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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조정래 작가하면 '대하소설의 대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의 대표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읽을 때가 생각난다. 그당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매주 2번씩 책을 대여해 주는 차가 왔다. 차가 올 때마다 몇 권씩 책을 빌려 보니까 책을 대여해 주는 아저씨는 신간 서적이 나올 때마다 추천해주곤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읽게 된 책이 <태백산맥>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는 우리 역사 속에서도 가장 사상적으로 혼돈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가 일본의 강점에서 해방된 이후 제주 4.3 항쟁, 여순사건이 진압되는 때부터 6.25 전쟁이 끝난 후 분단의 아픔을 겪게 되는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빨치산의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그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반공 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나로서는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아리랑>과 <한강>까지를 읽게 되니, 우리나라 근현대사 백년이 고스란히 조정래의 대하소설 3 작품에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 작품들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어떤 생활을 하였는가는 <황홀한 글감옥>이란 조정래 작가 인생 40년을 돌아 보는 자전 에세이를 통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하루 16시간씩, 20년 동안을 '글감옥'에 갇혀서 작가는 살았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술을 단 한 모금도 안 마시고,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그는 하루의 집필량을 표로 만들어 계획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오탈자 교정까지 마친 깨끗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길 정도로 철두철미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오랜 기간에 걸친 사전 답사는 물론이고, 작품과 관련된 내용들을 숙지하는 것은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글쓰기를 '황홀한 글감옥'이라 표현한다.

작가는 2010년 우리사회를 향해 또 한 편의 소설을 내놓는데, 그 책이 <허수아비춤>이다. 우리는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과 정치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해 냈다고 자랑하지만,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하였는가 하는 질문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던진다.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의 뒤안길. 감추어져 있었던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을 통해서 퍼져 나가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이 현실로 밝혀지면서 알게 되었던 기업들의 부조리와 비리들.
어둡고도 씁쓸한 이야기들이 <허수아비 춤> 통해서 너무도 섬세하고 확실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돈을 따라서~~ 권력을 따라서~~ 비리를 따라서~~
바람에 흔들리는 허수아비들.
이 책이 출간될 당시에도 줄기차게 기업들의 비자금 비리 사건이 터져 나왔었는데, <정글만리>가 출간된 지금도 그때와 그리 사정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와 원전비리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국내의 이런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조정래의 <정글만리>를 따라서 중국 상하이로 가 본다.
14억 인구의 중국에서는 14억 가지의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어제 뉴스를 통해서 듣게 된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 중에는 6살 어린이가 실종되었는데, 각막이식 수술을 위해 아이의 눈을 빼간 상태로 발견되었다고 하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중국이지만 어느새 중국은 그 어느 나라도 넘 볼 수 없는 강대국인 G2로 부상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는 중국에 대한 편견 중에는 중국은 못 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데, 그건 그동안 우리의 기업들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기도 했고, 한국에 온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들이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세계적인 도시의 명품 매장을 싹쓸이하는 사람들은 중국인이다. 그만큼 중국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음을 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에서 판치는 부정부패, 비리, 권력층과의 꽌시(關界), 바링하우 세대들(계획생육에 따라 80년 이후에 출생한 세대), 여자들의 정조관념, 축첩, 농민공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당원, 관리인과 인반인 사이에는 극심한 인간차별이 존재한다. 불법과 부정임을 알면서도 인민들은 그것을 그냥 봐 넘기는 세태이다.
<정글만리>에서는 G2로 급부상한 중국으로 몰려드는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의 치열한 경쟁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들이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꽌시이니,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큰 동아줄을 잡아야 할 것이다.
<정글만리>는 3권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1권은 이야기의 전개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작가는 전반적인 중국의 현실을 많이 다루어 주기에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의 오늘날의 모습을 꿰뚫어 보는 시사적인 내용들이 다수 소개된다.
상사원인 전대광에 의해서 중국에서 성형외과를 개업하게 되는 서하원, 그는 양악수술의 실패로 국내에서는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게 되니, 중국에서 연예인들을 성형한 의사라는 타이틀로 진료를 하게 되고.
종합상사 부장인 김현곤은 철강 납품 문제로 경제도시 상하이에서 2천년 고도인 시안으로 내몰리게 되고.
전대광의 조카인 송재형은 자신의 진로를 경제학에서 역사학으로 바꾸게 되고.
중국 경제를 담당하는 상하이 세관 주임인 샹신원은 이런 한국인들과 꽌시로 연결되게 되는데...
이 책은 중국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사회상까지를 모두 다룰 정도로 작가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중국을 답사하고 구상하여 집필을 하였기에 조정래 문학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 나간다.