많았다. (...) 그런데 외국을 돌며 여행을 할 때는 열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도시의 지도를 막상 서울에서 생활하는 동안에는 잘 보지 않게 된다. 지리에 익숙한 탓이다. 아마 지하철을 기다리며 역마다 붙은 서울 전도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지도읽기가 아닐까 싶다. " (p. 24)

언제부턴가 나는 지도보기를 좋아하던 버릇에서 어떤 도시의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건축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그 도시도 자연스럽게 알아 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울의 거리를 거닐면서도 건축물이나 조형물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교보빌딩은 누가 지었는지, 63빌딩은 왜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지, 가로수 길의 카페들은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건축물 앞에 세워진 조형물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건물에 붙어 있는 킹콩은 어떻게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
그 모든 것이 궁금했고, 서울에 관한 책들을 읽다 보면 그런 궁금증이 풀리기도 했다.
바로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는 나의 이런 궁금증을 많이 해소시켜 준다. 오기사의 깊이있는 건축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지기에.
이 책의 저자인 오기사는 서울을 그만의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거기엔 8가지의 키워드가 적용된다.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서울은 거대도시로 발전했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 이루어진 곳들도 있고, 서울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이 들어 서 있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에서부터 자신이 참여했던 안국동 한옥 프로젝트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렇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 내용들로 꽉 차 있다.

건축가이기에 서울을 보고서 그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글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스케치를 보면서 '그림도 잘 그리는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되고, 빨간 모자를 쓴 자신의 담은 카툰을 보면서 위트를 만끽할 수 있다.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를 읽게 되면서 오영욱의 다른 책들이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