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다 다르다 - 유럽의 길거리에서 만난 그래픽 디자인 디자인은 다 다르다 1
황윤정 지음 / 미술문화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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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마주치게 된다. 도로표지판, 버스나 지하철 노선도, 철도시간표, 공연 포스터, 전시포스터, 광고 인쇄물, 길거리 벽화, 그라피티, 쓰레기통, 우체통, 공공시설물, 벤치 등.

그런데, 그런 길거리 그래픽은 이웃나라인데도 불구하고 나라마다 그 특색이 다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각 나라마다 다른 특색을 나타내는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서로 비교해 주고, 그것들의 다름이 나라 마다의 자연환경, 역사적 맥락, 현대의 사회상황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을 그 사례로 들고 있다.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에 관한 책이기에 많은 사진들을 싣고 있는데, 그 사진들만으로도 각 나라의 길거리그래픽 디자인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 

간단하게 유럽의 길거리 그래픽의 특색과 그 이유를 알아보면,

독일 - 최소의 물자로 최대의 효과를.

독일의 디자인을 알려면 자동차 회사인 BMW로 부터 찾아야 한다. BMW 본사의 건물 디자인, BMW 박물관 내의 벤치, 티켓 개찰구에서 간결하고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엿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그래픽 디자인은 질서와 규칙에 강한 독일 제품의 특징과도 맞아 떨어진다.

길거리의 포스터를 보아도 그림이나 사진을 넣지 않은 기하학적 구성과 단순한 색 배합의 포스터가 눈에 명확하게 들어온다. 간결한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이런 디자인은 독일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척박한 땅에, 일조량이 부족한 기후, 통일국가를 이룩하지 못한 역사적 배경,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독일을 고질적인 물자 부족 현상에 시달렸기에 이런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기하학적 형태의 디자인이 발달하게 된다.

스위스 - 독일과 비슷하게, 그러나 독일보다 아름답게.

스위스는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이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독일처럼 깔끔하고 간결하다. 그러나 독일이 기능성에만 치우쳤다면 스위스는 기하학적 문자를 다양하게 병용시킨 디자인으로 독일과 비슷하지만 기능성과 함께 심미성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 - 꽃무늬와 몬드리안이 만나다.

우선, 네덜란드는 집의 지붕에서부터 디자인의 특색을 찾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집의 규모가 세금과 연결되었기에 집을 좁게 짓기는 했지만, 지붕만은 호화롭게 장식했다. 그것이 그 집을 나타내는 부의 상징과도 같았기에, 네덜란드의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꽃무늬 패션은 네덜란드 디자인의 오밀조밀하고 화려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책 속의 사진들만 보아도 독일과 스위스에서 보았던 디자인보다는 아기자기하고 화려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디자인은 세속적이고 사치스러웠던 상인계급의 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사실적인 아트워크가 강하게 나타나고, 선명하고 명료한 가독성을 지닌 디자인이다.

프랑스 - 모든 것이 ART !

프랑스 건축은 단순하고 특이하고 아름다운데, 거기에 대중에게 철학적인 물음을 던진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중한 예술의 깊이가 있다. 프랑스 예술에는 자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 네덜란드 디자인이 채도 놓은 원색을 즐겨 사용한다면, 프랑스 디자인은 중채도와 저채도를 적절하게 배합하여 부드러우면서도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 보인다.

또한 프랑스 그래픽 디자인은 디자인과 회화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예술성이 있는데, 이건 프랑스의 강력한 회화전통과 맥를 같이한다. 그래서 프랑스 길거리 그래픽은 꼭 미술관처럼 다양하고 자유로운 회화적 표현이 넘쳐난다.

영국 - 영국 신사와 펑크족의 기묘한 동거
영국을 가면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전통적인 건축물과 초현대식 건물이 뒤섞여 있는 도시의 모습이다. 런던 브릿지와 노먼 포스터의 런던 신시청사의 모습이 한 프레임에 들어온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미적 감각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풍광이다.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서로 다른 양면이 공존하여 디자인의 이중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색감도 파격적이어서 강한 형광빛이 도는 자극적인 색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영국은 일관된 경향의 디자인을 찾아보기 힘든 모순적인 이중성이 공존하는 디자인의 특색을 보여준다.

 

유럽의 몇 나라를 한 번에 여행하다 보면 같은 문화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나라들에서 각각 다른 특색의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만나게 되는데, 나라 마다의 특색은 확연하게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런 디자인에는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역사, 사회적 풍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하게 알 수 있다.

" (...) 독일은 엄격한 군인 같았고, 스위스는 깔끔한 수학자 같았으며, 네덜란드는 사치스러운 무역상 같았다. 프랑스는 주근깨 가득한 발랄한 화가 지망생이었고, 영국은 지킬과 아이드였다. " (p. 275)

한 나라의 정체성과 미감은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이 책은 디자인 관련 책이기는 하지만, 유럽 여행을 가면 길거리 그래픽도 눈여겨 보아야 하겠다는 생각를 가지게 된다. 거기에서 그 나라의 예술과 디자인의 역사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담겨져 있는 포스터, 건축물, 공공시설물 디자인, 도로표지판 등을 통해서도 그 차이점은 확연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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