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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연금술사>에서 시작하여 <흐르는 강물처럼>,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오자히르>, <브리다>, <알레프>에 이르기까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망설임없이 읽게 된다.
<연금술사>에서 우리가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면, <브리다>에서는 생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책을 읽으면서 찾게 만들었다.
코엘료의 작품 중에 가장 나중에 읽은 <알레프>는 그가 1986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았던 때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2006년에 다시 순례길에 오르게 되면서, 그 마지막 코스인 시베리아 횡단 철도에서 만나게 되는 터키 여인 힐랄과의 인연을 토대로 작가 자신의 체험을 담은 소설이다.
<연금술사>, <오 자히르>, <브리다>, <알레프>는 모두 인생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알레프>에서의 물음처럼 " 당신은 지금 몇 개의 인생을 살고 있느냐?" 등의 질문을.
그리고 그의 소설 속에는 영적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곤 한다.
이번에 읽게 된 <아크라 문서>는 소설이란 장르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인생을 살아 가면서 우리에게 봉착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 어떤 지혜를 가지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는 잠언집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파울로 코엘료'가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도 역시 독자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2011년 심장수술을 받게 되면서 그동안에도 몇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생각했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면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그래서 <아크라 문서>는 그의 삶에서 우려나온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고 보면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1945년 12월, 상 이집트의 함라돔이란 마을에서 파피루스가 담긴 항아리가 발견된다. 항아리 속에는 천 여 페이지에 이르는 기원저 1세기 말에서 기원후 180년 사이에 작성된 그리스어 번역본 인 텍스트가 들어 있었다. 그 내용은 오늘날 성서에 포함되지 않은 외경 (外經)이었다. 외경이라고 이 문서처럼 여성이 작성했다는 이유로, 아니면 예수의 신성한 사명을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덜 길고 덜 고통스럽게 묘사했을 경우에 성서에 포함되지 않은 텍스트를 말한다.
이 문서는 이집트 국경너머 아크라에서 다수 발견되었기에 '아크라 문서'라고 불리며 이곳 저곳에 팔려 다니다가 이집트 박물관에 보관된다.
그 내용들이 이 소설 속에 소개된다.
성경말씀에 나오듯,
콥트인이 말을 마치자 어느 상인이 청했다. "패배자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책 내용중에서)

이런 식으로 패배, 패배자, 고독, 쓸모, 변화, 아름다움, 확신, 사랑, 성교, 통합, 우정, 우아함, 운, 기적, 불안, 미래, 충심, 무기, 적 등에 관해서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대답을 하여 주는 형식으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지금까지 우리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정의와는 다른 내용이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생각이 틀렸다기 보다는 좀 더 긍정적인 시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었던 그 이상의 개념으로 설명이 된다.
그래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읽다 보면 우리들이 부정적인 의미로 생각했던 패배, 패배자, 불안. 적, 고독 등에 대하여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 속에 담긴 내용들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임을 깨닫게 된다.
" 그러나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번을 기약하면 된다. 다음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그 다음에는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포기하는 사람이 패배자이고, 그 외에는 모두 승리자이다. 언젠가 그대가 귀기울여 듣는 자들을 향해 역경의 시절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그들은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세 가지 중요한 가르침을 얻을 것이다.
행동할 적기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려다.
다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마라.
상처를 자랑스럽게 여겨라. " (p. 33)
" 고독은 모든 비밀을 드러내 밝힌다. 그러므로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고독 속에서 그들은, 간과했을지도 모를 사랑을 발견해낼 것이다. 고독 속에서 그들은, 그들을 버리고 떠난 사랑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 (p. 45)
" 우정은 강물과 같다. 강물은 바위들을 빙 돌아 골짜기와 산에 적응하여 흐르다가, 때로 움푹 들어간 곳에 고이기도 한다. 그러다 웅덩이가 차오르면 다시 제 갈 길을 간다. 목적지가 바다임을 강물이 잊지 않듯, 참된 우정은 그 존재 이유가 타인에 대한 사랑임을 잊지 않는다. " (p. 117)
"매 순간 사랑의 힘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다.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 풍경을 즐긴다고 해서 크게 잘못되지는 않는다.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갈수록 멀리까지 내다 볼 수 있게 되고,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 (p. 137)
" 슬픔에 잠겨 있을 때에도 우리가 주변의 삶에 눈감지 않게 도와주소서, 피어나는 꽃,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게 하시고, 멀리서 들려오는 새의 노랫소리, 근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듣게 하소서" (p. 144)
콥트인들은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집에 가서 이 이야기를 기록하라고 말한다. 글을 모르는 사람은 외워서 기억하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를 말로 듣거나 글로 읽는 사람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찢겨, 그 너머에 있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테니. 그대들에게 평화가 함께 하기를. " (p.194)
성서의 말씀들이 누군가의 기억으로, 또는 누군가의 기록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처럼.
<아크라 문서>의 마지막 문장처럼, 우리는 이 책을 읽고 그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얻었으니, 축복받은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